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포럼(공동대표 김종기 김훈)이 지난 8월 27일(금) 평택대학교 피어선빌딩에서 백승종 교수를 초청하여 “평택! 대선의 길목에서 시대정신을 품다” - “삼봉 정도전의 민본사상”을 주제로 역사특강을 진행했다. 백승종 교수는 정도전은 당시 고려말, 조선초 역동적인 동아시아에서 조선 500년의 기반을 다졌고, 토지개혁을 통한 자영농민(중산층) 중심국가건설과 공정한 인재등용 등을 통해 백성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선도적으로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주요 발제와 토론내용은 다음과같다.
▪백승종 교수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정도전은 노비출신으로 원나라의 개방적 분위기에 힘입어 벼슬길에 오른 이념으로 무장된 최초의 정치가이며, 신념에 찬 인간이었다. 원나라는 ‘미국’이전의 “미국”이었으며, 과학기술의 천국이었고, 세계화 이전의 세계화를 이루었다.
정도전은 원-명 교체기에 새로운 나라를 꿈꾸며 함주(함흥)에 있던 이성계를 찾아가 조선500년의 큰 기틀을 설계하고 개혁정책을 추진했다. 정도전은 600년전 민본정치의 큰 틀을 세웠으며 “백성이 가장 귀하고 군주는 가장 가볍다”는 경구를 남겼다. “당시 가난한 사람들은 송곳 꽂을 땅도 없게 됐다“고 할 정도로 지주제를 문제 삼고, 자영농 위주의 세상을 꿈꾸고 토지의 재분배를 꾀했다.
정도전 정치사상의 핵심은 ▸자영농민(중산층) 중심국가 ▸도덕/윤리 중심으로 사회질서 재편 ▸고시위주로 인재등용 ▸보편적 공교육실시 ▸보편복지제도의 실시 ▸공부하는 왕, 실력있는 신하 였다. 정도전은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회건설을 목표로 하였고, 대국도 두려워하지 않는 기개를 지녔으며, 강한 의지와 실천력을 겸비한 정치가이며, 사상가였다.
▪김훈 공동대표
역사특강은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과 나라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기획하게 되었다. 원균과 이순신 장군의 애민정신, 삼봉 정도전의 민본사상 그리고 어사박문수의 위민사상은 백성이 나라의 주인이고, 백성이 잘 살아야 나라의 존재의미가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아울러 원균 장군, 삼봉 정도전과 어사 박문수는 모두 평택과 직,간접적인 인연이 있는 인물들로 지역에서 꾸준히 관심을 갖고, 배우고 선양해야 한다.
▪조종건 시민사회재단 공동대표
과거의 역사란 오늘의 문제를 풀기 위한 지혜의 보고(寶庫)라고 할 수 있다. 600여 년 전 고려말이나 오늘날 대한민국의 토지문제가 극단의 불평등을 낳고 있는 유사점에 놀랍다. 조선왕조의 탄생 명분에 토지개혁이 그 중심에 있었고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해결의 기미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매우 이상하다. 고려말처럼 한국 사회는 토지, 부동산에 의한 극단의 불평등을 낳고 있고 이것이 국민 분노의 도화선이 되었다.
전국을 파탄지경에 이르게 한 범인들은 부동산 관련 여야 정치인의 문제이면서 장기간 이 문제를 다룬 무책임한 국토부 부동산 관련 공무원의 문제를 깊이 들여다봐야 할 일이다. 또 다른 한편 시민세력의 결집력 약화도 작용하고 있다.
사실 평택에 56만의 시민이 있다고 하지만 자세히 보면 자기만 생각하는 개인이 압도하는 사회 아닌가. 특히 평택에서 부자의 의무가 거의 실종상태다. 이런 구조에서 한국 사회에 위기가 닥쳤을 때, 지역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기초단체의 시민들이 어느 정도일지, 평택은 어느 정도일지 고민스러운 상황이다. 불평등 해소를 위해 만들어진 시민사회재단은 이 면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김종기 공동대표
백승종교수의 제2차 역사특강인 [삼봉 정도전의 민본사상]은 가슴을 뛰게 하는 시간이었다. 백승종 교수의 역사특강을 들으면 마치 어두운 길에 불을 밝히는 것 같다. 길을 헤매다 지도를 펴는 것처럼 구체적이고 실용적이다. 풍부한 원천사료에 대한 직접적 접근 그리고 심도 깊고 균형 잡힌 해석을 통해 수백년 전의 사건을 마치 현재 우리의 일상처럼 느끼고 이해하게 한다. 그리고 오늘의 우리를 성찰하게 한다. 오늘 우리가 처한 상황의 좌표적 명료화이다.
삼봉 정도전 선생을 만나니 전율이다. 600년전 선생이 처했던 시대적 상황이 현재 우리의 상황과 놀랍게 오버랩 된다. 원과 명의 교체라는 국제환경이 미·중 패권전쟁을 연상케 하고, 당시 소수 문벌에 의한 토지의 독점과 사회적 모순의 심화는 경제력과 생산력의 독점화와 양극화라는 현대사회의 핵심모순과 다를 바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역사특강에서 내가 새롭게 느낀 점은 우리 내부의 모순을 우리 자신이 바꾸어 냈다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인식이다. 고려말 개혁세력이 세계패권의 변동기라는 첨예한 국제환경에서 국가가 처한 사회 내부적 모순과 외부적 위협을 새로운 이념, 새로운 제도, 새로운 비전의 국가틀로 바꾸어 냈다는 역사적 사실이다.
역사특강을 통해 600년전 정도전 선생이 꿈꾸고 설계했던 세상이 여전히 현재의 우리를 규율하는 동력이며 동시에 사슬임도 소스라치게 놀랍다. 우리는 선생의 꿈을 넘어서는 더 높은 세상으로 나가야 할듯하다. 혁신의 역동성, 특권과 독점의 거부, 국민이 곧 국가라는 확고한 민주주의 토대위에 보다 개방적이고 다원적이며 포용적인 혁신의 사회이고 국가이다. 그것이 “이 나라의 진정한 주인은 백성이다”한 삼봉 정도전정신의 현대적 계승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