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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몽 시민사회 국제교류 특별기획 ①] 길강묵 박사의 한·몽 미래전략에서 김영래 교수의 룬솜 조림지 현장강연까지…민·관·산·학 협력의 가능성을 탐색하다

평택에서 던진 질문, 몽골 초원에서 미래를 만나다

2023년 제10차 인간적세계화포럼에서 2026년 제11·12차 인간적세계화포럼까지…3년의 인연이 만들어낸 3박 4일의 배움과 동행

여섯 명의 현장 답사에서 연말 제3차 방문 추진까지…“책에서 현장으로, 시민사회에서 세계로"
[평택=주간시민광장] 조종건 기자


몽골 징기스칸공항에서 왼쪽 4번째 이용주 단장
(전 경기도평택교육지원청 교육장)(사진=주간시민광장)

하늘이 넓어지는 곳, 몽골에서 만난 또 하나의 세계

살면서 한 번쯤은 끝이 보이지 않는 초원에 서보고 싶지 않은가. 고개를 들어도 하늘이고, 시선을 낮추어도 지평선이다. 구름 그림자가 초원 위를 천천히 지나가고, 멀리 소와 말, 염소와 양들이 풀을 뜯는다. 6월 바람이 불면 풀들이 물결처럼 흔들리고, 그 너머로 산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만날 수 없는 풍경이다. 도시에서는 하늘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들어야 하지만, 몽골에서는 어디를 바라보아도 하늘이 따라온다. 높은 건물도, 빼곡한 아파트도 시야를 가로막지 않는다. 그저 끝없이 펼쳐진 대지와 그 위를 흐르는 구름이 있을 뿐이다.

그 풍경 앞에서는 누구나 잠시 말을 잃는다. 우리는 이렇게 넓은 세상을 두고 얼마나 좁은 공간에서 바쁘게 살아왔던가. 매일 같은 길을 오가며 익숙한 문제에 매달리는 동안, 세상 어딘가에는 이토록 다른 삶과 자연이 존재하고 있었다.

몽골의 매력은 아름다운 초원에서 끝나지 않는다. 유목민의 오랜 지혜가 담긴 전통 게르, 자연과 어우러진 삶의 방식, 낯선 사람들과 나누는 새로운 이야기, 그리고 우리와는 전혀 다른 기후와 환경 속에서 미래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여행자를 기다린다.

낯선 풍경을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익숙했던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세계의 문제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래서 몽골은 풍경을 보러 떠났다가, 사람과 세상을 새롭게 만나고 돌아올 수 있는 곳이다. 지난 10월 1일부터 4일까지, 평택에서 출발한 여섯 명의 시민사회 방문단이 바로 그 길을 걸었다. 이용주 단장을 비롯해 서동화, 서지숙, 백미현, 현종호, 조종건 등 6명은 울란바토르의 도시 풍경에서 출발해 투브아이막 룬솜 조림지를 방문하고, 테를지 국립공원의 전통 게르에서 마지막 밤을 보냈다. 3박 4일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그 안에는 자연과 문화, 배움과 토론,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함께했다.

몽골의 초원에서는 인간이 자연과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생각했고, 룬솜 조림지에서는 사막화를 막기 위해 심은 나무들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를 배웠다. 김영래 몽골 재정경제대학교 교수와의 현장강연에서는 농업과 환경, 에너지, 지역경제를 연결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놓고 질문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번 여정에서 가장 특별했던 것은 좋은 풍경을 보았다는 사실만이 아니었다. 우리가 몰랐던 세상을 함께 배우고, 3년 전 시작한 인연을 다시 만나 미래의 협력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 시작은 2023년 6월 27일, 몽골 울란바토르 재정경제대학교에서 열린 제10차 인간적세계화포럼이었다. 그로부터 3년 뒤, 평택에서 열린 제11회 포럼과 몽골 룬솜 조림지에서 개최된 제12차 포럼은 하나의 여정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흔히 여행을 어디에 다녀왔는가로 기억한다. 그러나 어떤 여행은 누구를 만났는가로 오래 기억된다. 무엇을 보았는가보다 무엇을 새롭게 알게 되었는가가 더 중요해지는 여행도 있다. 이번 몽골 시민사회 국제교류가 바로 그런 여정이었다.

