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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시민과의동행 김누리 특강 연재 ⑦] 국제정치적 파국 ③ ― 한반도, 전략적 전환의 분기점 — “유령과 싸우는 사회는 미래를 설계하지 못한다”

“유령과 싸우는 사회는 미래를 설계하지 못합니다.” -김누리 교수(사진=깨어있는시민과의동행 제공)

“여러분이 국제관계에서 느끼는 불안의 근원은 전쟁이 아닙니다. 1945년 체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입니다.”

김누리 중앙대학교 교수는 강연에서 한국 사회가 체감하는 불안의 본질을 이렇게 규정했다. 그가 말한 위기의 핵심은 개별 분쟁이나 군사 충돌이 아니라, 전후 80년간 유지돼 온 국제질서의 구조적 붕괴였다.

■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시대착오적인 인식에 머문 사회입니다”

김 교수는 한국의 국제정치 인식이 여전히 냉전 언어에 갇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변론 과정에서 사용한
  • “공산 전체주의”
  • “좌익 반국가 세력”
  • “간첩”과 같은 표현을 직접 언급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떻게 저런 언어로 오늘의 세계를 설명할 수 있습니까. 한국 사회는 지금 존재하지 않는 역사적 유령과 싸우고 있습니다.”

그는 이러한 인식의 뿌리를 한국 현대사의 정치 언어에서 찾았다.

“박정희 정권이 유신체제를 만들고 뭐라고 불렀습니까. ‘한국적 민주주의’였습니다.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걸 스스로 고백한 표현이죠.”

김 교수는 이를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권력이 체제의 실질을 가리기 위해 사용하는 ‘정치적 언어의 위장술’이라고 규정했다. 민주주의가 아닌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가져다 붙여 현실을 포장했던 것처럼, 오늘날에도 권력은 언어를 통해 현실을 설명하기보다 가린다는 것이다.

■ “중국도 똑같습니다 — ‘중국 특색 사회주의’라는 이름의 자본주의”

김 교수는 이 현상이 중국에서도 거의 동일하게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도 똑같습니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라는 말을 끊임없이 반복합니다.”

그는 올해 9월 베이징대학교를 방문해 국제 학술대회에 참석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사흘 동안 열린 회의에서 중국 관료들이 매일 같은 표현을 되풀이했다는 것이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 중국 특색 사회주의… 계속 그 이야기만 합니다.”

그는 마지막 날 공식 석상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 인민을 상대로 그 말을 하는 건 당신들 정치 선전이니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 학자들을 모아놓고 사흘 내내 그 이야기를 반복하는 건, 학자들에 대한 모독입니다.”

현장에 있던 독일 학자들은 이를 이렇게 표현했다고 한다. Sozialismus chinesischer Prägung(중국 특색 사회주의)가 아니라 Kapitalismus chinesischer Prägung(중국 특색 자본주의) 아니냐는 것이다.

“그 자리에 있던 베이징대 교수들이 전부 웃었습니다. 다 알고 있다는 겁니다. 지금 중국이 사회주의입니까?”

김 교수는 현재 중국을 이렇게 규정했다.

“지금 중국은 자본주의 역사상 최악 수준의 불평등을 가진 나라 중 하나입니다.”

그는 이번 방문에서 경험한 만찬장을 떠올리며 이렇게 덧붙였다.

“65년을 살면서 그렇게 사치스러운 만찬장은 처음 봤습니다. 상상을 초월합니다.”

김 교수는 중국 사회의 현실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지금 중국은 사회주의가 아니라, 극단적인 빈부격차를 가진 ‘중국 특색 자본주의 사회’입니다.”

그리고 박정희 시대의 ‘한국적 민주주의’와 오늘날의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같은 범주에 놓았다.

“권력은 언제나 체제의 실체를 숨기기 위해 그럴듯한 이름을 붙입니다. 언어가 현실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가리는 순간이죠.”

