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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선 시장 지방외교시대, 고려인사회와 꾸준히 교류 확대

<평택 민간단체와 고려인사회가 MOU를 체결한 뒤 기념촬영하는 모습>

[평택=주간시민광장] 조종건 기자 = 평택시가 중앙아시아를 향한 본격적인 지방외교에 나섰다. 지난 8월 24일부터 5박 7일간 진행된 이번 공식 방문은 단순한 의전적 교류를 넘어, 평택과 중앙아시아 고려인사회를 잇는 깊은 역사적·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다. 시는 키르기스공화국 오쉬시와 카자흐스탄 알마티주, 코나예브시를 차례로 방문하며 현지 고려인사회와 다각적인 교류 방안을 모색했다고 2일 밝혔다.

<평택시 방문단이 카자흐스탄 알마티주와 교류회를 진행하는 장면>

■ 배경: 고려인 이주사와 평택의 인연

고려인의 중앙아시아 이주는 1937년 구소련 스탈린 정권의 강제 이주 정책에서 비롯됐다. 연해주 일대에 살던 한인 약 17만 명이 하루아침에 중앙아시아로 옮겨지며 시작된 이주는, 현지 사회에서 수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정체성을 지키려는 노력으로 이어졌다.

평택은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고려인 거주 도시다. 약 1만 명 이상이 거주하며, 평택의 산업 현장과 지역 사회 곳곳에서 중요한 구성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때문에 중앙아시아 고려인사회의 현실은 곧 평택 다문화 정책의 출발점이자, 공동체적 미래를 설계하는 데 필수적인 연결고리가 된다.

평택시가 이번 순방을 통해 “역사적 뿌리를 공유한 국제 연대”를 확인한 것은, 단순한 해외 방문이 아니라 평택과 중앙아시아 고려인을 잇는 ‘역사 공동체 외교’의 첫걸음으로 읽힌다.

■ 성과: 독립운동의 기억과 생활 교류의 시작

정장선 시장은 카자흐스탄 독립유공자후손회를 방문해 최재형·이동휘 선생 등 독립운동가의 후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선열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후손 세대의 어려움을 청취한 자리에서 정 시장은 “국가보훈부에 애로사항을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형식적인 방문을 넘어 행정적 후속 조치를 예고한 실질적 성과다.

또한 민간단체의 참여도 돋보였다.
• 평택시사회복지협의회는 현지 독립유공자후손회와 복지 협력을 논의했고,
• 평택문화원은 알마티고려문화원과 문화 교류 활성화에 뜻을 모았다.

이는 복지·문화라는 생활밀착형 의제를 중심으로 교류가 진행됐다는 점에서, 현지 고려인사회가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성과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평택시는 키르기스공화국 오쉬시, 카자흐스탄 알마티주·코나예브시와 각각 우호 교류 의사를 확인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향후 평택시의회 동의를 거쳐 정식 협약이 체결되면 도시 간 협력 플랫폼이 가동될 예정이다.

<평택시 방문단이 키르기스공화국 오쉬시와 교류회를 진행하는 장면>

■ 전망: 공동체적 외교의 새로운 모델

정장선 시장은 “고려인사회가 뿌리를 기억하고 정체성을 지켜내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교류해 고려인의 자긍심을 북돋우고, 평택에 거주하는 고려인들도 더 큰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교류는 지방정부가 국가 외교의 보조자가 아니라, 생활 공동체를 잇는 ‘공동체적 외교’의 주체로 나선 사례로 평가된다. 고려인을 매개로 한 교류는 경제·산업·문화 협력은 물론, 평택 내 다문화 공동체의 통합에도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포승고려인마을사회적협동조합 박준우 이사장은 “평택시가 먼 중앙아시아까지 찾아와 고려인사회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준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며 “이제는 고향이 된 평택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고려인들이 더 큰 자긍심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포승고려인마을사회적협동조합은 광역시·구 단위에서도 수상하기 어려운 대한민국 범죄예방 대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조합은 ‘도곡리 푸른자율방법대’를 운영하며 고려인 이주민과 현지 주민이 함께 어울리는 마을 공동체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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