2023년, 몽골에서 심은 첫 번째 협력의 씨앗

이번 여정의 출발점을 찾으려면 3년 전으로 시간을 돌려야 한다. 2023년 6월 27일, 몽골 울란바토르 재정경제대학교(University of Finance and Economics, UFE) 게르 컨퍼런스룸에서는 제10차 인간적세계화포럼이 개최됐다. 주제는 「기후변화 대응과 인간적 세계화」였다. 평택대학교, 경기도평택교육지원청, 평택시로컬푸드재단, 시민사회재단, 몽골 재정경제대학교, 한몽개발연구소 등 6개 기관이 공동 주최한 국제교류의 자리였다.

김영래 몽골 재정경제대학교 교수 겸 한몽개발연구소장의 진행으로 열린 당시 포럼에는 몽골 전 총리 아마르자르갈을 비롯해 양국 대학과 교육기관, 시민사회 및 환경분야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특히 이성길 한몽그린벨트사업단 단장은 몽골의 사막화 문제와 한국·몽골 산림협력의 역사를 설명했다. 그는 1990년 한·몽 수교 이후 이어진 산림협력과 2006년 한·몽 그린벨트 프로젝트 합의 등을 소개하면서, 기후변화와 토지 황폐화에 대응하기 위한 민·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포럼에서는 평택대학교와 몽골 재정경제대학교 간 양해각서(MOU), 그리고 양국 5개 기관이 참여하는 협력 양해각서가 체결됐다. 참석자들은 평택의 민·관·산·학 협력 역량을 몽골의 환경복원과 지역발전에 연결해 지속가능한 협력사례를 만들어가자는 기대를 나눴다. 그날의 만남은 당장 가시적인 사업을 완성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서로 다른 나라와 기관이 같은 문제를 바라보고, 장기적인 협력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출발점이었다.

그리고 3년이 흘렀다. 2026년 10월, 한국 시민사회 방문단은 당시 포럼에서 소개됐던 한·몽 그린벨트 사업의 현장인 투브아이막 룬솜을 직접 찾았다. 더욱 뜻깊은 것은 3년 전 포럼을 진행했던 김영래 교수가 이번에는 현장 특별강연자로 나섰다는 사실이다. 3년 전 강의실에서 들었던 사막화와 조림사업의 이야기가 이제 초원의 현실이 되어 눈앞에 펼쳐졌다. 국제교류의 의미는 어쩌면 바로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한 번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문제를 기억하고 다시 만나며,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함께 찾아가는 일이다.

2026년 9월, 평택에서 몽골의 미래를 다시 묻다

몽골 방문을 나흘 앞둔 9월 27일 오후 5시, 평택시 비전4로 뜨레휴카페작은도서관에서는 제11회 인간적세계화포럼이 열렸다. 주제는 「초원의 바람, 미래를 잇다 ― 유목에서 정주로, 그리고 한·몽의 내일」이었다. 이날 강연은 주몽골대한민국대사관 총영사를 지낸 길강묵 박사(법무부 울산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가 맡았다. 3년 전에도 평택시로컬푸드재단 강의실에서 강의로 방문단을 위한 강연을 했다.

길 박사는 몽골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했던 경험과 출입국·이민행정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국과 몽골의 미래관계를 폭넓게 설명했다. 그가 강조한 핵심은 몽골을 현재의 경제 규모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몽골은 미래의 국가.” 몽골에는 광대한 국토와 풍부한 광물자원, 발전 가능성을 지닌 젊은 인적자원이 있다. 한국에는 기술과 자본, 교육 역량과 산업화의 경험이 있다.

