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잣대와 행정편의주의, 공복(公僕)의 주인노릇
민선 8기 평택시(정장선 시장) 행정이 임기 1년을 남기고 점점 수렁에 빠지는 분위기다. 혁신플랫폼에 필요한 인재는 짐 싸서 나가고 수도권 특정 쓰레기만 모인다는 비아냥에 과거 관선 행정과 달라진 게 뭐냐는 볼멘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게다가 평택의 21개 지역에서 도시개발이 진행되면서 인허가 관련 민원도 끊이지 않고 있다.
2016년 초, 소풍정원 초입에 있는 바람새마을 영농조합(이하 “바람새”라 부름)은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라 부름)와 임대차계약을 맺고 야영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람새 측이 최철규(목공 명인)의 편백 체험장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캠코 측에 통지하지 않고 무단으로 전대차 계약을 맺었고, 그해 11월 평택시는 최철규를 고발하게 된다.
2016년은 평택시가 소풍정원의 기본시설을 마련,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야영장과 부대 시설만으로는 집객 효과가 약해서 창의적인 콘텐츠를 찾고 있었다. 이때 바람새 측이 편백 체험장을 유치하여 공원 활성화를 도모한 것이다. 해당 토지에 아무 권한이 없는 바람새 측이 임대차계약을(사실은 전대차 계약) 체결했고, (권리가 있다고 믿은) 최철규가 이 땅에 비닐하우스를 무단설치하여 편백 체험장을 운영하게 된 것이다.
그해 11월 평택시청 공원과는 불법 건축물에 대해 고발 조치하였고, 캠코 측은 전대차 계약의 불법성을 근거로 바람새와의 임대차계약을 해지하였다. 검찰의 약식기소와 법원의 판결에 따라 최철규는 벌금 80만 원을 내고 나서 별도의 계고처분이 없자 2017년 5월 캠코와 정상적인 임대차계약을 맺고 편백 체험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특히 2년 6개월이 지나도록 평택시의 계고처분이 없자 평택시의 추인으로 오인하고 교육 및 상업 시설로 활용하게 된다. 실제 캠코와 편백 체험장 간 임대차 계약서도 상업 시설로 계약되어 있었다. 하지만 평택시의 2차 고발과 이어진 행정법원, 대법원 소송을 거치며 최철규는 패소했고, 이제 철거와 원상회복만 남겨두고 있다. 이에 최철규는 “이제 지쳤다. 해달라는 대로 해주고 평택을 떠나고 싶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그런데, 대법원판결이 있고 난 후 평택시의 내부문서 한 장이 공개되면서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게 된다. 해당 문서가 공개되면서 편백 체험장의 불법성 여부를 지켜보던 시민단체들이 공무원들의 이중행태를 밝히자는 쪽으로 바뀐 것이다.
이 사건의 법적 근거는 2016년 11월 10일 평택시가 접수한 1차 고발장에 모두 들어 있다. 적용법조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53조1호와 2호, 같은 법 제20조 1항, 제24조 1항이다. 여기서 대법원까지 일관되게 적용된 법조문이 제53조1항이다. 1차 고발장에서도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1항에 의거 평택시장의 전용허가를 받아야 하나 피고발인(최철규)은 적법한 위탁 또는 인가절차를 거치지 않고 체험시설(공작물)을 설치 운영하며, 관련 물품의 판매 및 홍보 등의 행위를 하기에 고발“한다고 되어 있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24조 1항은 ”도시공원에서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장 또는 군수의 점용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다. 이것을 제24조 5항과 비교해보자. 같은 법 제24조5항에는 ”... 경우에는 제1항에 따른 점용허가를 생략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점용허가를 생략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바로 이 두 법조문에서 동일 사건에 이 조항을 적용하거나 저 조항을 적용하는 편의주의가 일어나게 된다.
행정편의주의뿐 아니라 공무원의 자의적 법 해석과 집행 문제도 있다. 2016년 11월 1차 고발을 통해 계고처분을 해야 할 공원과는 약 2년 6개월 동안 아무런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당시 공원과에서 해당 업무를 담당했던 주무관은 “실시인가가 나서 보상을 들어갈 단계라면 어떤 조처를 했겠지만, 계획 변경 때문에 해당 토지가 개발에서 빠질 수도 있었기 때문에 계고처분을 유보했던 사안”이라고 했다. 또 “2017년 5월에 작성된 캠코와 편백 체험장 간의 대부계약 상에 이미 평택시가 원하는 모든 조건이 들어 있어서 굳이 계고처분을 집행할 필요가 없었다”고도 했다. 정말 그런 이유였을까? 그렇다면 이는 공무원이 개인의 자의적 판단으로 집행을 유보함으로써 편백 체험장이 이익을 취하도록 했으므로 업무상 배임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새롭게 밝혀진 내부문서는 이 사건이 공무원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평택시청의 행정적 판단이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그럼에도 개인 일탈로 넘기려는 평택시의 대응이 문제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본지에서 입수한 <공원과-16452(2017.11.27)>이라는 공문서의 『검토의견』에서는 ”2.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24조(도시공원의 점용허가) 5항에 의거 점용허가 생략이 가능하다“고 기재되어 있다. 이 문서가 공개되면서 비로소 제24조 1항에 의거 점용허가를 받지 않아 불법시설물이라고 고발했던 평택시가 2년 6개월간 계고처분이나 원상회복 조치를 왜 집행하지 않았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즉, 2017년 11월에는 평택시가 내부적으로 “점용 허가 생략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2017년부터 2019년 5월까지는 평택시가 점용허가 생략이 가능하다는 견해를 유지하다가 갑자기 2019년 6월 3일에 2차 고발장을 접수하면서 같은 법 제24조 1항을 근거로 ”점용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하였다. 동일 사안에 대해 1차 고발에서는 같은 법 제24조1항을 적용하여 고발하고, 내부적으로는 제24조5항을 적용하여 점용허가를 생략하여 2년 6개월간 묵인하다가 20019년 6월 3일에는 다시 제24조1항을 적용하여 점용허가를 받지 않았으므로 불법이라고 고발했다. 소송 중에 평택시는 자신들이 생성한 내부자료는 공개하지 않았다. 시민사회재단의 조종건 공동대표는 ”법을 우롱한 것인지 법원을 우롱한 것인지는 평택시를 고발해봐야 알 수 있는 진실 찾기”라고 말한다. 공무원의 법 집행은 엄격하고 명확하여 이론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 하지만 도시개발 과정에서도 법을 초월하는 행정 만능주의와 자의적 법적용이 난무하고 있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자치행정의 법 기준마저 내로남불이라는 시민단체들의 경고에 대해 평택시가 스스로 자정의 길을 찾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