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조종건 칼럼연재 ⑬]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인가》 주민이 주인이었던 도시재생은 언제 끝났는가 ― 김경완 이사장과 난곡난향 주민공동체에 무슨 일이 있었나

조종건
· 깨어있는시민과의동행 사무총장
· 본지 발행인

도시재생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말 가운데 하나가 ‘주민주도’다. 행정이 계획을 만들고 주민에게 따라오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스스로 마을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으며 행정이 이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주민들이 직접 움직여 수백억 원의 도시재생사업을 만들어냈다면 그 성과는 누구의 것인가. 사업기간이 끝났다고 해서 주민들의 역할과 노력도 함께 끝나는가. 서울 관악구 난곡·난향지역의 도시재생과 난곡난향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그리고 김경완 이사장을 둘러싼 갈등은 바로 이 질문을 던진다. 누가 옳고 그른지를 먼저 판단하기 전에 이 사업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부터 보아야 한다.

2016년, 출발점에는 주민들이 있었다

난곡 도시재생의 출발점에는 주민들의 움직임이 있었다. 2016년 난곡도시재생 주민모임을 중심으로 도시재생기초사업이 시작됐다. 당시 확보한 기초사업비는 1억 2천만 원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불과 약 6개월 동안 주민과 행정이 함께 만들어낸 활동과 실적을 토대로 난곡지역은 2017년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선정됐다. 그 결과 서울시로부터 100억 원 규모의 도시재생사업비를 유치했다.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2018년에는 국토교통부 사업을 통해 다시 150억 원의 재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2016년 1억 2천만 원 규모의 기초사업에서 출발한 주민들의 움직임이 서울시 100억 원, 국토교통부 150억 원이라는 대규모 공공투자로 이어진 것이다. 이 과정은 행정기관 한 곳이 만들어 주민들에게 내려준 사업이 아니었다. 구청과 주민이 함께 만들어 따낸 주민공모사업이었다. 바로 이 사실이 난곡난향 사건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주민은 사업의 수혜자가 아니라 사업을 만들어낸 주체였다

도시재생사업에서 주민들은 단순히 정부와 서울시가 지원한 예산의 수혜자가 아니었다. 주민모임을 만들었다. 회의를 했다. 마을의 문제를 찾았다. 사업계획을 논의했다. 주민을 설득했다. 행정과 협의했다. 공모사업의 성과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것이 다음 단계의 더 큰 사업으로 이어졌다. 1억 2천만 원으로 시작했던 기초사업이 100억 원, 다시 150억 원 규모의 공공사업으로 발전한 과정에는 이러한 주민들의 참여와 노력이 있었다.

행정문서에는 사업비가 기록된다. 그러나 주민들이 몇 시간을 회의했는지, 몇 사람을 만나 설득했는지, 얼마나 많은 갈등을 조정했는지는 예산서에 나타나지 않는다. 도시재생의 가장 중요한 자본 가운데 하나는 주민들이 투자한 시간이었다.

50억 원 건물에 관악구가 부담한 것은 6.6%

이 사건을 바라볼 때 특히 주목해야 할 사실이 있다. 도시재생사업 과정에서 조성된 약 50억 원 규모의 건물에 투입된 재원 가운데 관악구의 부담은 6.6%였다는 점이다. 금액으로 계산하면 약 3억 3천만 원이다. 나머지 93.4%, 약 46억 7천만 원은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지원사업을 통해 마련된 재원이다.

이 숫자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을 “관악구는 돈을 조금 냈으니 권한도 조금 가져야 한다”는 식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공유재산의 법적 관리권은 단순한 재정분담률로 결정되지 않는다. 핵심은 다른 곳에 있다. 이 건물이 관악구의 재정만으로 만들어진 건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중앙정부의 지원이 있었다. 서울시의 지원이 있었다. 관악구의 행정적 참여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사업을 가능하게 만든 주민들의 참여와 노력이 있었다. 따라서 난곡재생활력소를 “관악구 소유의 건물을 협동조합이 사용했다”는 한 문장으로 설명하면 이 사업의 역사가 사라진다.

