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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발안권리 보장 개헌, 직접 민주주의 실현의 첫걸음

“국민발안권리 보장 개헌이야말로 국민이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첫걸음이다.”


[서울=주간시민광장] 조종건 기자 = 68개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나선 ‘국민발안 개헌운동’이 12일 오후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공식 출범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상해통합임시정부 출범 106주년의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고, 집권 100일을 맞은 이재명 정부의 제1호 국정과제인 개헌 문제를 평가하면서 국민의 직접 참여를 제도화하자는 취지에서 열렸다.

국민발안권리, 왜 지금 필요한가

단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민이 발의한 개헌안이나 입법안을 국회가 통과시키지 않거나 국민이 합의할 수 있는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이를 국민투표에 회부하여 직접 결정하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국민발안권리 보장개헌’이라고 정의했다. 이는 단순한 제도 개선이 아니라, 대의민주제를 보완하는 직접민주제의 핵심 장치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크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는 대통령과 국회가 개헌을 주도했으나, 국민이 주권자로서 개헌을 직접 발의하고 결정할 수 있는 절차는 마련되지 않았다. 단체들은 이 점을 강하게 지적하며 “헌법을 국민 스스로 고쳐낼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해야만 비로소 남북 적대와 진영 대립, 양극화 문제를 넘어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권자가 직접 나서야 할 때”

기자회견에서 송운학 개헌개혁행동마당 상임의장은 “이제는 국민 스스로 나설 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민발안권리가 보장되지 않은 헌정질서로는 민주와 자주, 평화와 통일의 과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주권자가 직접 참여해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모든 개헌 단체와 시민사회, 원내외 정당, 깨어 있는 주권자가 함께 ‘국민발안 개헌특위’를 구성해 연대 협력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이날 회견에는 국민연대, 행·의정감시네트워크, 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 민족작가연합, 평화통일시민연대 등 다양한 시민단체와 주권자 개인들이 참석해 발언을 이어갔다. 한 참석자는 “국민주권이 보장되지 않은 채 이뤄지는 권력 구조 개편이나 지방분권 논의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국민이 스스로 헌법을 손볼 권리”라고 강조했다.

5대 추진 과제 발표

이번 운동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도 제시됐다. 단체들이 밝힌 국민발안 개헌운동 5대 과제는 다음과 같다.

1. 국민발안 개헌강령 초안 작성 및 확정, 5천 명 서명을 통한 지지 선언
2. 국민발안 직행본부 창립 준비와 풀뿌리 기반의 지역조직 결성, 전국연합단체 출범
3. 국민개헌권리 보장 개헌안과 기본법 초안 작성
4. 국민발안 개헌회의 공동 개최, 개헌안·법안 초안 심의 확정
5. 5만 명 이상 서명운동 전개를 통한 대중적 합의 형성

이 과정에서 간담회, 토론회, 순회강연 등 다양한 공론화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단체들은 “국민의 합의를 높이는 과정 자체가 직접민주제를 학습하고 확산하는 계기”라며, 운동의 확산 가능성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역사적 맥락과 교훈

단체들이 이날 회견에서 상해통합임정 출범 106주년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1919년 독립운동 세력이 모여 임시정부를 통합했으나, 내부 갈등과 불신, 지도부의 약속 파기 등으로 인해 유일한 항일투쟁 지도부로 자리매김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해방 이후 분단정책과 냉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남북 적대와 대립 구조는 장기간 고착됐다.

시민단체들은 이 역사를 거울삼아 “명망가 중심의 상층 연대만으로는 국민운동이 성공할 수 없다”며, “풀뿌리에 뿌리 내린 전국적 연합과 국민적 참여가 있어야만 민주주의 개헌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정부 과제와의 긴장

이번 국민발안 개헌운동은 정부의 개헌 계획과도 맞물려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국민합의가 높은 부분부터 단계적 부분개헌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정작 집권 100일차 기자회견에서는 이에 관한 구체적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대해 단체들은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말은 공허한 구호로 남았다”며 “국민발안권리 보장 개헌을 국정과제 1호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 관계자는 “국민의 직접 의지를 제도적으로 담아내지 못한다면, 현 정부가 내세운 ‘국민주권정부’라는 이름은 공허한 수사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전망과 과제

시민단체들은 이번 운동이 단순한 1회성 집회가 아니라,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를 위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이들은 “국민발안권리 보장 개헌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질을 한 단계 높이고, 미래 세대에 책임 있는 정치 문화를 남길 수 있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항일 투쟁 선열들의 미완의 숙원을 풀고, 지구촌이 직면한 기후 위기·양극화·평화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즉, 국민이 직접 헌법을 고칠 수 있는 권리 확보는 한국 사회만이 아니라 국제적 민주주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과제라는 것이다.


마무리

이번 국민발안 개헌운동은 “국민이 주권자임을 제도적으로 증명하는 과정”이자, “대의민주제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직접민주제 실험”으로 평가된다.

송운학 상임의장은 마지막으로 “우리가 오늘 내린 결단이 내일의 민주주의를 바꿀 것”이라며 “모든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 국민발안 개헌의 물꼬를 열자”고 호소했다.

기자의 시선

이번 국민발안 개헌운동은 단순히 헌법 조항을 고치는 문제를 넘어, “누가 민주주의의 주인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대의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직접민주제 장치로서 국민발안권은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를 심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실험이다. 그러나 동시에, 거대한 정치·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보완 없이는 공허한 구호로 끝날 수도 있다. 결국 이 운동의 성패는 국민이 얼마나 참여하고, 그 의지가 정치권을 얼마나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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