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종건 칼럼연재 ⑭회]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인가》 공간도 존치하고 주차장도 존치한다, 주민주도는 왜 존치하지 못했는가 ― 2019년 관악구 계획에서 국토부 설립인가, 사용연장 불허·변상금·건물인도까지
    • 조종건  깨어있는시민과의동행 사무총장  본지 발행인
      조종건
      · 깨어있는시민과의동행 사무총장
      · 본지 발행인

      행정의 철학은 사업을 시작할 때보다 사업을 끝낼 때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사업을 시작할 때 주민참여를 말하기는 쉽다. 주민주도를 강조하고 공동체를 만들자고 한다. 주민들에게 회의에 참석해 달라고 하고, 사업을 제안해 달라고 하고, 협동조합을 만들어 지역을 스스로 관리하라고 한다. 그러나 예산이 끝나고 사업기간이 종료된 뒤에도 그 주민들을 여전히 ‘주체’와 ‘파트너’로 대하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난곡·난향 도시재생사업은 바로 그 질문을 던진다. 2016년 주민모임에서 출발한 1억 2천만 원 규모의 기초사업은 주민과 행정이 함께 실적을 쌓으며 확대됐다. 2017년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선정돼 서울시 100억 원 규모의 사업을 유치했고, 2018년에는 국토교통부 150억 원을 추가 확보했다. 약 50억 원 규모로 조성된 건물의 재원 가운데 관악구 부담이 6.6%,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지원이 93.4%였다는 사실만으로 이 사건의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관악구가 6.6%를 부담했다고 관리권도 6.6%만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이 사업은 어디에서 시작됐고, 누구와 함께 만들어졌으며, 사업이 끝난 뒤 무엇을 남기려고 했는가. 그 질문에 답할 기록들이 이제 하나의 시간축으로 연결된다.

      2019년, ‘주민주도’는 관악구 자신의 계획이었다

      첫 번째 기록은 관악구가 작성한 2019년 「난곡·난향동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이다. 이 계획에는 도시재생사업 이후 지역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CRC 조직의 주요 사업분야가 제시돼 있다. CRC(Community Regeneration Corporation 지역재생회사)는 쉽게 말하면 도시재생 이후에도 주민 등이 지역의 시설과 사업을 관리하는 주민주도형 지역관리조직의 구상이다. 계획서가 제시한 CRC의 역할은 단순한 주민모임이 아니었다. ‘도시재생사업 지원’과 함께 ‘지역관리’가 별도의 사업영역으로 설정됐고, 공공시설물 위탁관리 가운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 “주차관리: 구역내외 공영주차장, 거주자우선주차장 운영관리.” 주민들은 단순한 시설 이용자로 그려지지도 않았다. 사업단의 일자리와 재능기부에 참여하고, 전문직 종사자는 기술교육·컨설팅·자문에 참여하며, 협동조합 등 주민주도 운영조직의 회원이나 후원회원으로 참여하는 구조가 제시됐다.

      중요한 것은 이 계획의 작성주체다. 주민들이 나중에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만든 문서가 아니다. 관악구 자신의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이다. 계획서에는 당시 박준희 관악구청장을 비롯해 부구청장, 미래성장추진단장, 도시재생과장, 도시재생기획팀장과 담당자, 난곡·난향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관계자 등이 관련자로 명시돼 있다. 물론 이것만으로 구청장이 계획서의 모든 세부내용을 직접 지시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이것은 분명하다. 주민주도 지역관리와 공영주차장 운영관리는 주민들이 사업 종료 뒤 새롭게 만들어낸 요구가 아니었다. 2019년 관악구 자신의 도시재생계획 안에 들어 있던 정책구상이었다.

      2022년 1월 11일, 국토교통부장관이 협동조합 설립을 인가했다

      두 번째 기록은 더욱 구체적이다. 2022년 1월 11일 국토교통부장관은 ‘난곡난향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의 설립을 공식 인가했다. 설립인가증에는 인가번호 제2021-1613-SO-6681호가 적혀 있고, 「협동조합 기본법」 제85조 제1항에 따라 설립을 인가한다고 명시돼 있다. 같은 날 국토교통부가 보낸 공문의 제목 역시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 설립인가 알림」이다. 담당부서는 국토교통부 도시재생역량과였고 시행문서는 도시재생역량과-63(2022.1.11.)이었다.