관악구가 관리한 것은 건물이지만, 사업을 만들어낸 것은 주민과 행정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구별이 필요하다. 법적으로 건물의 관리주체가 누구인가는 하나의 문제다. 그러나 그 건물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약 50억 원의 건물이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2016년 주민모임에서 출발해 1억 2천만 원의 기초사업을 수행하고, 그 활동을 바탕으로 2017년 서울시 도시재생활성화지역에 선정돼 100억 원을 유치하고, 다시 2018년 국토교통부로부터 150억 원의 재원을 확보하는 과정이 있었다. 그 과정을 관악구 혼자 만든 것도 아니고 주민들만 만든 것도 아니다. 주민과 행정이 함께 움직여 만들어낸 성과였다.

그렇다면 사업 종료 이후에도 서로의 기여를 존중해야 하는 것 아닌가. 관악구가 공유재산의 관리권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주민들의 역할을 단순한 ‘시설 이용자’의 역할로 축소해서는 곤란하다. 반대로 주민들이 사업을 만들어냈다는 이유만으로 영구적인 공간사용권을 주장할 수도 없다.

두 사실은 동시에 인정돼야 한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 주민들은 행정이 만들어 준 건물에 들어와 있던 사람들이 아니라, 그 건물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사업을 함께 만들어낸 사람들이다. 이 차이는 매우 크다.

협동조합의 노력도 도시재생의 성과다

그 과정에서 난곡난향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의 역할도 살펴봐야 한다. 도시재생사업은 예산을 확보했다고 끝나지 않는다. 시설을 만들었다고 공동체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사업이 끝난 이후에도 주민을 연결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공간을 관리하며 지역공동체를 유지하는 조직이 필요하다. 협동조합은 바로 그 역할을 맡아왔다.

그렇다면 행정은 협동조합을 단순히 ‘공유재산의 사용자’라는 법률적 지위만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사용허가 관계를 법적으로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더라도, 그동안 협동조합이 주민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수행한 역할과 노동을 별도로 평가하는 것이 공정하다. 사용기간이 종료됐다는 것은 법률적 사실이다. 그러나 협동조합이 해온 노력까지 종료됐다는 뜻은 아니다.

6.6%와 93.4%가 말해주는 것

나는 이 사건에서 6.6%와 93.4%라는 숫자를 비용분담의 숫자로만 보고 싶지 않다. 이 숫자는 주민주도 도시재생이 무엇이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50억 원 규모의 건물에 관악구가 부담한 재정이 6.6%이고 나머지 93.4%가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지원사업으로 조성됐다면, 그 건물은 관악구의 독자적인 행정성과라기보다 국가·서울시·관악구·주민이 함께 만들어낸 공공적 성과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그리고 그 국가와 서울시의 지원을 해당 지역으로 끌어오는 데 주민들의 노력과 주민공모사업의 성과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더욱 그렇다.

따라서 질문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이 건물은 누구 것이냐”만 물을 것이 아니라 “이 건물을 가능하게 만든 사람들은 누구였느냐”고 물어야 한다. 건물의 소유와 관리는 법으로 정할 수 있다. 그러나 공동체의 역사는 등기부에 기록되지 않는다.

주민주도는 사업을 따낼 때만 필요한가

여기서 더 불편한 질문이 생긴다. 2016년 주민들이 필요할 때는 주민주도였다. 주민들의 활동성과가 필요할 때는 주민이 주체였다. 서울시 100억 원을 유치할 때도 주민참여가 중요했다. 국토교통부 150억 원의 추가 지원을 확보하는 과정에서도 지역의 도시재생 성과는 중요한 기반이었다.

그런데 사업이 끝난 이후에는 어떠한가. 주민이 어느 순간 ‘시설 사용자’나 ‘점유자’라는 법률적 언어로만 불리기 시작한다면 시민들은 묻게 된다. 주민은 사업을 따올 때만 주인인가. 예산을 확보할 때는 ‘주민주도’이고, 사업이 끝나면 ‘공유재산 관리’만 남는 것인가. 물론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했다고 영구적인 공간사용권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주민주도가 진정한 정책철학이었다면 사업 종료 과정에도 그 철학이 작동해야 한다. 그것이 주민의 노력을 존중하는 행정이다.

