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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 ‘제주의 자연과 함께한 10년’ 이니스프리 모음재단이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재단은 창업주 고(故) 서성환 선대 회장의 ‘제주의 돌 하나, 나무 한 그루도 원형 그대로 보전해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제주의 자연과 사람을 지키는 공익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다. 2023년 재단은 제주 도민들에게 황근 묘목을 배포했다. 도민들은 가정에서 묘목을 키운 뒤 2024년 비양도에 함께 심으며 생태 복원에 참여했다(사진=이니스프리 모음재단) |
[제주=주간시민광장] 조종건 기자
한눈에 보는 핵심
• 설립 10주년: 2015년 100억 원 기부 약정으로 출범
• 생태 보전: 13개 오름 탐방로 정비, 1만 그루 나무 심기
• 도시숲·복원: 비양도 생태복원·사라노을숲 조성
• 환경교육: 60개 학교·3,300명 ‘그린클래스’ 운영
• 문화확산: ‘어승생오름’ 조사·도서·전시, 2만4천 명 관람
• 시상사업: ‘제주 그린어워드’ 수상자 26명, 장학금 1.74억 지원
• 시민참여: 10주년 ‘모음:다음’ 공모전·SNS 이벤트 진행 중
이니스프리 모음재단이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10년 동안 재단은 제주 곳곳에서 오름 정비, 숲 복원, 환경교육, 문화 프로젝트, 시상사업까지 ‘제주다움’을 지켜온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며, 자연과 사람을 연결하는 민간 생태 보전 모델을 구축했다.
이니스프리 모음재단(이사장 이진호)이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재단은 2015년 아모레퍼시픽그룹 이니스프리가 100억 원 기부를 약정하며 출범했으며, 창업주 고(故) 서성환 선대 회장이 강조한 ‘제주의 돌 하나, 나무 한 그루도 원형 그대로 보전해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다양한 공익 활동을 펼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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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니스프리 모음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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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 보전: 1만 그루의 숲을 일군 시민 참여
지난 10년 동안 재단은 제주 전역에 1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1만여 명의 도민·자원봉사자·활동가들과 함께 생태 복원 작업을 진행했다.
2016년부터는 13개 오름(총 9,420㎡) 탐방로 정비를 진행해 폐타이어 매트를 친환경 야자매트로 교체하고, 솔오름·남송이오름 등에서 정화 활동과 식재 활동을 이어왔다.
또한 제주도·제주시와 협력해 ‘500만 그루 나무심기’를 추진하고, 비양도 생태복원 프로젝트를 통해 멸종위기종 황근 복원과 해양쓰레기 수거 활동을 이어가는 등 민관 협력 모델을 확장했다.
2024년에는 제주 첫 기업참여형 도시숲 ‘사라노을숲’을 조성하며 지역상생형 기후대응 사례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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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니스프리 모음재단) |
■ 교육·문화 확산: 미래세대의 ‘제주 감수성’ 키우다
환경교육 프로그램 ‘그린클래스’는 2019년 개설 이후 60개 학교·3,300여 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제주대학교 융합디자인학과, 서귀포시 어린이집 교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예술·환경 융합형 교육 프로그램으로 발전했다.
제주의 자연유산을 기록한 ‘어승생오름, 자연을 걷다’ 프로젝트는 2021년 연구 지원을 시작으로 2023년 도서 출간, 2024년 제주·부산 전시로 이어져 2만4천여 명이 관람했다. 과학과 예술을 결합해 생태 가치를 시민에게 확산하는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 지속가능성 시상: ‘제주 그린어워드’
재단의 대표 사업인 ‘제주 그린어워드’는 제주 자연·문화 보전 활동을 실천해온 개인·단체를 매년 발굴·시상하고 있다.
2018년 ‘감귤장학금’, 2019년 ‘제주 헤리티지 과학상’을 기반으로 2023년 통합 운영된 이후 현재까지 26명에게 총 6,900만원의 상금, 116명의 예비 농업인에게 1억 7,4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수상자들은 이후 환경 프로젝트 ‘그린 아일 캠페인’에도 참여하며 ‘시상에서 실천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 다음 10년, 시민과 함께: ‘모음:다음’ 공모전
10주년을 맞아 재단은 시민참여형 프로그램 ‘모음:다음’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한다.
자연 보전, 생태 복원, 문화 콘텐츠, 환경교육 등 제주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아이디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공모 기간은 11월 19~12월 7일이며, 재단 인스타그램 링크를 통해 접수할 수 있다.
유튜브·SNS를 기반으로 한 10주년 기념 댓글 이벤트도 동시에 열린다. 응원 메시지를 남기면 추첨을 통해 기프티콘을 제공한다.
이진호 이사장은 “제주의 자연과 사람을 지켜온 지난 10년을 넘어, 이제는 모두가 함께 제주의 미래를 그려갈 때”라며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자의 시선
– ‘사회적 부채의식’이라는 렌즈로 본 10년의 의미 –
제주의 자연을 보전한다는 일은 누군가의 선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누구나 이 땅에 발 딛고 살아가는 순간부터, 우리는 자연과 공동체에 대해 일정한 ‘부채’를 지고 있다. 공기와 물을 누리며 살고, 길을 걷고, 누군가 가꿔놓은 숲의 그늘 아래 쉬는 동안 우리 모두는 이미 사회적 자산을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부채를 갚기 위한 행동은 일부 사람들의 특별한 봉사가 아니라 모두가 져야 할 기본적 책임에 더 가깝다.
지난 10년간 이니스프리 모음재단이 걸어온 길은 이런 사회적 부채의식을 현실에서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오름의 길을 다시 정비하고, 사라져가는 식물을 되살리고, 아이들에게 생태 감수성을 심어준 것은 단지 ‘좋은 일’이 아니라 우리의 부채를 조금씩 갚는 과정이었다.
특히 1만 명의 시민이 환경 활동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숲 하나, 오름 하나를 지켜낸 힘은 결국 “나는 사회로부터 받은 것이 많다”는 자각에서 출발한 시민들의 조용한 책임감이었다.
연구–교육–문화–시상–실천으로 이어진 재단의 구조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이는 자연과 지역사회에 대한 부채를 갚는 과정이 단발성 봉사로 끝나지 않고, 지속 가능한 문화로 번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어승생오름’ 프로젝트가 연구에서 도서로, 전시로, 다시 시민의 행동으로 확장된 과정 자체가 ‘부채의식의 문화화’라 부를 만한 장면이다.
이제 재단은 ‘모음:다음’ 공모전을 통해 다음 10년의 방향을 시민과 함께 모색하고 있다. 이는 누구나 제주의 미래에 대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나눠받은 자연 자산에 대해 무엇을 되돌려줄지 고민하라는 일종의 사회적 초대이다.
우리가 누린 만큼 돌려놓아야 한다는 원칙, 즉 사회적 부채의식을 가장 평범한 시민의 참여로 확장하는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자연 보전도,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도 그 기초에는 한 가지 질문이 놓여 있다.
“우리는 사회와 자연으로부터 받은 것을 어떻게 갚을 것인가?”
이 질문에 정면으로 답하려 했던 지난 10년의 노력이, 다음 10년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