      이 사실은 중요하다. 난곡난향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은 어느 날 주민 몇 사람이 임의로 만든 친목단체가 아니다. 도시재생이라는 정책적 맥락 속에서 만들어져 국토교통부장관으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은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다. 물론 국토교통부장관의 설립인가가 특정 건물의 영구사용권이나 특정 공영주차장의 영구운영권을 부여했다는 뜻은 아니다. 그것은 별개의 법률문제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질문이 필요하다. 국가가 설립을 인가한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을 사업 종료 이후 지역의 어떤 주체로 지속시킬 것인지 지방정부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가.

      정관의 ‘주 사업’에는 두 가지가 함께 들어 있었다

      세 번째 기록은 협동조합의 정관이다. 정관 제62조는 조합이 수행해야 할 주 사업을 규정하고 있다. 그 가운데 두 사업이 특히 눈에 들어온다. 첫째, 주민공동이용시설 운영관리사업인 난곡재생활력소 운영관리. 둘째, 지역 내 공영주차장 운영관리사업. 이것은 부수적인 활동목록에 이름을 올린 정도가 아니다. 정관은 이를 조합의 ‘주 사업’으로 규정한다. 국토교통부가 설립인가 과정에서 안내한 자료 역시 사회적협동조합의 주 사업이 전체 사업량의 40% 이상이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그렇다면 2019년과 2022년의 기록을 나란히 놓아보자. 2019년 관악구의 도시재생활성화계획에는 주민주도 지역관리와 공영주차장 운영관리가 들어 있었다. 2022년 국토교통부장관의 설립인가를 받은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의 정관에는 난곡재생활력소 운영관리와 지역 내 공영주차장 운영관리가 주 사업으로 들어갔다. 적어도 정책적 연속성은 분명하게 읽힌다. 2019년의 ‘주민주도’는 종이 위의 구호로만 남지 않았다. 주민들은 실제 조직을 만들었다.

      공동체에도 먹고살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

      도시재생은 건물을 짓는 사업만이 아니다. 사람을 조직하고, 주민역량을 키우고, 지역 안에서 일자리와 사업을 만들어 사업이 끝난 뒤에도 공동체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동체 역시 운영비가 필요하다. 사무공간이 필요하다.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시설을 관리해야 한다. 사람이 일해야 한다.

      그래서 주민조직의 자생력을 이야기하면서 활동공간과 수익사업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다. 난곡난향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정관에 난곡재생활력소와 지역 내 공영주차장 운영관리가 나란히 주 사업으로 들어 있는 이유를 이런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주민공동체의 활동기반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관리와 경제적 활동이 가능한 사업영역이었다. 그렇다면 행정에는 당연한 질문이 따라온다. 그러한 사업구조를 변경하거나 주민조직을 배제하게 된다면, 그 조직의 자생력을 무엇으로 대신할 것인가.

      2025년 8월 28일, 주차장도 ‘존치’, 더난곡도 ‘존치’였다

      그리고 네 번째 기록이 등장한다. 2025년 8월 28일 관악구가 공람공고한 「신림8구역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결정안」이다. 이 자료의 토지이용계획을 보면 전체 정비구역 103,912㎡ 가운데 주차장 1,086㎡(약 329평)가 별도의 정비기반시설로 계획돼 있다. 비고에는 분명하게 적혀 있다. “스마트공영주차장(존치)”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사실을 더 보아야 한다. 같은 표에는 획지5 330㎡ ‘더난곡(존치)’도 명시돼 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다른 시설과의 비교다. 같은 자료에서 신림감리교회와 주사랑공동체교회는 ‘이전’이라고 표시하면서, 스마트공영주차장과 더난곡은 명확하게 ‘존치’라고 구분하고 있다. 따라서 적어도 이 정비계획만 놓고 보면 도시재생사업이 종료국면에 들어갔다고 해서 스마트공영주차장이나 더난곡이라는 물리적 시설 자체를 없애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질문이 달라진다. 시설이 없어져서 주민조직이 떠나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존치되는 공간에서 왜 주민주도 지역관리의 활동은 지속될 수 없었는가.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 묻게 된다. 스마트공영주차장도 존치한다. 더난곡도 존치한다. 그런데 이 공간과 시설을 지역관리의 기반으로 삼아 성장해 온 주민주도 조직의 역할은 왜 존치하지 못했는가.