그러나 양국의 관계를 단순한 자원개발이나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 길 박사의 문제의식이었다. 그는 국가 간 관계에는 당장의 이익뿐 아니라 미래세대가 누리게 될 이익도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몽 관계의 출발점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만나야 무엇인가 시작할 수 있다.” 한국에서 공부한 몽골 청년들이 양국을 연결하는 인적자산으로 성장하고, 한국의 시민사회와 대학, 기업이 몽골의 지역사회와 지속적으로 교류한다면 그 관계 자체가 미래의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길 박사는 사막화와 기후변화, 울란바토르의 도시집중과 대기오염, 자원과 에너지 문제도 함께 다뤘다. 몽골의 환경문제는 몽골만의 문제가 아니다. 초원의 생태환경이 악화되면 목축과 주민의 생계가 영향을 받고, 이는 도시로의 인구이동과 에너지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사막화와 모래·먼지의 이동은 동북아시아가 함께 대응해야 할 환경문제이기도 하다.

그날 강연을 마치며 방문단은 하나의 질문을 품었다. 한국과 몽골이 함께 미래를 준비한다면, 그 협력은 실제로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그 질문을 안고 방문단은 몽골로 향했다.

10월 1일, 책에서 현장으로…초원의 바람이 열어준 새로운 세상

10월 1일, 방문단은 몽골 울란바토르에 도착했다. 높은 건물과 도로가 이어지는 수도의 풍경은 몽골 역시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임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도시를 벗어나면 풍경은 전혀 달라진다. 건물이 줄어들고 도로 양쪽으로 초원이 펼쳐진다. 멀리 산들이 이어지고, 가축이 풀을 뜯는 모습과 전통 게르가 눈에 들어온다. 시야를 가로막는 것이 줄어들수록 하늘은 더욱 넓어 보인다. 그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번 방문단의 관심은 풍경 너머에 있었다. 이 넓은 땅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기후변화는 유목민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한국이 참여한 사막화 방지사업은 실제로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가. 방문단은 울란바토르에서 몽골의 도시환경과 사회변화를 살펴보고, 다음 날 룬솜 조림지 방문을 준비했다. 여행이 배움으로 바뀌는 순간은 새로운 풍경을 만날 때만이 아니다. 그 풍경을 바라보며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질문을 던지기 시작할 때다.

10월 2일 룬솜 조림지, “나무를 심은 다음에는 누가 책임집니까?”

10월 2일 방문단은 울란바토르에서 서쪽으로 약 130km 떨어진 투브아이막 룬솜(Lun Soum)을 찾았다. 한국의 지원으로 조성된 한·몽 그린벨트 조림사업 현장이다. 이곳에서 제12차 인간적세계화포럼 「몽골 초원에서 찾는 지속가능한 미래」 특별강연이 진행됐다.

강연을 맡은 김영래 몽골 재정경제대학교 교수는 한국의 몽골 사막화 방지 조림사업이 걸어온 길과 현재의 운영상황, 그리고 향후 발전 가능성을 설명했다. 김 교수의 현장 설명에 따르면 룬솜 일대에는 각각 약 50헥타르 규모의 조림지 10개가 조성돼 있다. 전체 면적은 약 500헥타르, 약 150만 평에 해당한다.

조림지에는 강한 바람으로부터 수목과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한 방풍림이 조성돼 있고, 일부에는 관정(지하수를 확보하는 시설)과 전력, 관개시설 등 기반시설도 갖춰져 있다. 몽골처럼 겨울이 길고 강풍과 건조한 기후가 반복되는 지역에서 이러한 시설은 오랜 시간과 예산, 기술을 투입해 마련한 중요한 자산이다.

그러나 사업 종료 후 현지로 관리가 이관되면서 새로운 문제가 나타났다. 나무를 심는 데에는 공공재정이 투입됐지만, 그 나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데 필요한 예산과 인력은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과 전기를 공급하고, 방풍림을 유지하며, 조림지를 관리하는 일에는 해마다 비용이 발생한다.

