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간시민광장] 조종건 기자 = 최근 5년간 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을 통한 보이스피싱 피해가 총 1만6천여 건, 피해액만 약 3,000억 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환급률은 15%에도 미치지 못해, 농민과 고령층의 피해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농협의 ‘공공금융’ 정신이 무너졌다”며, 단위농협의 소극적 대응과 내부 행정편의주의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5년간 농협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 한눈에 보기
• 총 피해건수: 8,556건 (상호금융) + 8,807건 (농협은행)
• 피해액: 총 2,995억 원 (상호금융 1,629억 + 은행 1,366억)
• 피해 증가율: 2021년 대비 2024년 3배 폭증
• 환급률: 2021년 21.5% → 2025년 상반기 11.3%
• 지역별 피해 상위: 경기(328억), 전남(190억), 경남(186억), 경북(158억), 충남(135억)
• 주요 피해층: 농민, 고령층, 영세 자영업자
• 의원 지적: “농협, 금융보안·소비자보호 의무 방기”
■ “적극행정 실종”… 피해 구제보다 내부 절차 우선
보이스피싱 피해는 급증하고 있지만, 농협의 대응은 ‘사후행정’에 머물러 있다. 일선 단위농협 창구에서는 “환급 절차가 복잡하다”, “본점 지침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유로 피해 접수 자체를 미루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한 금융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농협이 민간은행보다도 피해자 대응이 느리다”며 “농민 고객을 보호하기보다 조직 방어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 “공공금융기관이라면, 신뢰부터 회복해야”
국회 농해수위 김선교 의원(국민의힘, 여주‧양평)은 “보이스피싱은 단순한 금융범죄가 아니라 농촌 공동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농협이 금융보안과 소비자보호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에게 돌아간다”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은 관리체계 전면 개선에 나서야 하며, 소비자보호 인력을 확충하고 지역 단위 창구에서의 즉각 대응 매뉴얼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자의 시선|농협의 ‘공공금융 DNA’는 어디로 갔나
농협은 본래 ‘농민의 은행’이자 ‘공익 금융기관’이다. 하지만 지금의 농협은 공공기관의 책임감보다 관료조직의 관성이 앞선다. 단위농협 창구에서는 “규정상 어렵다”는 말이 먼저 나오고, 중앙회는 실질 피해 회복보다 “내부 통계 관리”에 집중한다. 보이스피싱 피해액 1,600억 원은 숫자가 아니라 농민의 피땀이다.
적극행정과 현장 중심 서비스 정신이 실종된 농협의 현실은, 공공금융의 존재 이유를 되묻는 경고음이다. 농협이 지금이라도 ‘조합원을 위한 은행’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그 이름의 신뢰는 더 이상 남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