      공간도 남고 주차장도 남는데 주민주도는 왜 남지 못했는가

      여기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시설의 도시계획상 ‘존치’와 특정 협동조합의 사용·운영권은 법적으로 같은 문제가 아니다. 더난곡이 존치한다고 해서 난곡난향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에 영구사용권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스마트공영주차장이 존치한다고 해서 협동조합이 그 주차장을 영구적으로 운영할 권리를 자동으로 갖는 것도 아니다. 공유재산의 사용과 공영주차장의 운영주체는 관계 법령과 절차에 따라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행정의 설명책임이 중요하다. 건물을 철거해야 해서 주민조직이 떠나는 것이 아니라면 왜 사용관계를 종료했는가. 주차장이 폐지되는 것이 아니라면 주민주도 지역관리사업으로 계획됐던 공영주차장 운영구조는 왜 달라졌는가. 누가 결정했는가. 언제 결정했는가. 어떤 기준으로 결정했는가. 주민조직의 의견을 들었는가. 협동조합의 자생력에 미칠 영향을 검토했는가. 그리고 그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이어갈 대책은 마련했는가. 공간도 존치하고 주차장도 존치한다. 주민주도는 왜 존치하지 못했는가.

      콘크리트의 존치는 계획하면서 공동체의 존치는 누가 계획했는가

      이것은 단순한 수사의 문제가 아니다. 도시재생의 지속가능성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이다. 건물을 남기는 것만이 도시재생의 지속가능성인가. 주차장을 계속 운영하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아니면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주민조직과 사회적 관계, 주민들의 경험과 지역관리 역량까지 남겨야 하는가. 주민들이 수년 동안 회의하고, 갈등을 조정하고, 사업을 만들고,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지역의 시설을 관리할 역량을 축적했다면 그것 역시 공공투자로 만들어진 사회적 자산 아닌가. 그렇다면 행정은 건물의 존치 여부만큼이나 주민조직의 지속가능성도 고민해야 한다. 콘크리트의 존치는 계획하면서 공동체의 존치는 누가 계획했는가.

      그리고 불과 18일 뒤, 다른 시간이 시작됐다

      시간의 순서를 놓고 보면 질문은 더 무거워진다. 2025년 8월 28일, 관악구가 공람공고한 정비계획에서 스마트공영주차장과 더난곡은 모두 ‘존치’로 계획됐다. 그리고 불과 18일 뒤인 9월 15일, 관악구는 난곡재생활력소 사용기간 만료를 사전 안내했다. 이어 11월 7일에는 사용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12월 4일자로 만료시키는 취지의 통지가 이루어졌고, 시설 반환점검과 이후 무단사용 시 변상금 문제까지 예고됐다. 물론 앞에서 말했듯 법률관계는 다르다. 더난곡의 물리적 존치와 특정 협동조합의 공유재산 사용허가는 별개의 문제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묻고 싶다. 건물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면, 국토교통부장관의 설립인가를 받은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의 사용을 종료하고 그 공간을 이후 누구에게, 어떤 목적으로, 어떤 기준에 따라 사용하도록 할 계획이었는가. 그리고 더난곡뿐만이 아니다. 스마트공영주차장 역시 존치한다. 그렇다면 2019년 관악구가 주민주도 지역관리사업으로 제시했던 공영주차장 운영관리는 사업 종료 이후 어떤 방식으로 계승되도록 계획했는가. 사라지는 것은 건물도 아니었고 주차장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행정이 종료하거나 변경하려 했던 것은 정확히 무엇이었는가.