김 교수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림지를 나무를 심는 공간에서 벗어나 경제활동과 환경보전이 함께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7번 조림지에서 추진된 혼농임업(Agroforestry) 시범사업을 소개했다. 이곳에서는 온실을 활용한 농작물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방문단은 현장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맛보며 품질과 재배 가능성에 관심을 나타냈다.

그러나 김 교수는 농작물을 생산하는 데 성공하는 것과 그것을 판매해 수익을 남기는 일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안정적인 유통망과 판매계약, 전문적인 경영체계가 없다면 농업생산이 이루어져도 조림지의 유지관리비를 충분히 마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시설농업과 사료작물 생산, 묘목 생산, 기능성 작물, 생태관광 등을 결합한 복합적인 발전전략을 제시했다. 가축 사육이 중요한 몽골에서 사료작물은 잠재적인 수요가 있는 분야이고, 대규모 조림정책에 필요한 묘목 생산 역시 검토할 가치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또한 해바라기와 같은 경관작물과 체험형 농업을 결합해 방문객을 유치하는 구상도 소개했다. 모든 방안이 곧바로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조림사업을 지속할 운영체계를 마련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가치가 다시 환경보전에 기여하도록 만드는 일이었다. 나무를 심는 데서 끝나는 국제협력이 아니라, 그 나무가 살아남도록 지역경제와 관리체계를 함께 만드는 국제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태양광은 가능합니까?” 초원에서 이어진 진지한 토론

이날 제12차 포럼에서는 강연만큼이나 참석자들의 질문이 중요했다. 조림지에 필요한 물과 전기는 어떻게 공급하는가. 농산물을 생산하면 누가 구매하는가. 묘목이나 사료작물을 재배하려면 어떤 시설과 인력이 필요한가. 질문은 점차 구체적인 사업구조로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몽골의 풍부한 일사량을 활용한 태양광발전 가능성을 물었다. 서지숙 씨는 대규모 상업용 발전사업과 조림지에 필요한 전력을 자체 생산하는 자립형 발전모델을 구분해 설명했다. 상업용 발전은 초기투자와 금융조달, 전력구매계약 등 다양한 조건을 검토해야 하지만, 조림지의 관개와 온실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생산하는 모델은 유지관리비를 절감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토지의 장기 이용권과 관련 기관의 승인절차, 실제 사업 수익성 등에 대해 질문했다. 과거 토지투자로 손실을 입었던 경험을 소개하며 충분한 법적 검토와 사업성 분석 없이 투자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한 의견을 제시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평택이나 안성 등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사회, 대학과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체계를 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토론을 통해 확인한 것은 사업 가능성만이 아니었다. 현지 법률과 행정절차, 투자재원과 시장 수요, 전문인력과 사업 운영능력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이번 방문에서 특정 투자나 사업 추진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발견하고, 향후 무엇을 조사하고 검증해야 하는지를 구체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현장은 막연한 기대를 현실적인 질문으로 바꾸는 장소였다.

3년 전의 약속은 어디까지 왔을까

이번 룬솜 방문은 2023년 제10차 인간적세계화포럼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당시 양국 관계자들은 기후변화 대응과 산림복원, 평택의 민·관·산·학 협력을 통한 환경협력의 가능성을 논의했다. 그리고 3년 뒤 방문단은 실제 조림지에서 운영현황을 확인하고, 새로운 사업모델의 가능성과 장애요인을 살펴봤다.

이는 국제교류의 발전 방향을 보여준다. 첫 만남에서는 서로의 문제를 이해하고 관계를 맺는다. 다음 만남에서는 구체적인 현장을 확인한다. 그다음에는 공동의 과제를 선정하고 실행 가능한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물론 2023년에 체결된 양해각서의 구체적인 이행성과와 후속 사업 추진 여부는 별도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3년 전 시작된 인연이 끊어지지 않고 다시 현장 방문과 토론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중요한 과제는 그 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지속할 것인가이다. 몽골의 환경문제를 한국이 일방적으로 해결해 주는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현지 주민과 대학, 연구기관, 시민사회가 함께 문제를 확인하고, 해결방법을 설계하며, 성과와 책임을 공유하는 협력체계가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이번 포럼이 지향하는 인간적 세계화의 구체적인 모습일 것이다.