■ “중국과 러시아는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라, 극단적 자본주의 국가입니다”

김 교수는 오늘의 중국과 러시아를 이념이 아니라 자본과 권력 구조로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중국은 자본주의 역사상 최악 수준의 불평등을 가진 나라 중 하나입니다.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라 극단적 불평등 자본주의 국가입니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소련 해체 이후의 권력 구조를 지적했다.

“소련의 국가 자산은 누구 손에 들어갔습니까. 정보를 독점하던 KGB 출신 집단이 나눠 가졌습니다. 이것이 지금의 러시아입니다.”

그는 한국 사회가 여전히 중국과 러시아를 “공산 전체주의 국가”로 단순화하는 것을 현실과 단절된 냉전 잔재라고 평가했다.

■ “김정은의 전략 목표는 이미 명확합니다 — 수교와 체제 유지”

김 교수는 북한을 비합리적 고립국가로 보는 통념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베트남도, 중국도 미국과 수교한 직후 폭발적인 성장을 했습니다. 김정은의 꿈도 그것입니다. ‘미국과 수교해서 베트남처럼, 중국처럼 가자.’”

그는 북한 지도부의 전략 목표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 정치 권력 독점 유지
  • 체제 안정
  • 미국과 수교
  • 외자 유입
  • 경제 성장
  즉, 개혁 없는 개방형 권위주의 모델이다.

■ 미국 전략의 전환: “북한은 더 이상 관리 대상이 아니다”

김 교수는 미국의 대북 전략이 이미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연에서 다음의 국제 자료를 직접 인용했다.

① Foreign Affairs (2021년 7월)
전 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 출신 빈센트 브룩스(Vincent Brooks)의 논문 〈The Grand Bargain with North Korea〉

김 교수는 이 논문의 요지를 이렇게 정리했다.

“이제 중요한 건 북한이 핵을 갖느냐 마느냐가 아닙니다. 핵의 방향을 워싱턴에서 베이징으로 돌리는 것입니다. 이것이 미국의 최선의 전략입니다.”

② 미 의회 미·중 위원회 보고서 (2011년) 〈China–North Korea Strategic Rift〉

이 보고서는 북·중 관계의 구조적 갈등과 전략적 균열을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북한이 가장 경계하는 국가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입니다.”

■ 미국 전략 전환의 핵심 근거 — 김동기 변호사의 분석

김 교수는 최근 미국의 전략 변화가 단순한 정치 수사가 아니라, 미국 내부의 분석 축적에 기반한 전환이라고 강조하며 한 권의 책을 직접 소개했다.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책이 있습니다. 꼭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저자는 김동기 변호사로,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법률가이자 미국 외교·안보 전략 분석가다. 김 교수는 그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미국 국무성과 미 의회의 보고서를 가장 깊이 분석하는 최고의 미국 전문가입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 책의 핵심 주장은 분명하다.
  • 기존 미국 대북 전략의 이론적 기초였던 키신저 독트린은 잘못된 전제에 근거한 오류
  • 북한은 “곧 붕괴할 국가”도 아니며
  • “중국의 위성국가”도 아니라는 점

“키신저에 근거한 전통적인 대북 전략은 정세를 완전히 잘못 읽은 분석이었습니다. 이게 지금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입장입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 내부에서는 다음과 같은 전략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 북한을 ‘관리 대상’이 아닌 전략적 자산으로 재평가
  • 한반도를 중국 견제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재배치
  • 북미 수교를 실질적 정책 옵션으로 검토

  “지금 미국은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게 보고 있습니다.”

■ 뉴욕타임스의 결론: “북미 수교는 미국의 최대 이익”

김 교수는 2024년 12월 29일자 뉴욕타임스 칼럼도 인용했다.

제목: Trump–Kim Part II Could Shake the World 칼럼의 결론은 명확하다.

“북한과 평화협정 및 수교는 미국에게 greatest benefit, 최대 이익이다.”

