조종건 시민사회재단 상임대표⦁평택샬롬나비 사무총장
제20대 대선은 한 마디로 법학자 예링의 표현대로 ‘나 자신을 송두리째 삼킬 공포감’ 자체다. 유권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하나의 공포감은 진실을 가장한 거짓말,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의 공포감은 최순실 이후 다시 등장한 무속정치다. 중국 역사상 가장 부강했던 송나라의 몰락, 청나라의 멸망, 고려의 패망, 제정 러시아의 붕괴는 역술과 미신의 무속정치임을 잊을 수 있으랴. 조선의 몰락을 재촉했던 23년간 무속 종교에 집착한 민비의 무당정치, 사이비종교 교주 딸 최순실에 의한 박근혜 탄핵 악몽 이후 등장한 제20대 대선의 중심에 무속논란이 있다. 윤석열 후보의 역사 인식 부족에서 나오는 무속논란과 교활한 정치인과는 달라야 할 ‘정의의 상징’인 검찰총장 출신 후보의 거짓 논란은 나 자신을 송두리째 삼킬만한 공포감이다.
첫째, 한국정치사의 전무후무한 대선후보 무속논란의 중심에 윤석열이 있다. 윤석열과 김건희 부부를 맺어준 사람이 심도사, 무정이다. 김건희에 의하면, 무정은 남편을 20대 때 만났다. 남편이 계속 사법고시에 떨어져 한국은행 취직하려고 하니까 “너는 3년을 더 해야 한다”고 해서 사법고시에 붙었다. 또 윤 후보의 손바닥‘王’자 논란, 윤 검찰총장의 멘토이며 검찰총장 사퇴 시점을 조언한 천공 논란, ‘무속인 개입 논란’에 따른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의 ‘네트워크본부 전격 해산,’ 강의료, 자동차번호, 전화번호 끝자리를 5로 맞춰야 액운을 막을 수 있다는 무속논란, 김건희는 “남편도 약간 영적인 끼가 있거든. 그래서 나랑 연결된 거야” 등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무속의 중심이 부인인지 후보인지 헷갈린다.
둘째, 신천지 압수수색 거부 과정에서 윤석열의 무속인 개입이다. 윤석열은 2020년 2월 대구 신천지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될 당시 검찰은 신천지 집단에 대한 압수수색을 두 차례나 거부한 바 있다. 교인명단과 시설현황 누락, 허위진술 등 신천지의 비협조로 역학조사에 차질이 생기자 대구광역시가 신천지를 고발한 것인데 검찰은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기각했다. 그 배후에 ‘건진법사’ 무속인 논란이 있다. 제정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와 로마노프 왕조의 몰락을 가져온 것은 괴승 라스푸틴에게 빠진 황태후 알렉산드라가 있었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건진법사에게 신천지 압수수색에 대한 조언을 구한 것도 이상하지만, 건진법사는 ‘이만희 교주도 하나의 영매’라며 ‘대통령이 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으니, 손에 피 묻히지 말고 부드럽게 가라’고 조언한 이후 윤석열은 역학조사에서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영장 반려를 지시했다. 법리가 아닌 무속 논란이다. 생명과 지역상권 위기를 낳은 코로나19의 초기 차단의 중요성보다 무속의 힘이 작용한 것은 아닐까?
셋째, 윤석열 후보의 자질과 함께 거짓말 문제다. 윤석열의 거짓말은 검찰총장의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윤리 부재의 무속신앙이 그 배후에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후보토론회에서 안상수는 화천대유에 속한 판검사들이 평생 갑질하다가 사기꾼들과 함께 월급을 받아먹느냐, 유승민은 박영수 특검이 화천대유 게이트에 연루된 것을 보니, 판검사들이 이렇게 더럽게 썩었느냐에 대해, 윤석열은 법조인으로서의 깊은 사과보다는 “판검사를 지칭해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묵묵히 희생한 사람에게 할 말은 아니”라며 토론자들의 질문을 회피한 것은 윤리 부재의 무속신앙행태인지 유불리에 대한 집착인지 헷갈린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는 정영학 회계사에게 말한 녹취록에서 “윤석열이는 형(김만배)이 가지고 있는 카드면 죽어”라는 언급을 보면, 윤석열은 여전히 검증되지 않은 베일에 가려진 후보 아닌가. 윤석열은 ‘대장동 그분’을 이재명으로 비판했으나 정영학 녹취록에 등장한 ‘대장동 그분’이 대법관으로 나타났을 때 근거 없는 이재명 비난에 대한 사과는 왜 보이지 않을까. 특히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김건희의 주식 거래 내역을 전체 공개하라는 질문에 윤석열은 ‘이미 다 공개했다’며 2010년 1월부터 5월까지 4개월 계좌를 공개한 것인데, KBS는 2011년~2012년 김건희의 주식 거래계좌를 공개함으로써 윤석열의 거짓말이 드러났고, 주식 거래에서 이익을 본 것과 달리 ”제 아내는 주가조작에 가담하지도 않았고 손해만 봤다”는 윤석열의 거짓말이 부인의 연쇄 허위이력과 함께 드러났다. 괴물과 싸우는 동안 스스로 괴물이 된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뭘까. 무속정치가 진영논리의 폐해, 양성간의 갈등, 인구절벽의 공포, 불평등의 세습, 불공정의 일상화, 청년실업의 절망, 노인빈곤의 절벽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