마지막 밤, 테를지 국립공원의 게르에서 만난 또 다른 몽골

10월 3일 방문단은 울란바토르 일정을 거쳐 테를지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마지막 밤의 숙소는 도심의 호텔이 아니라 몽골의 전통 주거문화가 담긴 게르였다.

테를지 국립공원은 초원과 산악지형, 독특한 바위 풍경이 어우러진 지역이다. 도시에서 만나는 몽골과 국립공원에서 만나는 몽골은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도시에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경제와 사회를 느낄 수 있다면, 자연 속에서는 유목문화와 자연환경에 적응해 온 생활방식에 관심을 갖게 된다.

게르는 이동생활에 적합하도록 발전해 온 몽골의 전통 주거형태다. 둥근 구조와 조립·해체가 가능한 설계에는 넓은 초원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경험과 지혜가 담겨 있다.

이날 방문단이 게르에서 숙박한 경험은 단순한 관광 일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룬솜 조림지에서는 인간이 자연을 복원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배웠다면, 게르에서는 인간이 자연에 적응하며 살아온 또 다른 방식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적인 호텔은 편안함을 제공하지만, 전통적인 생활공간은 때때로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였던 삶의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몽골의 자연과 유목문화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배움의 대상이었다.

여섯 명의 현장 답사, 연말 제3차 몽골 방문으로 이어진다

이번 몽골 시민사회 국제교류는 UFE 한몽개발연구소, 깨어있는시민과의동행 독서향기(회장 천낙규), 깨어있는시민과의동행 산악회(회장 최덕제), 한국시민사회재단, 평택환경시민사회협동조합(이사장 이용주), 뜨레휴카페작은도서관이 함께 추진했다.

10월 1일부터 4일까지 진행된 현장 답사에는 이용주 단장, 현종호 간사, 운영위원 서동화, 서지숙, 백미현, 조종건 등 6명이 참여했다. 방문단은 울란바토르와 투브아이막 룬솜 조림지, 테를지 국립공원을 방문하며 교육과 환경, 혼농임업, 에너지, 생태관광 및 한·몽 시민사회 협력의 가능성을 살펴봤다. 이번 방문은 2023년 제10차 인간적세계화포럼에서 시작된 교류를 실제 조림지 현장 실사로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러한 교류를 지속하기 위해 천낙규 깨어있는시민과의동행 독서향기 회장, 최덕제 깨어있는시민과의동행 산악회 회장, 조종건 한국시민사회재단 상임대표, 박종서 박사는 2026년 연말 제3차 몽골 답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천낙규 회장과 최덕제 회장은 이번 10월 현장 답사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연말 방문을 통해 한·몽 시민사회 교류의 지속성과 후속 협력 가능성을 함께 살펴볼 계획이다.

제3차 답사에서는 앞선 방문에서 확인한 조림지 운영과 혼농임업, 친환경에너지 및 지역경제 협력 과제를 더욱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양국 시민사회와 관계기관 사이의 지속적인 교류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2023년의 만남이 협력의 출발점이었다면, 2026년 10월의 방문은 현장을 확인하는 과정이었고, 연말 제3차 답사는 이를 후속 협력으로 발전시키려는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다. 한 번의 방문이 추억으로 끝나지 않고 다음 만남과 공동의 실천으로 이어지는 것. 그것이 이번 한·몽 시민사회 국제교류가 지향하는 방향이다.

책에서 현장으로, 시민사회에서 세계로

이번 방문의 또 다른 의미는 독서와 토론을 통해 시작된 시민들의 배움이 국제교류 현장으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책을 읽고 토론하는 시민들이 세계의 현장을 방문해 전문가와 대화하고, 환경문제와 지역경제의 현실을 확인하는 일은 시민교육의 또 다른 방식이다.

