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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식 박사, 글로 남긴 지구촌 이야기(13회)】: 미국 탐방기 “뉴욕에서 워싱턴으로”: 고속도로에 비친 그림

- 조하식(칼럼니스트•문인, Ph.D.) -

----------(13회)----------


  가이드가 앞으로 일정을 두고 이르기를 오늘은 워밍업이란다. 연일 속개할 강행군을 염두에 둔 말이로되 은근히 자신의 체력을 과시하면서 몇 가지 옵션에 대해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어디나 그렇듯이 일정에 잡힌 날짜만큼 받는 수고료 외에 일정한 수입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였다. 얼마큼 조용히 갔다 싶을 때 휴게소에 들렀다. 협소하고 초라한 본새가 한국과는 영 딴판. 유럽처럼 화장실 요금은 없었지만 겨우 두 칸에 불과한 시설을 보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백번을 양보해 남성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여성마저 겨우 두 칸뿐이니 줄을 지어 서성이는 광경을 어찌 설명할지? 아무튼 한국의 편의시설은 가히 세계 최고라는 찬사는 절대 공치사가 아니다. 하루빨리 공공의식만 키우면 명실공히 일등 국가 국민으로서 손색이 없을 참이로다. 지나치는 팻말은 Lancaster. 광고판을 나무 키 높이 이하로 제한한 규정은 돋보인 지점이었다. 다만 가드레일은 저래서야 사고 예방이 될까 싶을 만치 지나치게 낮은 편. 갑자기 체증이 오래간다 했더니 보닛이 찌그러진 사고가 있었다. Speed Limit는 40km. 바로 옆이 Delaware Uni. Campus & Stadium이어서가 아니라 규정이 그랬다. 막 공사가 끝난 듯 방치된 아스콘 무더기. 아무리 하찮은 일일망정 적절한 보상이 아니면 아예 움직이지 않는 미국 사회의 일면이라고 했다. 두 시간 가까이 한참을 내달려온 숲길. 리기다소나무 몇 그루를 빼고는 거지반 낙엽송들이었다. 자못 부러운 풍경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묘지 한 기가 없다는 사실. 그러고 보니 아차, 깜빡하고 실수한 게 있었다. 호텔 방에 그만 팁을 빠뜨리고 나온 참! 그리 서두르지도 않았건만 마치 작정한 듯이 몰래 떠나버린 꼴이라니, 소제를 담당하시는 분께 무진장 내내 미안했다.

  리무진(limousine) 버스가 막 메릴랜드(Maryland)주에 진입했단다. 글자 그대로라면 메리의 땅. 여기서는 타이어의 마모 상태는 물론 적재한 물건의 균형감까지 점검한다고 했다. 가이드가 이때 유용한 지도 한 장씩을 나눠준다. 기실 나는 줄곧 그걸 봐가면서 기록장을 정리하는 중이다. 한쪽 산기슭을 차지한 돌 채취장. 하지만 우리같이 마구잡이식으로 파헤치지는 않았다. 가이드는 돌연 1907년 143명의 영국 시민들이 개척했다는 걸 강조했다. 말로야 돈보다는 명예를 택했다지만 호주가 그랬던 것처럼 혹여 죄수들의 유배지나 도피처이지는 않았을까? 이어서 쏟아놓은 포카혼타스 스미스 선장의 비화. 그는 영국 귀환 후 우울증(우리 부부는 이걸 ‘영적 문제’라고 부름)에 시달리다 다시금 미국으로 건너와 사망했단다. 나지막한 야산의 연속. 끝없이 펼쳐지는 풀밭이라서 터널 하나가 없었다. 3년을 목초지로 사용한 뒤에는 반드시 휴식년을 두어 지력을 회복시켜야 한단다. 비록 바람직한 비유는 아닐지언정 둘 간에는 담뱃잎 크기에서 두 배 차이를 보인다고 했다. 그걸로 양담배를 양산해 뭇사람의 육신과 영혼을 좀먹겠지만 말이다.

  아무리 둘러본들 현대차는 안 보였다. 워낙 샛별 같은 자동차회사가 많아 아직은 그 점유율이 미미한 수준. 고속도로에 오토바이가 다니는 것도 우리와는 다른 점이다. 그토록 터널 하나가 없더니 드디어 4km에 이르는 하워터널에 이어 매킨리터널을 지났다. 가이드가 아름다운 항구도시 볼티모어(Baltimore)를 소개할 즈음 차창에 존스홉킨스대학 캠퍼스가 정체를 드러냈다. 그가 쉴 새 없이 들려주는 기담들은 대체로 재밌다. 영국 여왕과 식사할 때 예의는 세상없어도 그녀가 포크를 내려놓을 때까지. 내막인즉슨 널리 천방지축으로 소문난 부시로 인해 로라 여사가 전전긍긍했다는 일화인데 부지불식간 식탁에 불쑥불쑥 발을 올리는 습관이 터져 나올까 봐 내심 조마조마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는 예수그리스도를 믿는 부인을 만나 거듭난 그를 잘 모르고서 던지는 삽화. 남들이야 어찌 보든 말든 현재 백악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상은 기도와 찬송으로 시작하고 마친단다. 믿음이 전혀 없는 가이드로서는 미처 알아차리기 어려운 지점이겠으나 거지반 팩트. 높푸른 하늘은 흡사 우리네 가을을 닮았다. 그 창공을 가르는 경비행기 한 대. 자가용 비행사가 드물지 않은 미국에서는 정작 해군사관학교가 가장 우수하고, 그래서인지 우주비행사의 70%는 놀랍게도 해사 출신이란다. 거기다 미국의 독립 경위를 장황하게 곁들였다. 요약건대 여차여차 우여곡절 끝에 파리평화조약이 체결되고, the White House가 생기면서 로사 여사에 의해 뭇별이 반짝이는 성조기가 제작되었다는 말이 뇌리에 그대로 고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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