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하식 박사 연재칼럼(7)】 여행의 즐거움과 어려움
    • 조하식수필가시조시인 PhD

      -조하식(수필가•시조시인, Ph.D.)-

        즐거움이야말로 여행의 목적 가운데 핵심일 것이다. 그러기에 어려움도 따르기 마련이다. 필자의 경우 현역 시절에는 주로 직장의 휴가 기간에 맞춰 신청한 여행지의 모객이 되지 않아 못 갔고, 은퇴한 뒤에는 생각만큼 건강이 따라주지 않아 자주 나서지는 못하고 있다. 다행히 여비는 핑곗거리에 포함하지 않을 정도니, 그래도 노후 가계경제는 대비가 잘된 축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고 보니 하나가 더 있다. 동반자의 동의를 구하는 일이다. 돌이켜보면 아내는 젊은 시절 건강이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난 늘 짝꿍의 몸 상태를 살펴야 했고 일정을 잡는 데 신중해야 했다. 한때는 무사히 돌아오는 일 자체가 실시간 당면한 과제였으니 말이다. 물론 지금은 남들이 몰라볼 만치 살도 오르고 웬만한 여정은 무난히 소화할 수 있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 덕분에 주마간산 격이나마 바지런히 돌아다닌 나라가 70여 개국에 이른다. 이제는 차일피일 미루던 초장거리 여행계획도 코앞에 두게 되었다. 그렇다면 내 경우 여행의 3요소는 첫째가 건강이요, 그다음이 시간이며, 금전은 셋째인 셈이다.

        어언 내 나이 고희를 앞둔 시점에서 곰곰이 옛일을 떠올려보면 어느 해외 가이드 말마따나 여행은 가슴이 떨릴 때 가야지 다리가 떨릴 때 가면 곤란하다는 우스갯소리가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응당 세월에 장사가 없다는 말을 실감하는 중이다.
        아닌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여건상 주로 패키지여행을 다니다 보니 가장 중요한 게 팀복이라는 말에는 틀림이 없었다. 실제 쾌청한 날씨에 살갑게 안내하는 가이드와 더불어 정담을 나눌 만한 말동무를 만날 적에는 행복감이 더했다. 그럴 때는 기분이 상승기류를 타고 올라가 재충전이 배가되면서 덩달아 팀 분위기에도 훈훈한 바람결을 타곤 하였다. 한쪽에서 터뜨린 파안대소가 일시에 전체로 퍼져나가는 보편적 경험칙이랄까?
        반면에 상궤를 벗어날 만큼 사나운 팀원을 만나는 날에는 유람이고 뭐고 불편함을 넘어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나더라는 토로다. 굳이 그 유쾌하지 않은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털어놓을 필요는 없을 테고 해서 그냥 넘어가긴 하지만, 여행의 즐거움이란 상수에는 십중팔구 그에 따른 어려움이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는 경계심만은 되도록 풀지 말라는 게 이제까지 얻어낸 교훈이다.

        그럼 모두가 꿈꾸는 여행이란 어떤 것일까? 필자 나름대로 펼치는 수사를 총동원한다면, “여행은 어제의 그리움을 오늘의 발걸음으로 채워 다가올 나날들로 옮기는 설렘”이 아닐까 한다. 적잖이 작위적이라면 냉큼 치워버리시고 솔찬히 솔깃하다면 호주머니에 담아두시라고 드리는 말씀이다. 이는 내 깜냥에 시나브로 쌓이는 감흥만은 그러고 싶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거기서 나란 여행자에게 필요한 것은 첫째는 견문이다. 진부하게 여정과 감상 사이에 끼어드는 요소를 소환하려는 심산은 아니다. 단지 일상을 떠나 새로운 시공간에서 접하는 일거수일투족은 전연 몰랐거나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문물에 관한 생각을 나름대로 정리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만일 이러구러 귀찮다는 핑계로 보고 듣는 게 미미한 활동의 연속이라면 그만치 한 자연인의 지각은 뒤처질 수밖에 없어서다.
        바쁜 교단생활 중에도 역설적으로 지치지 않았거니와 틈새만 벌어지면 파고드는 안일함을 물리친 건 여행 덕분이었다. 비록 크게 미진하기는 하되 만 15년을 넘기며 매주 연재하는 동력이 채 시들지 않은 까닭이요, 그걸 긁어모아 십수 권의 문집을 펴낸 자료의 보고다.

        이제 다섯 권째 『글로 남긴 지구촌 여정』을 펴내려 한다. 이를테면 각론에 들어가기 전 여러 나라를 바지런히 탐방한 결과물이다. 다만 아무리 간단한 글월마저도 저절로 이뤄지는 건 없었다는 점이다. 힘든 만큼 얻어내는 기쁨이 있기에 이어가는 일이다. 앞으로도 체력이 달리지 않는 한 세계 및 경향 각지의 답사도 마다하진 않을 참이다.
        한 가지 명백한 사실은 국내외 명승지 투어에 따르는 즐거움보다 어려움이 커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즐거워야 마땅할 여행을 두고 여러모로 고민스러울 만큼 굳이 위험부담을 안고 갈 이유는 없다는 전제에서다. 앞서 밝혔듯이 심신의 건강 상태가 여행 성사의 최대 관건일 수밖에는 없다. 그것이 자기가 사는 집을 떠나 유람하는 일, 곧 아름다운 경치나 이름난 장소를 돌아다니며 구경하기 위해 객지를 두루 돌아다니는 목적에도 부합한다고 본다.
        희망 사항은 다양한 사람들이 추구하는 다목적 여행군단을 꾸리는 일이다. 연륜을 불문하고 삶의 활력소를 얻자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최소한의 교집합은 가능하지 않겠나 기대하며, 목하 현실 충족형 역사문화탐방을 지속해볼까 구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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