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선포 이후, 필자는 충격의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매일 쏟아지는 사회 반응들을 분석했다. 대통령의 검사 시절부터 최근까지 그의 발언과 행동을 분석했다. 헌법 탄핵소추와 탄핵심판의 구성요건에 대한 법률서적들을 새벽 늦은 시간까지 분석하다보니 허리 통증에 감기까지 걸렸다. 현장이 중요해 평택역, 서울 국회, 광화문에서 윤석열 대통령 파면 행사에 참석했다. 식사약속도 정중히 거절했고 탄핵에 대한 집안사람이나 지인들과의 카톡도 충분히 답변하지 못했다. 1월 첫날 지인들의 신정 인사 답신도 못했다. 미안할 뿐이다. 경제 10위권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황당한 비상계엄, 그리고 계엄해제 이후 처리과정은 위험사회를 알리는 계산할 수 없는 한국사회의 퇴보다
첫째, 생각의 무능력이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예루살렘 재판에서 아이히만을 지켜보면서 생각의 무능력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실감했다. 아돌프 아이히만(Adolf Eichmann)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능력을 결여한 공무원이었다. 2차 세계대전 동안 나치당은 독일 점령지역에서 유대인들을 추방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추방계획이 뜻대로 되지 않자 유대인들을 절멸시키기 위한 인종학살(holocaust)을 계획했다. 아이히만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유대인들을 모아 강제수용소로 이송하는 일을 담당했다. 아렌트는 600만 유대인 학살에 대한 아이히만의 재판을 보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능력을 상실한 인간’의 위험성에 전율했다.
요즘 한국사회는 진영논리에 빠져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능력을 결여한 아이히만 같은 이들 때문에 위험사회로 진입했다. 계엄해제 이후 처리과정에서 권성동(검사출신), 나경원(판사출신) 등 몇 사람의 리더들이 한국사회를 이렇게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비상계엄(emergency martial law)이란 군인통치이며,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고, 두 명만 모여도 체포할 수 있는 공포 정치를 말하며, 특히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을 중지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사건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러한 위헌에 탄핵소추를 주도할 책임 있는 국민의힘 국회의원 상당수가 국민분노에는 안중에 없고 윤석열을 방어하는 모습을 적극 노출했다. 계엄 실패 책임의 엄중함은 분명한데 오로지 권력 챙기는 추태의 민낯을 부끄러움 없이 드러냈다.
둘째, 존재 가치는 실종된 채, 오직 권력과 부에 매몰된 욕망을 이성의 논리로 정당화시킨 결과다. 에릭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의 관점에서 한국사회는 극단의 소유 중심사회로 변했다. 민주주의는 존재의 문제를, 자본주의는 소유의 문제를 다루고, 존재중심사회는 불의(不義)에 대해 분노하지만, 소유중심사회는 불이익(不利益)에 대해 견디지 못하는 사회다. 한국사회가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을 견디지 못하는 사회로 변한 것은 욕망을 이성 논리로 정당화시킨 결과다. 민주주의 주인은 사람이고 자본주의 주인은 자본이다. 이 둘의 관계는 견제 관계인데 오히려 사람이 자본에 압도된 사회가 한국이다. 그러니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라고 언급한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 속 민주주의 핵심인 사람은 망각된 것이다.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와 2023년 7월 채상병 사건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는 구호였고 민주주의의 견제 없는 자본주의였다. 이를 사건화한 인물이 윤석열 대통령이다. 위헌 위법의 많은 사례가 있지만 사면권 남용을 보자. 사면권이 어떻게 민주주의의 가치를 세우는지 깊은 고민 없이 진영논리에 따라 자기 사람이라 사면하는 것은 사면권의 본질을 망각한 것이다. 윤석열은 사면권을 이득을 위한 도구로 변질해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공정성을 희생한 것이다. 이것을 보면 명태균이 언급한 대통령을 권총든 다섯 살짜리 꼬마처럼 보는 이유는 착시가 아닐 것이다.
한국사회는 한 사람으로 인해 계산할 수 없는 퇴보를 경험했다. 전 국민의 에너지는 생명(έρως)본능(창조성)이 아니라 죽음(θάνατος)본능(파괴성, 공격성)으로 변해버렸다. 앞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사건 관련자들은 사실관계와 법률관계를 중심으로 엄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남긴 과제는 이 모든 것을 토론과 기록으로 분명히 남겨야 할 것이다. 왜 경제 10위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이런 황당한 비상계엄이 일어났는지 성찰하는 시간, 죽음본능을 생명본능으로 견인할 에너지를 어떻게 모을 것인지 숙고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한국시민사회재단 상임대표 조종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