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인칼럼】 시대의 병을 고치는 글, 시민의 펜에서 시작된다
    • 조종건
      조종건


      정치는 정의의 실현이고, 경제는 이익의 실현이며, 문화는 자기실현이다. 그러나 오늘의 한국 사회는 이익실현의 쓰나미 속에 정의도, 자기실현도 길을 잃었다. 이 시대의 병을 고칠 수 있는 것은 거창한 제도가 아니라, 시민의 펜이다.

      한눈에 보는 요약

      문제의식|이익실현에 매몰된 사회, 정의와 공동체의 실종
      핵심사상|글쓰기와 실천을 통한 시민의 각성, 집단지성의 복원
      결론|“시대의 병은 시민의 글로부터 고쳐진다” — 주간시민광장의 지향

      정치는 정의의 실현이고, 경제는 이익의 실현이며, 문화는 자기실현이다. 선진사회란 정치와 경제, 문화가 서로를 견제하며 조화롭게 공존하는 사회다. 그러나 오늘의 한국은 이익실현이라는 쓰나미 속에서 사회를 지탱하는 상호 존중과 신의도, 정의의 실천도, 자기실현도 실종됐다.

      정치는 이익 실현의 장이 되면서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전락해 신뢰를 잃었고, 진실은 쉽게 왜곡된다. 법원 역시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채, 이익 실현에 기댄 법만능주의로 사회의 온기를 메마르게 만들었다. 이렇게 제도권의 신뢰가 무너진 자리에서 지역 공동체의 자정 능력 또한 힘을 잃고, 이제는 효력 잃은 공문서처럼 빛을 잃어가고 있다.

      강아지는 가족의 일원이 되었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먼 친척이 되었다. 요양원은 ‘현대판 고려장’으로 불리며, 인간소외의 현실을 드러낸다. 한국의 부는 60세 이상 노인에게 집중돼 있지만, 그들의 기부는 미미하다. 공동체의 순환이 끊긴 사회, ‘인간실종의 시대’를 체험하고 있다.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견디지 못하는 세상. 권리는 내 것이고 책임은 남의 것이라는 기이한 문법이 굳어졌다. 은행 폭리를 막아달라는 국민청원이 이어지고, ‘위험의 외주화’가 윤리경영의 미명 아래 지속된다. 그러나 이를 바로잡을 시민세력은 여전히 무력하다. 결국 한국 사회는 저출산과 인구절벽(0.81명)의 벼랑에 서 있다. IMF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는 이를 ‘집단자살 사회’(collective suicide society)라 불렀다.

      글로 세상을 고치려는 용기

      “용기를 내어 그대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머지않아 그대는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프랑스의 지식인 폴 발레리(Paul Valéry)의 말이다. 그가 말한 ‘지성의 병기고’는 생각하는 시민, 즉 스스로 시대를 고치는 사람을 뜻한다.

      1898년, 프랑스 신문 『로로르(L’Aurore)』에 실린 에밀 졸라(Émile Zola)의 공개서한 「나는 고발한다」는 단 하루 만에 파리를 뒤흔들었다. 무고한 유대인 장교를 변호하며, 그는 권력의 불의에 맞선 ‘시민의 펜’이 되었다.

      체코의 마사릭(Masaryk) 역시 군중의 광란 속에서 억울한 유대인을 변호했다. 그는 ‘체코의 졸라’라 불렸다. 이들의 글은 단순한 항의가 아니라, 진실과 정의를 향한 인간의 초월이었다.

      집단지성의 광장, 시민이 쓰는 정의의 문장

      오늘 우리 사회에도 새로운 ‘정의의 문장’을 쓸 공간이 필요하다. 주간시민광장은 그런 집단지성의 글쓰기 공간을 꿈꾼다. 시대의 병을 진단하고, 시민의 실존을 해석하며, 진실과 실천이 만나는 공론장을 열고자 한다.

      “철학은 세계를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변혁하는 일”이라 했듯, 시민의 글쓰기도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실천의 시작이다. 생각만 하는 개인이 아니라, 행동하는 시민으로 거듭날 때 우리는 이익의 시대를 넘어 정의의 시대를 쓸 수 있다.

      시민의 펜이 역사를 바꾼다

      100년 전, 에밀 졸라의 글이 세상을 일깨웠듯, 오늘 시민의 펜이 남기는 문장 또한 현재와 미래 세대를 변화시키는 씨앗이 되리라 믿는다. 주간시민광장은 그런 희망의 공론장이 되고자 한다. 불평등과 냉소, 체념을 넘어 정의와 연대의 언어를 쓰는 공간,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향하는 ‘시민의 펜’의 시대다.

      시대의 병을 고치는 일, 그 시작은 바로 당신의 한 문장, 당신의 용기 있는 글쓰기에서 비롯된다.

      ※ 이 칼럼은 시민이 주체가 되는 집단지성의 공론장을 지향하는 『주간시민광장』의 창간 철학과 사회적 실천정신을 담고 있습니다. 본 글은 2021년 11월 25일자 『주간시민광장』 지면에 게재된 발행인 칼럼으로, 이번에 온라인판에 수정‧보완되어 최초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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