강의실에서 배우는 지식은 중요하다. 그러나 현장에는 책과 통계가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경험과 현실적인 제약이 존재한다. 그 차이를 직접 확인하는 과정에서 시민의 질문은 더욱 구체적이고 깊어진다. 방문단은 이번에 확인한 환경복원과 혼농임업, 친환경에너지, 교육 및 시민사회 교류의 가능성을 향후 포럼과 공동연구, 후속 협력과제 검토 등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러한 과정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지는 추가적인 조사와 협의에 달려 있다. 그러나 모든 국제협력이 처음부터 완성된 계획을 갖고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다시 만나고, 함께 해결할 문제를 찾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앞서 이용주 단장은 제11회 포럼에서 이번 방문의 목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번 방문의 목적은 몽골을 보고 오는 데 있지 않다. 현장에서 질문을 발견하고, 돌아와 다시 공부하고, 포럼을 통해 시민들과 토론하면서 실행 가능한 한·몽 협력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여정은 그 문제의식을 실천하는 과정이었다.

다음 여정에는 당신도 함께하기를

몽골에 다녀온 사람은 초원의 넓이를 기억할 것이다. 끝없이 펼쳐진 하늘과 산맥, 초원 위의 게르와 가축들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이다.

그러나 그곳에서 사람을 만나고 현장의 문제를 함께 고민한 사람에게는 조금 다른 기억이 남는다. 나무 한 그루가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인간은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서로 다른 나라의 시민들이 무엇을 함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이번 방문에서 모든 답을 찾은 것은 아니다. 조림사업의 경제적 자립모델도, 태양광발전의 수익성도, 한·몽 공동협력사업의 구체적인 실행방안도 여전히 검토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러나 하나는 확인했다. 현장에 가야 비로소 제대로 된 질문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2023년 몽골 재정경제대학교에서 시작된 만남은 2026년 평택의 작은도서관에서 다시 미래를 이야기하는 자리로 이어졌다. 그 질문을 안고 방문단은 룬솜의 조림지를 찾았고, 테를지 국립공원에서는 몽골의 자연과 전통문화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 과정에서 여행이 단순히 새로운 풍경을 보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다른 사회의 현실을 이해하며,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을 다시 바라보는 기회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누군가는 몽골의 자연을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날 것이다. 누군가는 몽골의 문화와 역사를 배우기 위해 떠날 것이다. 또 누군가는 그곳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거나, 자신이 가진 경험과 기술을 활용해 함께할 일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어느 하나도 의미 없는 경험은 아니다. 그러니 다음 기회에는 더 많은 시민과 청년, 연구자와 활동가들이 함께 이 길을 걸어보기를 기대한다.

그곳에서 무엇을 발견하게 될지는 누구도 미리 알 수 없다. 그러나 낯선 곳을 향해 질문을 품고 떠나는 사람에게 여행은 단순한 이동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된다. 좋은 여행은 아름다운 풍경을 남긴다. 그러나 좋은 배움의 여행은 새로운 질문과 오래 이어질 관계를 남긴다.

3년 전 우리는 몽골에서 협력의 씨앗을 심었다. 2026년 우리는 그 씨앗이 자랄 땅을 다시 찾았다. 아직 숲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서로를 기억하고 다시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면, 미래를 함께 가꿀 가능성도 자라날 것이다. 책에서 현장으로, 시민사회에서 세계로. 평택에서 시작된 배움과 동행의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다음 이야기 | 특별기획 ②] 나무를 심은 뒤, 누가 그 숲을 책임지는가

한국은 몽골의 사막화를 막기 위해 오랜 기간 조림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사업이 끝난 뒤에도 나무는 계속 물을 필요로 한다. 관리비와 인력이 부족하다면 숲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다음 편에서는 룬솜 조림지의 현장 설명과 토론을 바탕으로 국제개발협력의 성과와 사후관리의 문제, 환경복원과 주민 생계를 함께 지속시킬 새로운 운영모델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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