공간의 법적 권리와 주민의 역사적 기여는 구별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 두 문제를 섞어서는 안 된다. 첫 번째는 법률문제다. 무상사용허가 기간이 끝났는가. 연장할 법적 의무가 있는가. 사용권원이 종료된 뒤 반환의무가 있는가. 변상금을 부과할 법적 요건이 충족되는가. 두 번째는 행정과 공동체의 문제다. 이 사업을 만들어낸 주민들의 노력은 어떻게 평가됐는가. 협동조합의 활동성과는 어떻게 평가됐는가. 사용연장을 하지 않기로 했다면 공동체가 지속될 다른 방법은 검토됐는가. 주민들이 만들어낸 도시재생 성과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논의했는가.

첫 번째 질문에서 행정이 옳다고 해서 두 번째 질문까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법적 관리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주민들의 기여를 평가하지 않아도 된다는 권한까지 주는 것은 아니다.

‘주민이 주인’이라는 말을 행정이 기억해야 한다

도시재생은 건물을 짓는 사업만이 아니었다. 사람을 만드는 사업이었다. 주민이 자기 마을의 문제를 자기 문제로 생각하도록 만드는 사업이었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게 하고 공동체를 조직하는 사업이었다. 그것이 성공적인 도시재생이라면 가장 중요한 성과는 건물 자체가 아니라 주민의 주체성일 수 있다.

그렇다면 50억 원 건물을 회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주민들의 주체성과 공동체가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건물에는 감가상각이 있다. 그러나 주민의 신뢰가 무너지면 회복에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누가 옳은지를 묻기 전에 무엇을 함께 만들었는지를 기억하자

난곡난향 사건에서 관악구와 주민이 지금 법적으로 다투고 있다는 사실만 바라보면 두 당사자는 서로 반대편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간을 2016년으로 돌려보면 다른 모습이 보인다. 주민과 행정은 같은 사업을 만들었다. 1억 2천만 원의 기초사업을 시작했다. 6개월 동안 성과를 만들었다. 2017년 도시재생활성화지역 선정으로 서울시 100억 원을 유치했다. 2018년 국토교통부에서 150억 원을 추가 확보했다. 그 과정에서 주민공동이용시설로 약 50억 원 규모의 건물도 만들어졌다. 그 건물에 들어간 관악구의 재정은 6.6%였고, 93.4%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지원사업 재원이었다.

그래서 이 사건을 바라보면서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은 갈등이 아니다. 한때 주민과 행정이 함께 만들어낸 성공의 역사다. 그 성공의 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현재의 갈등은 더욱 아프다. 행정이 주민의 노력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주민들은 행정의 시혜를 받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함께 사업을 만든 사람들이었다. 협동조합은 완성된 건물에 들어온 단순한 사용자가 아니었다. 그 사업의 성과와 주민공동체를 지속시키는 데 참여한 조직이었다. 따라서 사용기간 종료라는 법률적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그 역사까지 지워서는 안 된다.

주민주도라는 말이 진실이었다면

이제 우리는 물어야 한다. 주민들과 함께 사업을 만들어 수백억 원의 공공재원을 끌어오던 때의 관악구와, 그 주민공동체를 상대로 사용연장 불허와 변상금, 건물인도와 강제집행 문제를 다루는 지금의 관악구 사이에는 어떤 행정철학이 이어지고 있는가. 

공유재산을 관리해야 한다는 원칙은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주민들이 일궈낸 성과도 존중해야 한다. 두 가지는 양립할 수 없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공간을 계속 사용할 권리가 없다면 그렇게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전에 주민들의 공로를 충분히 평가하고, 왜 연장이 어려운지 설명하고, 공동체가 살아남을 다른 길이 있는지를 함께 찾을 수 있다. 그것이 특혜는 아니다. 함께 만든 사업의 파트너를 끝까지 파트너로 대하는 것이다. 2016년 주민들에게 “함께 도시를 바꾸자”고 손을 내밀었다면 사업이 끝날 때도 같은 자세가 필요하다. 주민주도라는 말이 진실이었다면 주민의 역할은 사업을 따낼 때만 존중받아서는 안 된다. 갈등이 발생하고 사업이 끝나는 순간에도 존중받아야 한다.

그래서 ⑭회에서 다시 묻고자 한다. 50억 원 건물의 법적 관리권이 누구에게 있는가와 별개로, 그 건물을 가능하게 한 주민들의 노력에 행정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그리고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것과 행정적으로 정의롭다는 것은 정말 같은가.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