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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나무위키 |
[평택=주간시민광장] 백미현 보건의료·보건환경 전문기자 = 이상기온과 폭염이 일상이 된 올여름, 전국에서 ‘말벌 출동’ 신고가 폭증하고 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벌집 제거 출동 건수는 30만4,821건으로, 전체 생활안전 출동의 절반에 육박했다. 3년 만에 두 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말벌의 급증은 단순한 계절 현상이 아니라, 기후위기와 생태 불균형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지적한다.
① 폭염이 부른 ‘생태 이상 신호’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도 등검은말벌 같은 아열대성 종은 도심과 농촌을 가리지 않고 서식지를 확장하고 있다. 기온 상승과 천적 감소, 도시화가 맞물리며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소방청의 ‘2025 통계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말벌 출동은 30만 건을 넘어섰다. 이는 2022년의 약 2배에 달하는 수치다.
②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침묵의 적’
지난해 말벌 쏘임으로 8명이 사망했고, 올해도 울산 울주군에서 60대 남성이 제초 작업 중 사망했다. 국립공원공단 한완재 계장은 “벌에 쏘인 뒤 호흡곤란이나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나타나면 즉시 119 신고 후 병원 이송이 필요하다”며 “상처 부위를 깨끗이 씻고 얼음찜질을 하는 것이 초기 대응에 도움이 된다”고 당부했다.
③ 꿀벌을 무너뜨리는 ‘이중 위기’
등검은말벌은 꿀벌을 공격해 개체 수를 급감시키며, 이는 곧 농업 생산성과 식량 안보로 직결된다. 생태계 교란은 단지 곤충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생존 기반을 흔드는 ‘이중 위기’다.전문가들은 “기후위기와 생물 다양성 붕괴가 결합하면, 식량·보건·경제 전반이 위험해진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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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주간시민광장 |
④ ‘생태 백신’이 유일한 처방
지구온난화와 온실가스 배출이 말벌 개체 급증의 근본 원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적 주의뿐 아니라, 사회적 차원의 대응이 필수적이다. 대기오염 저감, 자연 서식지 복원, 생물다양성 회복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궁극적으로 필요한 것은 ‘의학적 백신’이 아닌, 최재천 교수가 제시한 ‘생태 백신’이다. 자연에 백신을 접종하는 사회적 실천—탄소를 줄이고 숲을 되살리는 시민 행동—만이 기후시대의 ‘말벌 습격’과 각종 생태 재난으로부터 우리를 지킬 수 있다.
기자의 시선|백미현 보건의료·보건환경 전문기자
“생태 백신”은 더 이상 추상적인 철학이 아니다. 조종건 기자(2025.09.15. [심층취재 시리즈 제2호] “최재천 교수, ‘생태 백신’ 강조… 파란 하늘을 손녀에게 물려주자”— 2025 청정대기 국제포럼 기조연설)가 보도한 청정대기 국제포럼에서 최재천 교수가 던진 메시지는, 이제 현장에서 ‘말벌의 습격’이라는 현실적 위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자연이 내는 경고음을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다음 팬데믹의 시작점은 이미 우리 마당일지도 모른다.
투명 고지
이 기사의 작성자인 백미현 기자는 주간시민광장 보건의료·보건환경 전문기자로, 환경보건·감염병·기후위기 대응 분야의 시민안전정책을 지속적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