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층기획 | 가족의 간병, 더는 사적 고통일 수 없다
    • “가족 한 명 아프면 일상은 벼랑 끝… 국가간병책임제, 더는 미룰 수 없다”

    • [수원=주간시민광장] 서동화 의료보건전문기자 =

      “가족 한 분이 편찮을 때 일상이 중단되고 벼랑 끝에 몰림을 목도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이 발언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지난 3월, 김 지사가 직접 만난 한 요양병원 부부의 사례에서 비롯된 절절한 체험담이다. 48년 전 수술 과정에서 실명한 환자와, 평생을 돌봄으로 지탱해온 배우자. 병이 재발하자 가족은 끝없는 와병과 경제적 압박 속에 무너져내릴 위기에 놓였다. 이는 곧 “간병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짊어져야 할 과제”라는 메시지로 이어졌다.

      배경 | ‘보이지 않는 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간병 현실

      대한민국은 급격한 고령화 속에서 ‘간병의 사회화’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간병 부담은 특정 가정에 집중돼 가족 구성원의 일상과 생계를 송두리째 흔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공적 간병 지원체계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김 지사는 토론회에서 “간병 문제는 보이지 않는 시장의 손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따뜻한 손, 즉 공공의 책임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그간 민주 정부가 이어온 복지·돌봄 체계의 진화를 계승하면서도, 간병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키려는 의지를 드러낸 발언이다.

      성과 | 경기도의 선제적 시도 ‘간병 SOS 프로젝트’

      경기도는 이미 광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공적 간병 지원 사업을 가동했다. 지난 2월 시작된 ‘간병 SOS 프로젝트’는 저소득층 입원 어르신에게 연 최대 120만 원의 간병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8월까지 약 700명의 어르신이 도움을 받았고, “간병비 때문에 퇴원을 고민하거나 돌봄을 포기하는 상황”을 크게 줄였다.

      이와 함께 경기도는 ▲간병비의 건강보험·의료급여화 ▲100만 호 노인주택 등 주거 인프라 확충 ▲2028년까지 주야간 간병시설 1천 개소 설치 ▲간병인 처우 개선이라는 ‘국가간병책임제 4대 전략’을 제안했다. 이는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환자·가족·간병인·국가 모두를 아우르는 구조적 개혁 방향이다.

      전망 | “이재명 정부, 복지와 돌봄의 분기점”

      역대 민주 정부는 각각 복지체계의 전환점을 만들어왔다. 김대중 정부는 사회보험 확립, 노무현 정부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 도입, 문재인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를 시행했다. 김동연 지사는 “이재명 정부에서는 반드시 국가간병책임제가 성공해야 한다”며 “경기도가 그 길에 앞장서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국회 토론회에는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을 비롯해 여야 의원 11명이 공동 주최자로 참여했다. 이는 간병 문제가 여야를 떠나 국민 전체가 직면한 시대적 과제임을 보여준다.

      앞으로 국가가 간병 책임을 제도적으로 떠맡을 수 있을지 여부는 고령사회 한국의 복지 모델을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간병은 더 이상 특정 가족의 희생이 아니라, 모두가 보장받아야 할 ‘공공의 안전망’이 되어야 한다.

      √ 기자의 시선

      간병의 문제는 ‘노후’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돌발적 위기다. 가족의 병이 곧 가정의 붕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 국가적 대응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선택이다.

      투명 고지|이 기사의 작성자인 서동화 기자는 일상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한국시민사회재단 정책위원장을 겸하고 있으며, 평택시청 보건소에서 정년하고 보건의료를 위한 시민운동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Copyrights ⓒ 주간시민광장 & http://www.gohuman.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확대 l 축소 l 기사목록 l 프린트 l 스크랩하기
최신기사
         신문사소개  |   시민사회재단 소개  |   보도자료등록  |  개인정보보호정책  |  청소년보호정책  |  오시는길
대표자: 조종건 | 상호: 시민사회재단 | 주소: 경기도 평택시 비전4로 175, 708-202 | 신문등록번호: 경기도 아52894 | 등록일자 : 2021-05-18 | 발행인/편집인: 조종건 | 편집장:조종건 | 청소년보호책임자: 조종건 | 전화번호: 010-7622-8781
이메일: master@gohuman.co.kr
Copyright © 2021 주간시민광장.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