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주 경기도평택교육지원청 교육장은 1월 27일 평택대학교 제3국제관 e컨버전스홀에서 평택대학교, 경기도평택교육지원청, 시민사회재단이 공동주최하는 제8차 인간적세계화포럼 기조강연 <인간적 세계화와 학교 교육>에서 자신의 교육철학을 언급했다. 그는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는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공식 인정”했다고 언급한 후, 선진국의 구성요건을 국력에 대한 종합 평가와 경제, 군사, 문화의 시각에서 접근했다. 그러면서 한국사회에서 ‘잘 사는 것’의 의미를 깊이 들여다봐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용주 교육장의 기조연설 전문은 다음과 같다.
들어가는 말
지난해 3월 18일 인간적 세계화 포럼이 처음 열릴 때 축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인간적 세계화가 무엇인지 자세히 알지는 못하였지만 인간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인간적이라는 말에 끌려서 초청 대상 100인에 기꺼이 참여하였습니다.
그간 7차례 포럼이 열리는 동안 4차례 정도 참여하였습니다. 지금까지는 청중으로 듣는 입장이었는데, 오늘은 조종건 대표님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기조연설자로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평생을 교육계에만 있었던 사람으로서 지식과 경험이 일천한 것이 사실인데 제가 드리는 말씀이 듣는 분들에게 무슨 울림이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지금까지 진행해온 포럼에서 임현진 교수를 필두로 문정인 교수, 문국현 이사장 등의 강연을 들었는데 모두가 하나같이 우리 사회와 나라가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그간 다루었던 주제를 보면 ‘21세기 한국과 인간적 세계화’, ‘평화와 인간적 세계화’, ‘기후 위기와 인간적 세계화’ 이 밖에도 교육, 인권 등의 거대 담론이 있었습니다.
오늘 강사로 참여하시는 원제무 교수님은 미국 MIT에서 도시계획을 공부하신 분인데 ‘리더십과 인간적 세계화’를 주제로 강연을 하십니다. PPT 원고를 잠깐 보았는데, “영혼을 이끄는 국가와 기업의 리더십”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습니다. 일본의 우븐시티,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와 같은 미래 도시와 미래 사회의 모습을 제시하고 우리 사회가 이러한 미래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리더십에 대하여 말씀하실 것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미래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곳이 물질적인 풍요와 생활의 편리만을 추구하는 사회는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인간적 세계화를 추구하는 것과 같이 그 미래 도시도 인간이 배제되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세계화의 거대한 물결 속에서도 세계의 지성들은 자본의 끝없는 탐욕을 더 이상방치할 수 없다는 공통된 인식을 가지고, 기후, 환경, 평화, 교육, 빈곤, 인간성 회복과 같은 인류 공존과 번영을 위한 과제 해결을 위해 직접 행동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자본의 이익만을 추구하다 보면 결국 인간이 필요 없는 사회가 되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교육의 성과
저는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한국 사회의 발전과 과제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하여 교육의 관점에서 견해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는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공식 인정하였습니다. 선진국이 되었다는데도 이런 사실을 알리는 언론 보도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1964년 1억불 수출을 기념해서 수출의날을 만들었고, 1977년 수출 100억불을 달성했을 때는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국가적인 경사로 기념하였습니다. 그 시절을 생각해보면, 유엔이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인정하였다는 사실은 단군 이래 최대 경사로 홍보를 했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나라가 조용했던 것은 우리 국민이 물질적 풍요를 누리며 이미 선진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 사실을 공식화하는 것에는 별다른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인력자원을 빼면 부존자원이 거의 없는 자원 빈국입니다. 교과서에서 우리나라를 광물의 표본실이라고 배운 기억이 있습니다. 한국이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것은 뭐니뭐니 해도 교육의 기여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문맹율이 1% 미만이 되는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입니다. 미국은 영어를 읽고 쓸 줄 모르는 사람이 10%쯤 된다고 합니다. 많이 배운 사람일수록 안목이 높아져서 새로운 것을 쉽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생활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노력합니다.
