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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시민과의동행 김누리 특강 연재 ⑤】 국제정치적 파국 ① — 1945년 체제의 붕괴와 한반도의 불안정

김누리 중앙대 교수, “전환의 힘은 시민에게 있다”(사진=깨어있는시민과의동행)

[평택=주간시민광장] 조종건 기자

  “지금 세계는 분명 전쟁이 계속되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마주한 위기의 본질은 전쟁 그 자체가 아닙니다. 전쟁보다 훨씬 더 깊은 것, 전후 세계를 떠받쳐 온 질서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김누리 중앙대학교 교수는 오늘의 국제정치 상황을 “1945년 이후 80여 년간 유지되어 온 세계질서가 해체되는 전환기”라고 규정했다.

그는 2025년 12월 30일 평택대학교에서 열린 「깨어있는시민과의동행」 창립기념 특강에서, 지금 인류가 겪고 있는 불안과 혼란을 단기적 분쟁이나 외교 실패의 문제가 아니라 문명사적 구조 전환의 징후로 진단했다.

  “지구적 위기보다 더 급박한 위험은, 바로 이 격변의 한복판에 놓인 한반도입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시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불안과 긴장은 단순한 외교 갈등이나 국지적 분쟁의 결과가 아니다.

그 근원은 다음과 같은 구조 변화에 있다.

  • 냉전 이후 세계질서의 해체
  • 패권 균형의 재편
  • 강대국 경쟁의 상시화

그는 이를 이렇게 정리했다.

  “지금의 위기는 사건의 위기가 아니라, 구조의 위기입니다.”

■ “한국 사회의 국제정치 인식은 여전히 냉전의 언어에 갇혀 있다”

김 교수는 한국 정치 담론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 ‘공산 전체주의’
  • ‘반국가 세력’
  • ‘간첩’과 같은 이념적 위협 프레임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계는 이미 근본적으로 변했는데, 한국의 정치 언어는 여전히 과거의 유령과 싸우고 있습니다.”

김 교수의 진단은 분명했다. 문제는 외부의 적이 아니라, 변화된 세계를 읽어내지 못하는 인식의 정체다.

  “현실을 설명하지 못하는 언어가 반복될수록 사회는 더 불안해지고, 공포는 정치적으로 소비됩니다.”

그의 문제의식은 갈등을 자극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는 사고 구조 그 자체에 있다.

■ 중국·러시아·북한 — “이념 대립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세계”

김 교수는 오늘의 국제정치를 설명할 때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라는 이분법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연에서 다음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 중국의 급격한 경제 체제 변화
  • 러시아의 권력·자본 집중 구조
  • 북한 외교 전략의 현실적 재배치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오늘의 국제정치는 체제의 이름이 아니라, 권력과 자본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봐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는 중국을 형식적 사회주의 국가라기보다 “극심한 불평등을 동반한 자본 축적 중심 체제”로 분석했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서구 학계의 평가를 인용해 “국가 자산이 소수 권력집단에 집중된 마피아 자본주의”라고 설명했다.

이는 특정 국가를 비난하기 위한 표현이 아니라, 이념의 외피를 벗기고 실제 구조를 보라는 요구다.

■ “한반도의 위험은 군사 문제가 아니라, 인식의 문제다”

김 교수는 한반도의 불안정성을 단순한 군사적 긴장이나 외교 실패의 결과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위험은 상대국보다, 변화한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의 사고 방식에서 커집니다.”

그에 따르면,

  • 과거의 적대 구도에 매달리는 정치
  • 동맹에만 의존하는 외교 상상력
  • 시민의 이해를 배제한 안보 담론

이 모두가 한반도를 더 취약하게 만든다.

  “방향을 설계하지 못하는 국가는, 그 자체로 가장 불안정한 존재가 됩니다.”

시민·학계·종교·지역 인사들이 함께한 「깨어있는시민과의동행」 창립총회 기념촬영

■ 기자의 시선 — “불안의 근원은 공포가 아니라, 이해의 결핍이다”

김누리 교수의 국제정치 진단은 단순한 위기론이 아니다. 그 핵심은 분명하다. 위기의 본질은 적이 아니라, 현실을 읽지 못하는 사고 체계에 있다.

그는 공포를 자극하는 정치 언어 대신,

  • 구조의 변화
  • 세계 인식의 전환
  • 시민의 이해 능력을 요구한다.

이 강연은 이렇게 묻는다.

  우리는 여전히 과거의 언어로 세계를 해석하고 있는가.
  아니면, 무너진 질서 속에서 스스로의 길을 설계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은, 정치보다 먼저 시민에게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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