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누리 교수가 한미동맹 구조 속에서 한국의 외교 자율성과 전략 능력이 어떻게 소진됐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사진=깨어있는시민과의동행) |
“한반도의 위기는 북한 때문만이 아닙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 나라가 스스로의 전략을 설계하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김누리 중앙대학교 교수는 국제정치 파국의 두 번째 원인으로 ‘동맹 의존이 낳은 전략 상실’을 지목했다.
그의 진단은 단순한 반미 담론도, 동맹 부정도 아니다. 문제는 동맹 그 자체가 아니라, 동맹에 사고와 판단, 외교와 미래 설계까지 위임해버린 구조다.
■ “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군사 주권을 갖고 있다”
김 교수는 한국 안보 구조의 가장 특이한 점으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문제를 들었다.
현재 한국군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 평시 작전통제권: 한국군 합참
• 전시 작전통제권: 한미연합사령관(미군 대장)
“이 구조를 가진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거의 유일합니다.”
그는 이것이 단순한 군사 기술 문제가 아니라, 주권의 핵심이 외부에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전쟁이 나면 누가 결정을 합니까?언제 싸울지, 어디를 공격할지, 확전할지 멈출지 — 이 결정권이 외국 군대에 있습니다.”
■ 작전통제권 구조는 사고 구조를 만든다
김 교수는 전작권 구조가 단지 군사 지휘 체계에 그치지 않고, 국가 전체의 사고방식을 규정한다고 말했다.
• 외교 전략 → 미국 기준
• 안보 인식 → 미 국방부 기준
• 적대 판단 → 워싱턴 기준
• 평화 시점 → 미국의 전략 계산
“우리는 안보를 위탁하면서, 전략 사고 능력 자체를 상실했습니다.”
■ “동맹은 보호 장치가 아니라, 설계 장치가 되어버렸다”
김 교수는 한미동맹의 성격이 ‘방어 동맹’에서 ‘전략 결정 구조’로 변질되었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나타난 현상은 다음과 같다.
• 독자 외교 노선 부재
• 주변국(중국·러시아·북한·일본)과의 다층 외교 실종
• 미·중 갈등 속 자동 편입
• 선택 불가능한 구조
“동맹은 선택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동맹을 운명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 전략이 없는 국가는 “지정학적 소모품”이 된다
김 교수는 날카롭게 경고했다.
“전략이 없는 국가는 보호받는 대상이 아니라, 사용되는 대상이 됩니다.”
그는 한국의 현실을 이렇게 요약했다.
• 세계 10위권 경제력
• 최상위 군사력
• 최전선 지정학 위치
그러나 동시에,
• 독자적 외교 노선 없음
• 장기 안보 시나리오 없음
• 통일·평화 로드맵 부재
• 미·중 경쟁 속 수동적 위치
“이 조건은 ‘강한 나라’가 아니라 ‘위험한 나라’의 조건입니다.”
■ “북한 문제도 우리가 설계하지 않는다”
김 교수는 최근 변화하는 북미 관계 역시 같은 구조에서 분석했다.
연재 ⑤에서 다룬 것처럼,
• 미국 외교전문지 Foreign Affairs
• 미 의회 보고서
• 뉴욕타임스 칼럼
모두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재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지적했다.
“이 중 어떤 논의에 한국 시민이 참여했습니까? 한국 정부가 설계했습니까?”
대부분의 전략 변화는
• 워싱턴
• 베이징
• 모스크바에서 결정되고, 한국은 결과만 통보받는 위치에 머물러 있다.
■ “외교의 실종은 민주주의의 실종이다”
김 교수는 외교 문제를 군사 문제나 전문가 영역으로만 다루는 한국 사회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외교는 군인의 일이 아니라 시민의 삶의 문제입니다. 전쟁은 군인이 죽는 게 아니라, 시민이 죽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 안보 담론의 엘리트 독점
• 정보 비공개
• 시민 토론 부재
• 언론의 공포 프레임 재생산
그는 이를 ‘안보 권위주의의 잔재’라고 불렀다.
■ “우리는 질문하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
김 교수는 반복해서 말했다.
• 왜 이 동맹 구조가 유지되는가
• 왜 전작권은 반환되지 않는가
• 왜 외교 전략은 공개되지 않는가
• 왜 시민은 논의에서 배제되는가
“이 질문이 사라진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가 아닙니다.”
■ 기자의 시선 — “동맹이 문제인가, 사고의 포기가 문제인가”
김누리 교수의 비판은 동맹을 깨자는 주장이 아니다.
그의 주장은 분명하다.
• 동맹은 필요하다
• 그러나 전략은 스스로 세워야 한다
• 군사 협력과 정치 주권은 분리되어야 한다
• 시민은 안보 논의의 외부인이 아니라 주체여야 한다
연재 ⑥은 이렇게 묻는다.
우리는 안전을 얻기 위해 생각할 권리까지 넘겨준 것은 아닌가.
그리고 그 질문은 정부보다 먼저, 시민에게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