국제사회가 선진국으로 공식 인정할 만큼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 몇 개 분야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는 경제 규모입니다. 2021년 통계로 국내 총생산(GDP)이 세계 10위를 차지했고, 수출 총액은 6400억 달러에 이릅니다. 이탈리아, 캐나다, 브라질, 호주 등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두 번째는 군사력입니다. 군사력은 조사 발표하는 기관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미국의 세계 군사력 평가단체인 GFP에 따르면 세계 6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자주포, 전차, 장갑차, 다연장 로켓, 초음속 전투기, 군함 등을 만들어 파는 무기수출 강국이 되었습니다. 폴란드에 전차 1000대, 자주포 600문, 경전투기 48대 등의 수출 계약을 완료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재래식 무기 체제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은 1980년대 말 세계의 냉전 구도가 해체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무기 개발을 소홀히 할 때 우리는 북한과 적대 관계를 유지하면서 무기 개발에 힘을 쏟았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 번째는 제조업 경쟁력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교육수준이 높고 손재주가 좋아서 무엇이든지 잘 만들어 냅니다. 제조업 경쟁력이 세계 5위(미, 중, 러, 불, 영)이고, 메모리 반도체, 선박 생산은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조선은 전 세계 수주량의 60% 이상이고, 반도체는 2021년 기준 19%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네 번째는 우리나라가 문화적으로 전 세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나라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선진국은 경제력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강한 나라이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이에 걸맞게 K-팝,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등에서 세계 문화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말과 글을 배우기 위하여 밤을 지새우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종합적인 국력에 대한 평가를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나라는 5년 전인 2018년에 이미 30-50클럽 가입하였습니다. 30-50클럽은 국민소득 3만 불 이상이고 인구가 5000만 명 이상인 나라를 이르는 말입니다. 1992년에 일본이 최초의 국가가 되었고, 1996년에 미국, 2004년에는 영국, 독일, 프랑스 세 나라가 가입하였고 2005년에 이탈리아가 가입하였습니다. 앞서 말한 미국, 일본 등 7개 나라는 과거 20세기 제국주의 시대에 식민지 쟁탈전을 벌였던 식민지 종주국들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일제의 식민지가 되어 가혹한 수탈을 당하였고, 해방 후에는 국토가 분단되어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민족상잔의 처절한 전쟁을 겪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과거 제국주의 식민지 종주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미국 주간 뉴스매거진/ 유에스 뉴스앤드 월드리포트는 한국을 '2022년 전 세계 가장 강력한 국가' 6위에 선정했습니다. 전통의 강대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 중국, 러시아,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이 10위 권을 형성한 가운데, 1년 전에 8위였던 한국이 이번에는 일본을 8위로 밀어내고 초강대국의 5위권에 근접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 사회의 그늘
지금까지는 우리나라가 해방 이후 교육의 결과로 이루어온 성과에 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나라가 경제발전 과정에서 미쳐 챙기기 못한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 그중 몇 가지만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엘리트 부패 카르텔”이 지배하는 나라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검사, 판사, 모피아 등이 부패 사슬을 만들어서 공정한 사회 발전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엘리트 부패 카르텔이라는 말은 제가 지어낸 말이 아닙니다. 미국의 정치학자, 뉴욕주 콜게이트대학교, 마이클 존스턴 교수가 국가별 부패 유형을 네 가지로 분류하였는데 한국의 부패는 이탈리아와 함께 제3유형으로서 “엘리트 카르텔형”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분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한국 부패 유형은 매우 흥미롭다. 엘리트 카르텔 유형이다. 많이 배운 자들이 조직적으로 뭉쳐, 국민을 등쳐 먹는다."
한국을 제3유형이라고 하였는데, 제1유형은 독재형 부패로서 인도네시아가 여기에 해당되고, 제2유형은 족벌형 부패로서 러시아, 필리핀 등이 해당 됩니다. 그리고 제4유형은 시장 로비형 부패로서 미국, 영국, 캐나다, 일본이 이에 해당 된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출산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202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출산율은 0.87을 기록했습니다. 1 이하는 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합니다. 참고로 세계 평균 합계 출산율은 2.31이고 중국은 1.18, 일본은 1.3, 미국이 1.8입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해마다 인구가 대전시 하나씩 증가한다’고 걱정했고,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무턱대고 낳다 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 이런 구호로 산아제한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출산율이 계속 낮아지면 국가가 성장 동력을 잃게 되고 국가 경쟁력이 낮아져서 국민 생활이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합니다.
세 번째는 물질만능과 인명경시 풍조가 도를 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해마다 다른 사람의 손에 죽어가는 사람이 1200명이 넘고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 나오는 흉악 범죄는 사회악에 대한 우리의 상식과 인지허용의 범위를 초월하고 있습니다. 자살율도 OECD 국가중 최고를 기록하고 있고 특히 노인 빈곤율과 자살율이 월등하게 높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대부분의 노인이 가족을 떠나 요양병원에서 생을 마감하고 있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네 번째는 양극화와 일자리 감소입니다. 일자리 감소는 취업난을 가중시키고 경제적 빈곤을 재생산합니다. 소득격차는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부익부 빈익빈에 따르는 차별의식은 우리 사회의 분열의 골을 점점 깊게 만들고 있습니다.
다섯 번째는 세대, 이념, 지역의 차이에서 빚어지는 사회적 갈등 상황입니다.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 이대남 대 이대녀, 보수와 진보, 도시와 농촌, 전라도와 경상도라는 이분법적 대립을 만들어 내고 이를 이용하여 정치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여섯 번째는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공동체 문화의 소멸과 전통의 단절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농촌인구는 전체 인구의 4.5%도 안 됩니다. 이웃이 사라지고 공동체 문화가 소멸된 익명 사회는 사람과 사람의 연결고리가 끊어져서 개인을 소외시키고 결국은 하나의 섬으로 고립시켜 버립니다.
끝으로 남북의 적대적 대치에 따르는 국민 불안과 국방비 지출 그리고 남북문제를 바라보는 인식에 따른 내부 갈등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남북의 화해와 교류협력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남북의 갈등이 고조되고 전쟁의 위협마저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루빨리 분단 체제를 극복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길입니다. 우리는 지금도 예비군을 포함하여 330만 대군을 유지하고 있고 금년에도 국방 예산으로 57조원 이상을 편성하였습니다.
