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인칼럼] “아파트 갈등의 뿌리는 제도 실패 — 책임자를 공개해야 개혁이 시작된다”
    • 발행인 조종건
      (발행인 조종건)

      2025.11.26. 보도자료에 따르면, 경기도는 최근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 심의위원회’를 열고 ‘제22차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을 개정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삶을 뒤흔드는 핵심 독소 조항들은 여전히 손대지 않은 채 남아 있다. 개정을 했다고 하지만 현실은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아파트는 대한민국 인구 절반 이상이 살아가는 일상의 기반이다. 그런데 이 기반을 갈등과 혼란의 늪으로 밀어 넣은 규정들은 지금도 그대로이며, 그 조항을 누가 만들었는지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책임도 묻지 않았다.

      동대표회장은 규정을 어겨도 제재는 모호하고, 선관위는 절차를 어겨도 견제할 장치가 없다. 관리소장은 운영 전반을 좌지우지하면서도 책임 구조는 흐릿하다. 아파트를 화합의 장이 아니라 갈등의 장으로 만든 것은 바로 이 비정상적인 권력 구조다.

      문제는 더 있다. 갈등이 발생하면 관리소장이 중립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동대표·선관위 중 한 편을 선택하거나 갈등에 편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평택의 어느 아파트 현장을 보자. 동대표와 선관위가 내분을 일으키면 관리소가 특정 세력과 결탁하고, 그 과정에서 아파트 전체가 소송의 늪으로 빠져든다.

      심지어 일부 아파트 리더들은 관리소장을 분쟁에 끌어들이거나, 반대로 관리소장이 특정 아파트 리더들을 분쟁에 유인하는 사례까지 존재한다. 이런 체계로는 어떤 자치도, 어떤 공동체도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 현재의 규범 체계는 사실상 권한의 사유화·책임의 실종이라는 기형적 구조다

      ■ 작은도서관장은 ‘투명인간’… 공동체 주체를 지워버린 행정의 민낯

      작은도서관 매니저 지원은 예산이 남을 때만 편성되는 ‘그때그때 정책’이다. 지속성도, 연속성도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작은도서관장의 처우다.

        • 판공비 없음
        • 활동 보상 없음
        • 봉사를 해도 봉사시간 인정 없음
        • 민원 대응 창구 없음
        • 동대표 회의 참석 요구는 하면서도 발언권 없음

      일부 아파트에서는 도서관장을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사람’, 말 그대로 투명인간처럼 취급한다.

      그러나 도서관장들은 보상을 바라지 않는다. 실익이 거의 없는 현실 속에서도 공동체를 위해 묵묵히 봉사한다. 그렇다면 최소한의 존중은 무엇인가?

      바로 도지사와의 공식 간담회, 즉 경기도가 작은도서관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일이다. 깨어 있는 작은도서관장 한 사람만 만나도 아파트 내부의 갈등 구조와 해결 대안을 단숨에 파악할 수 있다. 이제라도 간담회를 열어 아파트의 현실을 직접 들어야 한다. 도지사가 지난 4년 동안 작은도서관장들과 간담회 한 번 가졌는지조차 알 수 없는 현실은 행정이 현장을 얼마나 외면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참담한 증거다. 이 정도면 행정은 무능을 넘어 야만의 단계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하지 않다.

      ■ 장애인 주차장은 60%가 비어 있고, 주민들은 매일 주차 전쟁

      필자가 8년째 살고 있는 평택의 한 아파트만 봐도 장애인 주차장은 60% 이상이 비어 있다. 그 옆에서는 매일 주차난(駐車難)·이중주차·폭언·주차 시비가 반복된다. 필자가 경험한 미국 아파트처럼 지정석 방식만 도입해도 해결될 문제다. 장애인 배려라는 대원칙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비효율은 배려가 아니다. 현실과 무관한 기준을 수십 년간 유지해 주민 갈등만 키운 정책 실패는 명백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 관리소의 충격적 현실 ― “점심시간이면 비상상황이어도 전화 안 받습니다”

      관리소 운영의 민낯은 더욱 심각하다. 화성 동탄의 한 아파트에서는 점심시간에 관리소 직원들이 전화를 받지 않아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주민이 40분 넘게 갇혀 있었다. 핵심은 단순한 무응답이 아니다. 점심시간이면 아파트 안에 비상상황이 벌어져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구조, 즉 안전 대응 시스템이 식사 시간에 멈춘다는 사실이 문제의 본질이다.

      엘리베이터는 누구에게나 공포를 주지만, 노약자·임산부·폐소공포증 환자에게는 생명 위험과 직결된다. 그런데도 관리소는 갇힌 주민을 위로하기는커녕 사건 이후에도 사실상 투명인간처럼 대했다. 이쯤 되면 관리 체계가 붕괴된 것이다.

      ■ 주민 분노의 절정 — 독소 조항의 책임자를 밝혀야

      이제는 분명히 말해야 한다.

      “아파트를 갈등의 늪으로 밀어 넣은 독소 조항들은 여전히 그대로다. 이 기괴한 규정을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른 채, 주민들만 고통을 떠안아 왔다. 이제는 더는 참을 수 없다. 그 조항을 만든 책임자가 누구인지 낱낱이 밝히고,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수년 동안 쌓여온 주민들의 분노가 이 정도 조치로도 가라앉을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책임 있는 자’를 드러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주민들은 더 이상 “개정했다”는 말에 속지 않는다. 책임을 묻지 않는 개정은 개혁이 아니라 기만이다.

      ■ 결론 — “준칙 심의위원 전면 교체”가 지금 필요한 첫 번째 조치다

      이 모든 문제의 뿌리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현장을 모르는 준칙 심의위원 구조다. 경기도 정책에 만연한 ‘스펙 전문가 맹신주의’와 편의적 인선 방식은, 정작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경험 전문가들을 배제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이번 준칙 심의위원회다.
        • 작은도서관의 무권리 현실을 모르는 사람들
        • 장애인 주차장의 비효율을 체감해 본 적 없는 사람들
        • 관리소 운영의 무책임을 경험해 본 적 없는 사람들
        • 아파트 갈등의 구조를 실제로 겪어 본 적 없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만든 규정은 결국 주민의 삶을 파괴하는 독소 조항으로 되돌아온다. 따라서 필요한 조치는 명확하다.
      →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 심의위원 전원 전면 교체
      → 현장을 아는 사람들 중심으로 재구성
      → 책임이 작동하는 자치 구조로 전환

      아파트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다. 그곳은 삶이고, 공동체이고, 안전이고, 일상이다. 그 일상을 붕괴시킨 제도라면 이제는 미봉이 아니라 정면 돌파, 침묵이 아니라 책임 규명, 부분 수정이 아니라 근본 개혁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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