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주간시민광장] 조종건 기자 master@gohuman.co.kr
사이버 렉카, 누구를 겨누는가
유튜브·SNS가 정보 유통의 중심이 되면서 ‘사이버 렉카’라는 새로운 유형의 문제 계정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사이버 렉카’란 교통사고 차량을 빠르게 몰려가 찍는 ‘렉카차’에서 따온 은어로, 온라인에서는 사건·사고·연예인 사생활 등을 자극적으로 편집해 조회 수를 올리고 광고수익을 챙기는 계정을 뜻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사실 확인 없는 비방과 허위정보 유포가 난무한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은 사회적 평판과 인격이 파괴되지만, 제작자들은 “빨리 올릴수록 돈이 된다”는 구조 속에서 계속 영상을 올린다. 형사처벌만으로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피해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법안의 골자 — “돈 못 벌게 하겠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화성 정)은 5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핵심은 징벌적 손해배상과 입증책임 전환이다.
1.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 법원이 가해자의 고의성·피해 규모·경제적 이익을 고려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을 명할 수 있도록 했다.
• 단순한 ‘피해 보상’을 넘어 불법 수익 자체를 차단하는 효과를 노린다.
2. 입증책임 전환
• 기존에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고의·과실을 직접 증명해야 했다.
• 그러나 개정안은 가해자가 스스로 ‘나는 과실이 없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 입증에 실패하면 법원은 고의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해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전 의원은 “형사처벌만으로는 사이버 렉카를 근절할 수 없다”며 “돈을 못 벌게 만들어야 범죄 동기를 뿌리째 자를 수 있다”고 밝혔다.
남소(濫訴) 방지, 왜 필요한가?
징벌적 손해배상이 도입되면 또 다른 우려가 따른다. 바로 남소(濫訴) 문제다.
• 남소란 실제 피해 구제가 목적이 아니라 상대방을 괴롭히거나 입을 막기 위해 남발되는 소송을 뜻한다.
• 예컨대 정치인이 비판 기사를 쓴 언론을 상대로 수차례 거액의 소송을 제기해 언론을 위축시키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 이런 소송은 결과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겁주기 소송(Chilling effect)’이 된다.
따라서 해외에서는 남소 방지 장치가 함께 운영된다.
• 미국은 반(反)SLAPP 법(Strategic Lawsuit Against Public Participation: 실제로 승소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상대방의 공적 참여를 위축시키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을 통해 남소 소송을 조기에 각하하고 원고가 피고의 변호사 비용까지 부담하도록 한다.
• 영국은 ‘심각한 피해’ 요건으로 소소한 다툼은 애초에 소송으로 가지 못하게 한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과 함께 남소 방지 장치를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대 효과와 남은 과제
기대 효과
• 피해자의 민사 구제 실효성 강화
• 사이버 렉카의 불법 수익 구조 차단
• 온라인상 건전한 표현문화 회복
과제
• 허위·왜곡·반복성 등 요건 정밀화로 공익적 비판까지 위축되지 않게 할 것
• 남소 방지 장치도입으로 표현의 자유 보장
• 플랫폼의 삭제·수익정지·신원 확인등 역할을 명확히 규정
이번 법안은 ‘형사처벌 + 민사 구제’의 이중 장치를 통해 피해자 보호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징벌배상만 도입하면 남소가 늘어날 수 있으니, 반드시 남소 방지 제도와 함께 가야 한다.
독자 Q&A
Q. 왜 굳이 징벌적 손해배상이 필요한가?
A. 형사처벌은 ‘처벌’이 목적이라 피해 회복에는 한계가 있다. 민사 징벌배상은 불법행위의 경제적 유인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Q. 입증책임 전환은 무엇인가?
A.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가 스스로 무과실을 입증해야 한다. 입증하지 못하면 법원은 고의·과실을 인정한다.
Q. 표현의 자유는 침해되지 않나?
A. 허위·왜곡·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악의적 행위에 한정해 적용하고, 공익적 보도·비판은 보호하는 안전장치를 두면 균형을 맞출 수 있다.
투명 고지|이 기사의 작성자인 조종건 기자는 한국시민사회재단 상임대표를 겸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