우리 교육이 할 일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를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게 한 것이 교육의 힘이었듯이, 우리 사회의 해결해야 할 과제도 교육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우리 교육은 잘살아보자는 외침을 현실로 구현하고자 하는 교육이었습니다. 물론 잘사는 것은 물질적 풍요를 뜻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잘 사는 것이 어찌 부의 축적이라고만 할 수 있겠습니까? 부를 축적한 것으로 인류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부자 중에서도 자신의 재산을 다른 사람을 위해 쓴 사람만이 이름을 남깁니다. 잘 산다는 것은 물론 부자로 사는 것이지만, 사람으로 태어나서 사람의 도리를 다하고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입니다.
이제부터 우리 교육은 물질적으로 잘 사는 사람이 아니라 ‘건강한 정신으로 사람의 도리를 다하는 사람’을 기르는데 그 목표를 두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앞으로의 우리 교육은 첫째, 배움을 실천하는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경상남도 산청군에 가면 한국 선비문화 연구원이 있습니다. 지리산 천왕봉이 보이는 그곳에 자리를 잡고 제자를 길러냈던 남명 조식 선생의 유지를 받들어 후대에 그분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한 곳입니다. 조식 선생은 “학문은 실천을 통하여 그 빛을 발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배움을 실천하는 인격자를 기르는 데 힘을 쏟았다고 합니다. 그 결과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그분의 제자 대부분이 의병장이 되어 왜군과 싸웠습니다. 홍의장군 곽재우도 남명 선생의 제자입니다.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따라 벼슬만 탐하는 관리가 되기도 하고 초야에 묻혀 살더라도 사람의 도리를 다하고 나라가 어지러울 때 목숨을 걸고 싸우는 사람이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지성인이 없다고 한탄하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지성인은 배움을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지금까지의 학교 교육이 배운 것을 실천하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단지 학력이 높은 사람 또는 저 혼자 부자로 잘사는 사람을 만드는 데 힘을 쏟았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학력보다는 능력을 길러주는 학교로 교육이 바뀌어야 합니다. 한국 사회는 근대로 넘어오면서 신분제도가 철저히 붕괴되고 이 자리에 학벌이라는 것이 새로운 신분 체계로 자리잡았습니다. 학교는 물론 사회에서도 고학력자를 지나치게 우대하면서 그들에게 사회적 지위와 물질적 재화를 몰아주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학력이 능력을 대신하는 말이 되어버렸습니다. 학력이 바로 능력이라는 인식을 갖게 한 것은 바로 학교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각자의 타고난 능력을 존중하고 길러서 그것이 사회에서 동등한 평가를 받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능력주의라는 말이 있습니다. 출신이나 가문이 아니라 실적과 능력에 따라서 지위나 보수가 결정되는 사회 체제를 뜻합니다. 그런데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는 한국의 능력주의를 시험능력주의라고 불렀습니다. 시험성적이 능력으로 통하는 한국사회의 구조를 대변하는 말입니다. 시험 성적을 개인의 모든 능력으로 평가하는 학교 문화를 바꾸는 데서 교육 개혁을 시작하여야 합니다
세 번째는 관계성의 회복입니다. 너와 내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라는 테두리 안에서 공존한다는 생각을 갖게 하여야 합니다. 앞에서 공동체 문화가 사라지면 개인은 소외되고 파편화되어서 하나의 섬으로 존재하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말에도 어느샌가 우리라는 말이 점차 사라지고 나를 강조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 딸, 우리 가족, 우리 남편 하던 말이 점점 사라지고 내 딸, 내 가족, 내 남편이라는 말이 더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다름을 인정하는 포용성, 교양, 준법의식을 길러주어야 하고 이익 공동체가 아닌 운명 공동체로 인식하도록 이웃과의 유대를 강화하여야 합니다.
마지막은, 새로운 가치판단의 기준을 확립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대나 지역에 따라 그 사회를 지탱하고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종교, 관습, 전통, 법령 등이 있습니다. 근대 이전에는 삼강오륜이라는 덕목을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하는 유교적 사회질서가 있었습니다. 그러한 가치관이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의 공통된 가치관이 붕괴되고 목적의식이나 이상이 상실됨에 따라 사회나 개인에게 나타나는 혼돈 상태”를 아노미라고 합니다. 우리 사회가 급격한 변화를 겪으면서 아노미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합리적 이성과 지식의 타당성 그리고 역사의 진보성을 기초로 하는 모더니즘적 사고가 퇴조하고 이른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가 도래하면서 모든 가치판단의 기준이 보편성을 상실하고 개인의 생각으로 수렴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노미를 극복하고 기존의 질서를 뛰어넘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마무리
지금까지 한국 교육이 이루어낸 성과와 함께 우리 사회의 해결해야 할 과제 그리고 앞으로 우리 사회와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하여 저의 소견을 말씀드렸습니다. 우리나라의 미래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실천하는 지성인과 시대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가진 리더가 많이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는 우리 학교교육이 이런 지성인과 리더를 기르는 일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