      사용기간의 종료가 행정의 책임까지 종료시키지는 않는다

      난곡재생활력소의 무상사용허가 기간이 정해져 있었다면 그 기간의 만료는 법적으로 중요한 사실이다. 기존 허가기간이 끝났다고 해서 협동조합에 자동으로 새로운 사용권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연장이나 새로운 사용허가 여부는 별도의 행정적 판단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재량’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재량은 행정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여러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에 왜 그 선택을 했는지 더 충실하게 설명해야 하는 영역이다. 연장 여부를 판단한 객관적인 기준은 무엇이었는가. 협동조합의 활동성과는 어떻게 평가했는가. 2019년 관악구 도시재생활성화계획과의 정책적 연속성은 검토했는가. 국토교통부 설립인가를 받은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의 향후 역할은 검토했는가. 주민조직의 자생기반은 평가했는가. 대체공간이나 다른 지역관리사업으로 연결할 방법은 검토했는가. 사용기간의 종료는 기존 법률관계를 끝낼 수 있지만, 주민과 함께 시작한 정책에 대한 행정의 설명책임까지 끝내지는 않는다.

      주민은 사업을 따낼 때만 ‘주인’인가

      난곡·난향의 역사를 다시 보자. 2016년 주민들이 움직였다. 1억 2천만 원 규모의 기초사업에서 출발했다. 주민과 행정이 함께 실적을 만들었다. 2017년 서울시 100억 원 규모의 도시재생사업을 유치했다. 2018년 국토교통부 150억 원이 추가됐다. 2019년 관악구는 주민주도 지역관리계획을 세웠다. 2022년 1월 11일 국토교통부장관은 난곡난향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의 설립을 인가했다. 협동조합 정관에는 난곡재생활력소와 지역 내 공영주차장 운영관리가 주 사업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2025년 8월 28일 관악구의 또 다른 계획에서는 스마트공영주차장과 더난곡 모두 ‘존치’ 대상으로 남았다.

      그렇다면 주민은 언제까지 ‘주체’였는가. 공모사업을 준비할 때까지였는가. 국비와 시비를 확보할 때까지였는가. 협동조합을 만들 때까지였는가. 사업기간이 끝나면 주민주도도 함께 끝나는 것인가. 주민주도라는 말이 진실이었다면 주민의 역할은 사업을 따낼 때만 존중받아서는 안 된다. 사업을 끝내는 순간에도 존중받아야 한다.

      주민들의 ‘보이지 않는 출자금’

      도시재생사업의 장부에는 국비와 시비와 구비가 기록된다. 그러나 장부에 기록되지 않는 투자가 있다. 주민들의 시간이다. 회의에 참석한 시간. 사업계획을 만든 시간. 사람들을 설득한 시간. 갈등을 조정한 시간. 공동체를 만든 시간. 협동조합을 설립한 시간. 지역을 관리한 시간.

      나는 이것을 주민들의 ‘보이지 않는 출자금’이라고 부르고 싶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재정을 투입했다. 관악구도 예산과 행정력을 투입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자기 삶의 일부를 투자했다. 그렇다면 사업이 끝나는 순간 행정은 이 출자금을 어떻게 평가했는가. 법적 관리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주민들의 역사적·사회적 기여를 평가하지 않아도 된다는 권한까지 주는 것은 아니다.

      6.6%가 말하는 것은 권한의 크기가 아니라 책임의 성격이다

      약 50억 원 규모의 건물 조성재원 가운데 관악구 부담이 6.6%,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지원이 93.4%였다는 사실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 이 숫자를 가지고 “관악구가 돈을 조금 냈으니 권한도 조금 가져야 한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 공유재산의 소유와 관리권한은 예산분담률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 숫자가 아무 의미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이 시설이 관악구 혼자 만든 행정성과가 아니라 국가·서울시·관악구 그리고 주민참여가 결합된 도시재생사업의 결과라는 역사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6.6%가 말해주는 것은 권한의 크기가 아니라 책임의 성격이다. 관악구가 법적 관리주체라면 오히려 국가와 서울시의 공공재원, 주민들의 시간과 참여로 만들어진 도시재생 자산을 그 사업의 목적과 역사까지 고려해 관리할 책임이 있다. 6.6%의 재정부담이 6.6%의 행정책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주민을 직접 상대하는 지방정부의 행정책임은 100%다.

