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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은 교사에게, 권한은 교육부에 — 끊어진 사슬이 부른 비극

경기도의회, ‘안전한 현장체험학습 활성화’ 정책토론회 개최

(사진=경기도의회)

[수원=주간시민광장] 조종건 기자

현장체험학습의 책임을 교사 개인에게만 묻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 교사·학부모·지자체가 함께 위험을 예방하고, 교육청과 교육부가 구조적 안전망을 설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됐다. 경기도의회가 주최한 이번 정책토론회는, 교사의 과도한 법적 부담을 줄이고 제도적 안전장치를 강화하기 위한 실질적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17일(금) 수원 영통구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안전한 현장체험학습 활성화 정책토론회’에는 좌장을 맡은 최종현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수원7)을 비롯해 국회의원·도의원·교육 관계자·학부모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올해 2월, 현장체험학습 사고로 담임교사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 이후, 교육현장에서 “교사만의 책임이 아닌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라는 성찰이 확산되며 마련된 자리였다.

임광국 동국대 교수(학교종합안전연구소)는“안전한 현장체험학습은 교사의 희생이 아니라, 사회적 시스템이 함께 지탱해야 하는 구조여야 한다”며 “학생의 안전과 교권 보호가 조화를 이루는 공공적 안전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지현 한국외국어대 교수는“체험학습은 단순한 야외활동이 아니라, 공동체 의식과 사회성을 기르는 핵심 교육”이라며 교사의 부담을 덜고 학부모·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협력 거버넌스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채유경 경기교사노조 정책실장은“현장체험학습은 여전히 교사의 헌신에 의존하고 있다”며교육청이 주도하는 안전관리체계와 보조인력 제도의 법제화를 촉구했다.

이철규 효동초 교장은 해외 체험학습 사례를 공유하며“위험이 있다고 체험을 포기할 것이 아니라, 제도적 안전장치를 통해 오히려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한률 효동초 학생자치회장은“체험학습은 친구들과 세상을 배우는 즐거운 수업”이라며“검증된 보조인력이 함께한다면 훨씬 안전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송주현 영통학부모협회 대표는“안전을 이유로 체험학습을 중단할 것이 아니라, 학부모와 교사가 함께 위험을 예방하는 공동의 안전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 개선 방향

경기도교육청 이은주 장학관은「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과「현장체험학습 학생안전관리 조례」 개정 이후 보조인력 운영 체계의 성과를 설명하며, “앞으로는 교사 면책조항 확대·전문인력 양성·법적 기반 강화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최종현 대표의원은“학생 안전은 교육의 출발점이며, 체험학습은 교육의 완성”이라며 “오늘 논의된 정책 제안과 현장의 목소리를 의정활동에 반영해 교사와 학생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체험학습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진경 도의회 의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임태희 교육감 등이 축사를 전하며 교육현장의 안전 문제를 ‘행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기자의 시선

“교사가 책임지는 교육에서, 사회가 함께 지는 교육으로.”

교육청은 집행기관이고, 학교는 실행기관이지만, 교육부는 법·제도·예산·기준을 만드는 최상위 설계기관이다. 다시 말해, “교사는 실행했고, 교육청은 관리했으며, 교육부는 그 틀을 만들었다.” 따라서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따지면, 교육부는 단순한 “행정 상위기관”이 아니라, 사고의 전제조건을 만든 제도적 원인 제공자다.

교사는 과실이 있었다. 그러나 그 과실은 구조 속에서 태어난 것이다. 법은 형을 선고했고, 제도는 그를 교단에서 내쫓는다. 하지만 제도를 만든 교육부 담당자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이 불균형이 바로 ‘책임의 사슬이 끊어진 교육행정’의 민낯이다.

이번 토론회는 교사의 부담을 줄이는 논의가 아니라, 책임의 사슬을 복원하는 선언이었다. 아이의 안전은 교사의 주의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보고·조치·설계의 세 고리가 제대로 맞물릴 때, 비로소 체험학습은 ‘위험한 선택’이 아닌 ‘살아 있는 교육’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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