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간시민광장] 조종건 기자 = 장애인 정책은 늘 현장성 부족과 선언적 구호에 머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8월 26일 양주시 북부 누림센터에서 열린 ‘달달버스 첫 탑승’ 현장은 달랐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장애인 가족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직접 그림을 채색하며 “함께 잘 사는 세상”을 강조한 장면은 상징 이상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번 사건은 경기도 장애인 정책이 ‘현장 속에서 얼마나 체감되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 팩트: 달달버스와 기회소득의 성과
‘달달버스’는 김동연 지사가 도민들과 현장을 직접 찾아 소통하기 위해 마련한 특별 버스다. 이번에 도담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첫 탑승자가 되면서, 장애인 정책과도 상징적으로 연결되는 의미를 얻게 됐다. 단순한 행사 참여를 넘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회 속에서 어울려 살아가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김 지사가 함께 언급한 ‘장애인 기회소득’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는 중위소득 120% 이하 중증장애인(13~64세)이 주 2회 건강 활동을 인증하면 월 10만 원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2023년 시작 이후 2년 반 만에 누적 참여자가 2만 7천여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만족도 조사에서는 86.7%가 긍정적으로 평가해, 수치로도 성과가 입증됐다.
■ 맥락: 현장행정의 정치적·사회적 의미
장애인 정책은 보통 복지예산 논쟁에 갇히기 쉽다. 하지만 김 지사가 보여준 방식은 다르다. 정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끝나지 않고, 장애인 가족과 같은 공간에서 체험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중시한다.
2년 전 발달장애인 전시회에서 벌어진 ‘테이프 커팅’ 일화는 이를 상징한다. 행사 진행자가 장애 학생을 배제했을 때, 김 지사가 즉석에서 그들을 불러 함께 장갑을 벗고 맨손으로 가위를 잡았다. 이 사례는 장애인 정책이 ‘배려’에서 ‘동행’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사회에 던졌다. 이번 달달버스 첫 탑승은 그 연장선에 놓여 있다.
■ 사례: 도담학교 학생들의 첫 버스 탑승
도담학교 학생들과 부모들이 김 지사와 함께 정성원 작가의 밑그림을 채색하고, 곧이어 달달버스를 탔던 순간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그림 속 무채색 여우가 여러 색깔로 물드는 과정은, 사회 속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살아가는 미래를 은유하는 장면이 됐다.
엄마들이 “달달버스를 꼭 타보고 싶다”고 말하자, 김 지사가 즉석에서 허락했고, 이들이 ‘첫 탑승자’가 되었다. 이는 정책이 책상에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탄생하고 구체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 전망: ‘함께 장갑을 벗는 사회’를 향해
경기도의 장애인 정책은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 달달버스와 기회소득이 일회성 이벤트나 복지 포퓰리즘으로 그칠 것인지, 아니면 전국 확산이 가능한 보편 정책으로 자리잡을 것인지는 앞으로의 과제다.
장애인 이동권과 사회참여권은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본권이다. 김동연 지사가 강조한 “제발 집 안에만 있지 말고 나와 달라”는 호소는 단순한 격려가 아니라, 제도적 장치를 통해 장애인 스스로 사회의 일원으로 서게 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번 달달버스 첫 탑승은 이동수단 개통식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장애인 정책이 수혜적 복지에서 참여적 권리로 전환하는 흐름을 보여주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경기도가 만든 이 변화의 실험이 한국 사회 전체의 전환점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투명 고지 | 이 기사의 작성자인 조종건 기자는 광장의 민주주의를 넘어 일상의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한국시민사회재단 상임대표를 겸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