      변상금은 계산할 수 있지만 공동체의 시간은 계산하기 어렵다

      사용권원 없이 공유재산을 계속 사용했다면 법령에 따라 변상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 법적 근거를 무시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행정은 변상금 액수만 계산해서는 안 된다. 왜 주민공동체가 그 상황까지 왔는지도 살펴야 한다. 충분한 협의가 있었는가. 주민조직의 자생기반은 어떻게 평가했는가. 대체공간은 검토했는가. 현실적인 이전이나 연착륙 방안은 검토했는가. 법령상 부담을 완화할 방법이 있다면 충분히 안내했는가. 갈등이 행정심판과 소송으로 가기 전에 행정이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더 없었는가. 변상금은 계산할 수 있다. 그러나 주민들이 공동체에 투자한 시간과 신뢰까지 숫자로 계산할 수는 없다.

      건물인도 판결이 행정철학의 승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결국 갈등은 법원으로 갔다. 건물인도소송이 제기됐고 법원의 판단도 나왔다. 법원의 판단은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법원이 판단하는 문제와 행정이 책임져야 하는 문제는 완전히 같지 않다. 법원은 사용권원이 있는지, 건물을 반환할 의무가 있는지 등 법률관계를 판단한다. 하지만 주민공동체가 이후 어디에서 활동할 것인지, 도시재생을 통해 만들어진 주민조직을 지역의 자산으로 어떻게 살릴 것인지, 수년 동안 축적된 주민역량과 사회적 자본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지는 법원이 대신 결정하지 않는다. 그것은 행정과 지역사회의 몫이다. 법원은 건물을 인도하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공동체까지 철거하라고 판결하는 것은 아니다.

      강제집행은 행정의 마지막 언어여야 한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강제집행이 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강제집행은 법치국가에서 필요한 제도다. 그러나 주민과 함께 시작한 도시재생사업이 그 주민조직을 상대로 강제집행 문제까지 가게 됐다면 행정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왜 여기까지 왔는가. 다른 해결방법은 정말 없었는가. 대화는 충분했는가. 중재는 시도했는가. 대체공간은 검토했는가. 지역관리사업을 다른 방식으로 이어갈 가능성은 검토했는가. 서울시나 국토교통부와 주민조직의 후속모델을 협의할 수는 없었는가. 강제집행은 법이 가진 가장 강한 언어다. 그렇기 때문에 주민을 상대하는 행정에서는 가장 마지막 언어여야 한다.

      행정철학은 개별 처분이 아니라 전체 흐름에서 드러난다

      관악구는 각각의 행위에 법적 근거가 있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공영주차장의 운영방식을 변경할 수도 있다. 사용기간이 끝난 공유재산을 반환받을 수도 있다. 요건이 충족되면 변상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 건물인도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판결에 따라 강제집행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그러나 행정철학은 각각의 행위를 따로 떼어놓을 때보다 시간순으로 연결할 때 더 잘 보인다. 2019년 관악구의 주민주도 지역관리계획. 2022년 1월 11일 국토교통부장관의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설립인가. 정관상 난곡재생활력소와 지역 내 공영주차장 운영관리라는 주 사업. 2025년 8월 28일 스마트공영주차장과 더난곡의 ‘존치’. 그리고 그 뒤, 사용연장 불허. 변상금. 건물인도. 강제집행 문제. 이 흐름 전체를 놓고 질문해야 한다. 관악구의 행정에는 주민공동체를 끝까지 지역의 자산으로 살리려는 일관된 정책이 있었는가.

