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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주간시민광장 제공) |
【경기도 = 주간시민광장】 조종건 기자
“푸른 하늘을 향한 우리의 질주(Racing for Air)”라는 주제로 열린 「2025 청정대기 국제포럼(CAIF 2025)」에서, 중국 광동성 주강삼각주(Pearl River Delta, 이하 PRD) 지역이 20년에 걸쳐 실현해온 ‘오염 없는 성장 전략’이 공유됐다.
PRD는 산업 성장과 인구 증가 속에서도 대기오염을 지속적으로 줄인 대표 사례로, 대기질 개선과 경제성장이 동시에 가능한 ‘디커플링(Decoupling)’의 실현을 증명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성장 멈추지 않고도 오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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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주간시민광장 제공) |
발표자로 나선 류젠쥔(Liu Jianjun) 광동성 대기환경연구소 부소장은 “PRD는 8년 연속 중국 GDP 1위를 기록했지만, PM2.5 등 주요 오염물질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DP는 2023년 기준 14.6조 위안(RMB), 인구는 1억 2,700만 명에 달하지만, WHO 2단계 기준(35㎍/㎥)을 초과하지 않는 대기질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에너지 소비와 산업 활동은 늘었지만 오염 배출은 줄었다”며 “이것이야말로 ‘오염 없는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20년간 4단계로 진화한 정책 전략
PRD의 대기오염 정책은 2000년부터 2025년까지 총 4단계로 진화해왔다.
1단계(2000~2009): SO₂, NOₓ, PM10 감축 등 기초 작업 집중
2단계(2010~2017): PM2.5 저감, 산업 구조 개선, 배출 총량제 시행
3단계(2018~2020): VOCs·경유차·산업단지 중심 정밀 저감 추진
4단계(2021~현재): 법·제도 기반 강화, 지역별 맞춤형 정책 전개
매 3~4년 단위로 목표와 성과를 평가해 정책을 유연하게 조정해 온 점도 성과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PM2.5와 오존 동시 관리의 원칙
PRD는 ‘PM2.5+오존 동시 관리’ 원칙을 고수하며, VOCs 감축과 비산성 오염원 통제, 산업단지 배출 기준 강화 등으로 오존 농도도 함께 줄여왔다. 류 부소장은 “청정연료 전환만으로는 오존 개선이 어려우며, 통합적인 기술·정책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바일 소스(이동오염원)’가 핵심 타깃
PRD는 차량에서 나오는 배출가스를 주요 오염원으로 판단하고, 자동차 배출 기준 강화, 연료 등급 상향, 전기차·수소차 보급을 병행해왔다. 현재 PRD 전체 차량 중 약 10%가 전기차이며, 일부 도시는 25%를 넘는다.
ATAC(Automotive Air-control Center)라는 실시간 차량 배출 추적 시스템도 운영 중이며, AI 기반 분석 기술을 접목해 정책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
산업 전환과 구조적 감축도 병행
단순한 저감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 하에 PRD는 에너지 고소비 산업 정비, 청정연료 전환, 도심 산업 재배치, VOCs 저배출 제품 전환 등 ‘구조적 감축(Structural Reduction)’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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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주간시민광장 제공) |
향후 5대 전략: 다음 단계 진입
류 부소장은 PRD의 다음 단계 전략으로 아래의 5대 실행계획을 소개했다.
1. 산업 구조 개편: 전통 산업 정비, 고효율 업종 유치
2. 에너지 전환: 석탄 감축, 재생에너지 확대
3. 교통 체계 전환: 대중교통 확장, 청정차 보급
4. 배출원 맞춤 대응: 고정·비산·이동오염원별 정밀 관리
5. 지역 통합 관리: 도시 간 협력 기반의 기후 공동 대응
국경 넘는 협력 모델도 구축 중
PRD는 홍콩·마카오·선전과의 공동 대기질 협약을 통해 ‘Greater Bay Area 대기질 가이드라인’을 제정, 지역을 초월한 통합 정책을 추진 중이다.
시사점: “한국 산업도시들, PRD 전략 주목해야”
한국의 수도권, 충남권, 경남권 등도 산업 밀집지역과 항만도시에서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다. PRD의 데이터 기반·맞춤형·지속가능 전략은 한국 도시들의 기후 정책에도 적용 가능한 모델이 될 수 있다.
국내 지방정부 환경담당자는 “PRD 전략은 단속 중심이 아니라 과학기반 설계가 핵심이었다”며 “우리에게도 실효성 있는 교훈을 준다”고 평가했다.
한눈에 보는 핵심 용어 요약 (기후·대기질 관련)
● 디커플링(Decoupling): 경제성장과 환경오염(또는 자원 소비)의 관계를 분리하는 개념. 즉, GDP 등 경제성장 지표는 증가하면서도, 온실가스 배출이나 에너지 소비는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 절대적 디커플링: 경제가 성장하는 동안 오염이 실제로 감소
• 상대적 디커플링: 경제 성장 속도보다 오염 증가 속도가 더 느려짐
● PM2.5 (초미세먼지):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인 입자상 물질.
• 머리카락 지름의 약 1/20 수준으로, 폐포까지 침투해 심혈관계·호흡기 질환을 유발
• 주로 자동차 배출가스, 산업 연소, 발전소 등에서 발생
• 장거리 이동도 가능하며, 황사나 국외 유입으로도 증가함
● WHO 2단계 기준 (35㎍/㎥):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PM2.5의 24시간 평균 농도 기준 중 2단계에 해당하는 값.
• WHO는 건강 보호를 위해 단계별 농도 기준을 제시하며,
• 2단계(35㎍/㎥ 이하)는 “민감군에 건강영향이 최소화되는 수준”으로 판단
•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는 이 기준을 목표로 대기질 개선을 추진
● SO₂ (이산화황): 황을 포함한 화석연료(석탄·석유 등)가 연소할 때 발생하는 황산화물(SOx)의 일종.
• 호흡기 자극, 산성비 원인물질
• 주로 발전소·제철소·선박연료등에서 배출
● NOₓ (질소산화물): 질소와 산소가 결합된 대기오염물질의 총칭.
• NO(일산화질소)와 NO₂(이산화질소)가 주성분
• 자동차 배출가스·발전소·보일러에서 다량 발생
• 오존 생성·미세먼지 증가 등 이차오염물질 유발
● PM10 (미세먼지):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인 입자상 대기오염물질.
•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먼지
• 황사, 도로 재비산 먼지, 산업 분진등에서 발생
• PM2.5보다 상대적으로 크지만, 여전히 건강 위해 요인
● VOCs (휘발성유기화합물, Volatile Organic Compounds): 상온에서 쉽게 기화하는 탄화수소계 유기화합물
• 페인트, 세정제, 접착제, 인쇄 잉크 등 산업·생활환경에서 다양하게 방출
• 대기 중에서 오존·초미세먼지(PM2.5) 생성에 기여
• 벤젠·톨루엔 등 일부는 발암성이 있어 강력 규제 대상
[투명 고지]
이 기사는 조종건 기자(한국시민사회재단 상임대표, 주간시민광장 편집인)가 작성하였습니다. 기자는 대기질, 환경, 공공정책 관련 지역 시민운동과 기후 거버넌스 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본 기사 시리즈는 [2025 청정대기 국제포럼]의 핵심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한 독립적 취재 및 해설에 기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