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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연대의 대가가 ‘무국적’인 사회(A Society Where the Price of Solidarity Is Statelessness)

- 경기도의회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그 사이에서 지워진 사람들(Between the People Power Party and the Democratic Party of Gyeonggi Provincial Council, the People Who Were Erased)
조종건 | 본지 발행인⦁
깨어있는시민과의동행 사무총장

경기도의회가 2026년도 예산을 둘러싸고 정면으로 맞섰다. 국민의힘은 복지 예산 2천억 원을 되살렸다며 “도민의 삶을 지켜냈다”고 말한다. 대표의원의 삭발과 단식은 결연했고, 정치적 메시지는 분명했다. 복지는 양보할 수 없는 가치라는 주장이다. 민주당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교육·돌봄·의료·취약계층 지원이 후퇴해서는 안 된다며, “복지는 국가와 지방정부의 기본 책무”라고 강조한다. 예산 삭감은 곧 행정의 실패이며 사회적 불안을 키운다는 논리다. 양당 모두 “약자를 위한 정치”를 말한다. 양당 모두 “복지를 지켰다”고 말한다.

그러나 도민의 삶의 현장으로 내려오면, 그 약자가 누구인지는 다시 흐려진다. 경기도의 복지 정책은 대부분 행정이 분류할 수 있는 사람들, 즉 서류로 증명 가능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장애인, 노인, 한부모가정.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이다.

문제는 그 바깥이다. 경기도 곳곳에는 행정이 하지 않는 일을 대신 수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시민단체 활동가, 환경감시 활동가, 무료 법률 지원 활동가, 이주민 상담가, 그리고 작은도서관의 관장과 매니저들이다. 아이들의 방과 후를 지켜주고, 노인의 하루를 받아내며, 사기 피해를 당한 시민의 고소장을 대신 써주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복지의 수혜자가 아니라, 복지를 실제로 작동시키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예산 항목은 국민의힘의 예산안에도, 민주당이 수정한 예산안에도 거의 없다. 안정적인 인건비 기준도, 시설 개선 항목도, 장기 운영 대책도 없다. 양당 모두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숫자로 옮겨지는 순간 이들은 사라진다. 정치의 언어에서는 연대가 미덕이지만, 예산의 언어에서는 비용일 뿐이다.

연대보증제도 피해자 문제도 다르지 않다. 경기도의 한 농부는 정부 정책이 만든 연대보증제도 때문에 17년째 매달 700여만 원의 이자를 내고 있다. 성실하게 갚았고, 단 한 번도 도망치지 않았다. 그럼에도 경기도에도, 경기도의회에도 이들을 체계적으로 회복시키는 제도는 없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은 은행이다. 17년 동안 단 한 달도 빠짐없이 이자가 들어오는 계좌를 지켜보며, 그 돈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갉아먹고 있는지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은행은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 탕감도, 조정도, 출구도 없다. 오직 자동이체 날짜만 정확하다.

아이들에게 “성실하면 보상받는다”고 가르치는 사회에서, 금융 시스템은 정반대의 교과서를 쓰고 있다. 성실할수록 더 오래 착취당하고, 책임질수록 더 깊이 묶인다. 이것이 오늘날 금융이 가르치는 도덕이다.

정책의 실패로 생긴 고통을 개인의 평생으로 환산해 이자로 징수하는 구조, 그리고 그것을 알면서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운영되는 금융 시스템은 더 이상 중립도, 불가피한 제도도 아니다. 그것은 탐욕이 규칙이 된 구조이며, 국민의 분노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은 사회적 파렴치다.

국민의힘은 “개인 채무는 국가가 모두 떠안을 수 없다”고 말한다. 민주당은 “금융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농부에게 돌아온 것은 말뿐이다. 구제 제도도, 재기의 통로도 없다.

정치는 서로를 비판하지만, 결과는 같다. 개인은 제도의 비용을 평생 지불한다. 기업이 손해를 보면 법이 바뀌고, 산업이 흔들리면 정책이 새로 만들어진다. 반도체 산업단지를 위해 수조 원의 인프라를 깔고, 세금을 깎아주고, 규제를 풀어준다.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면 정부와 지자체는 가격 방어에 나선다. 그 결과 서민이 집을 싸게 살 기회는 구조적으로 사라진다. 이 지점에서도 양당은 다투지 않는다.

산업은 “국가 전략”이고, 기업은 “경제의 핵심”이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작은도서관, 연대보증 피해자는 “개인 문제”다. 국민의힘은 말한다. “재정 건전성이 중요하다.” 민주당은 말한다. “점진적 개선이 필요하다.” 그 사이에서 연대를 택한 사람들은 국적 없는 시민이 된다. 제도에도 속하지 못하고, 정책의 주체도 되지 못한 채, 필요할 때만 불려 나오고 예산 앞에서는 삭제된다. 이것이 지금 경기도 정치의 공통된 얼굴이다.

좌우의 차이는 있지만, 연대를 대하는 태도는 닮아 있다. 경기도의회가 진정 복지를 말하고 싶다면, 수급자 숫자만 늘릴 것이 아니라 복지를 떠받치는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시민단체 활동가의 노동을 공공 노동으로 인정하고, 작은도서관을 문화 취미 공간이 아니라 지역 복지 인프라로 대우하며, 연대보증 피해자를 개인의 실패가 아닌 정책 피해자로 규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어느 당이 예산을 늘리든 결과는 같다. 연대하는 사람은 계속 무국적자로 남고, 정치는 계속 “복지를 지켰다”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도민은 또 묻게 될 것이다. 이 복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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