      적법성은 좋은 행정의 최소조건이지 최고기준이 아니다

      나는 관악구가 불법을 저질렀다고 미리 단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김경완 이사장이나 협동조합의 모든 주장이 옳다고 전제하는 것도 아니다. 공유재산은 법에 따라 관리해야 한다. 공영주차장 역시 공정성과 효율성을 따져야 한다. 사용기간이 끝났다면 그 법적 효과도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행정은 적법하기만 하면 되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적법성은 좋은 행정의 최소조건이지 최고기준이 아니다. 좋은 행정에는 설명이 필요하다. 일관성이 필요하다. 형평성이 필요하다. 과거 정책과 현재 결정 사이의 책임이 필요하다. 그리고 주민과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면 사업을 끝내는 과정에서도 주민을 파트너로 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특혜는 원칙을 낮추는 것이고, 좋은 행정은 원칙 안에서 길을 찾는 것이다

      주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면 누군가는 ‘특혜’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특혜와 대안은 다르다. 특혜는 특정인을 위해 원칙을 낮추는 것이다. 좋은 행정은 같은 원칙 안에서 가능한 길을 끝까지 찾아보는 것이다. 공영주차장을 반드시 이 협동조합이 영구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더난곡을 영구적으로 무상사용하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왜 불가능한지 설명하면 된다. 그리고 다른 수익사업을 찾고, 다른 공간을 찾고, 다른 지역관리사업과 연결하고, 도시재생이 만들어낸 공동체가 사라지지 않도록 전환계획을 만드는 것이다. 주민의 노력에 대한 존중은 특혜가 아니다.

      공간도 존치한다. 주차장도 존치한다. 주민주도는 왜 존치하지 못했는가

      결국 다시 2025년 8월 28일의 기록으로 돌아온다. 더난곡은 ‘존치’한다. 스마트공영주차장도 ‘존치’한다. 국토교통부장관의 설립인가를 받은 난곡난향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도 존재한다. 그런데 정작 이 공간과 시설을 지역관리의 기반으로 삼아 성장해 온 주민주도 구조는 왜 지속되지 못했는가. 관악구는 2019년 자신이 세운 주민주도 지역관리계획을 사업 종료 과정에서 어떻게 평가했는가. 2022년 국가의 설립인가를 받은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의 지역관리 역량을 어떻게 평가했는가. 공간도 남고 주차장도 남는다면 그 시설을 주민주도 지역관리와 다시 연결하는 방법은 검토했는가. 그리고 그것이 불가능했다면 주민들에게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했는가. 공간도 남는다. 주차장도 남는다. 그런데, 주민주도만 사라져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것과 행정적으로 정의롭다는 것은 같은가

      결국 이 질문으로 돌아온다. 법은 행정에 권한을 준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그 권한을 어떻게 사용했는가를 다시 묻는다. 법적으로 공간을 반환받을 수 있는가. 그럴 수 있다. 법적으로 변상금을 부과할 수 있는가. 요건이 충족되면 가능할 수 있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강제집행할 수 있는가.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질문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왜 여기까지 왔는가. 다른 길은 정말 없었는가. 2019년 스스로 세운 주민주도 정책은 어디에서 사라졌는가. 주민조직의 자생기반을 변경하면서 무엇을 대신 마련했는가. 공간의 미래를 계획하면서 공동체의 미래도 함께 계획했는가.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것과 행정적으로 정의롭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법은 권한을 준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그 권한을 어떤 목적을 위해, 어떤 절차와 태도로, 누구의 삶을 고려하며 사용했는가를 묻는다. 난곡난향 사건은 바로 그 질문 앞에 관악구를 세운다. 주민주도는 사업을 따낼 때만 필요한 말이었는가. 주민과 함께 만든 사업이었다면, 사업이 끝나는 순간까지 주민을 파트너로 대했는가. 그리고 이 질문에 충분한 답이 없다면 이제 질문은 행정만을 향할 수 없다. 주민공동체가 행정심판과 소송을 거치고, 변상금과 건물인도, 강제집행의 무게까지 감당하는 동안, 지역 시민사회는 어디에 있었는가. 다음 ⑮회에서는 그 질문을 시민사회에 돌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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