이유로는 다음이 제시됐다.
  • 한반도 군사비 대폭 절감
  • 미군 전략 자산을 중국 견제로 전환
  • 동북아 안정 확보

■ “그래서 지금 트럼프·시진핑·푸틴이 모두 김정은을 원합니다”

김 교수는 현재 김정은의 국제적 위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김정은의 주가는 북한 역사상 최고입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김정은에게 접근하는 이유도 이 맥락에서 해석했다.

“에이펙 정상회의에서도 계속 구애했죠. 김정은은 냉담했습니다.”

■ “윤석열 정부의 도발에 북한이 반응하지 않은 이유”

김 교수는 북한이 최근 한국 정부의 강경 기조에도 상대적으로 자제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윤석열 정부의 도발에 반응하는 순간, 트럼프와의 관계가 깨집니다. 김정은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 강연 중 전망: “내년, 큰 변화가 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 교수는 강연에서 다음과 같은 개인적 전망을 제시했다.

“내년 4월 트럼프 평양 방문
 종전 선언
 5~6월 한국 대통령 평양 방문
 평화 협정 체결
 그리고 노벨 평화상 공동 수상 가능성.”

이는 강연자의 분석과 전망임을 전제로 한 발언이다.

■ “북한 수교는 동북아 경제 지형을 바꿉니다”

김 교수는 미국 투자기관들의 최근 분석도 소개했다.
  • 세계은행·아시아개발은행 개발기금 유입
  • 남·미·일 자본 진입
  • 풍부한 노동력
  • 희귀 광물 매장
  • 북한 경제 규모: 한국의 약 2%
  • 20년 내 80% 수준까지 성장 가능성

■ “세계는 바뀌고 있는데, 한국만 과거에 머물러 있습니다”

김 교수는 강연을 다음 말로 정리했다.

“세계 질서는 이미 바뀌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만 과거의 언어로 세계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유령과 싸우는 사회는 미래를 설계하지 못합니다.”

■ 기자의 시선 — 깨어있는 시민의 과제는 무엇인가

김누리 교수의 강연은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한반도의 위기는 군사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라는 점이다. 

전쟁과 평화를 결정하는 구조에서 시민이 사라진 사회, 
외교와 안보가 소수 엘리트의 전문 영역으로 봉인된 사회, 
그 공백 위에 전략 상실과 동맹 의존, 구조적 불안정이 쌓여 왔다.

그렇다면 질문은 자연스럽게 시민에게로 돌아온다.

우리는 왜 외교에 구경하는 존재가 되었는가.
왜 세금으로 운영되는 외교 정책의 방향을 묻지 않는가.
왜 작전통제권이 누구의 손에 있는지, 어떤 전략이 설계되고 있는지 질문하지 않는가.
왜 전쟁과 평화의 결정에서 스스로를 배제해 왔는가.

김 교수가 반복해서 지적한 “전략의 부재”는 정부만의 책임이 아니다. 
질문하지 않는 시민, 
토론하지 않는 사회, 
불안을 뉴스로 소비하고 판단을 위임해온 구조 전체의 책임이다.

깨어있는 시민의 과제는 거창하지 않다.
외교를 전문가의 언어에서 시민의 언어로 되돌려 놓는 것,
안보를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토론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 
전략을 밀실이 아니라 공론장의 의제로 끌어내는 것. 

그리고 묻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동맹을 원하는가.
우리는 어떤 평화를 선택할 것인가.
우리는 이 땅의 미래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김누리 교수의 강연은 예측이 아니라 구조 분석이었다.
연재 ⑤는 “질서의 붕괴”를,
연재 ⑥은 “전략의 상실”을,
연재 ⑦은 “선택의 시간”을 말한다.

이제 남은 질문은 이것뿐이다. 
한국 사회는 계속해서 세계 변화의 객체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시민의 판단 위에 전략을 세우는 주체가 될 것인가.
그 선택의 책임은, 정치인보다 먼저 시민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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