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시대, 누구의 성장인가 ③회》6개월에 245조 원, 시민의 자산은 얼마나 늘었는가 ― 전기요금을 내는 시민에서 발전소의 주주로
    • 조종건 | 꺠어있는시민과의동행 사무총장
                 | 제1기 평택시물환경민관거버넌스 단장
                 | 평택시민환경연대 공동대표
                 | 한국시민사회재단 상임대표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성장은 대한민국의 자산이다 그렇다면 그 성장은 시민의 자산으로 어떻게 이어져야 하는가
      ▲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성장은 대한민국의 자산이다. 그렇다면 
      그 성장은 시민의 자산으로 어떻게 이어져야 하는가. AI 재구성

      숫자를 과장할 필요가 없다. 전망치를 끌어올 필요도 없다. 이미 벌어진 일만으로 충분하다. 2026년 상반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기록한 영업이익(operating profit)을 합하면 약 244조9천억 원, 반올림하면 245조 원에 가깝다.

      놀라운 것은 숫자의 크기만이 아니다. 속도다. AI와 반도체가 만들어내는 부의 증가 속도가 우리가 익숙했던 산업사회의 상식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이 숫자를 보고 기업을 비난할 이유는 없다. 기업은 혁신한다. 투자한다. 위험을 감수한다. 세계시장에서 경쟁한다. 그리고 그 결과 이익을 얻는다.

      대한민국 기업이 AI·반도체 시장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것은 국가경제에도 중요한 자산이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더 해야 한다. 기업의 이익이 이렇게 빠르게 증가하는 동안 시민의 자산은 얼마나 증가하고 있는가.

      기업의 이익은 폭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민의 자산은?

      기업의 이익은 기업 담장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노동자의 임금과 고용으로 전달될 수 있다. 협력기업의 매출이 된다. 세금이 되어 사회로 돌아온다. 배당을 통해 주주에게 돌아간다.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가를 통해 시민의 노후자산과도 일정 부분 연결된다. 따라서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돈을 많이 벌었으니 양극화가 심해졌다.”고 단순하게 말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기업이 돈을 많이 벌었다는 데 있지 않다. 진짜 질문은 그다음이다. 그 엄청난 생산성 증가와 기업가치(corporate value) 상승이 노동자·협력기업·자영업자·지역사회와 평범한 시민의 소득과 자산으로 얼마나 넓게 연결되고 있는가. 이것이 AI 시대의 분배 문제다.

      지니계수(Gini coefficient)가 좋아졌다는데, 양극화는 거짓인가

      한 가지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한국의 소득불평등(income inequality)은 오히려 개선됐다는 통계도 있지 않은가.” 맞다. KDI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2015년 0.35에서 2023년 0.32로 낮아졌다.

      지니계수는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사람들의 소득이나 자산이 얼마나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지를 0에서 1 사이 숫자로 나타낸 것이다. 0에 가까울수록 비교적 고르게 분포되어 있고, 1에 가까울수록 일부에 더 많이 몰려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0.35에서 0.32로 내려갔다면 적어도 소득분배는 어느 정도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말은 틀린 것인가. 그렇지 않다. 지니계수가 틀린 것이 아니다. 지니계수 하나만으로 우리 사회의 모든 격차를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 차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성 차이. 자영업자의 불안정한 소득과 부채. 집을 가진 사람과 갖지 못한 사람의 차이. 주식과 금융자산을 가진 사람과 노동소득에 주로 의존하는 사람의 차이. 하나의 소득지표가 이 모든 현실을 동시에 보여주지는 못한다. 따라서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양극화가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가 아니라 “어떤 격차가 어디에서 커지고 있는가”이다.

      대기업 노동자가 100을 받을 때 중소기업 노동자는 50~60

      노동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격차는 더욱 선명해진다. 2025년 중소기업의 월 임금총액은 대기업의 53.2% 수준이었다. 30~299인 기업은 대기업의 63.8%, 5~29인 기업은 53.8%, 4인 이하 사업체는 37.8% 수준이었다.

      쉽게 말하면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을 100이라고 놓았을 때 중소기업 노동자가 50~60 수준을 받는 영역이 상당히 넓다는 뜻이다. 같은 대한민국에서 일한다. 같은 산업의 공급망(supply chain)에 참여하기도 한다. 그러나 성장의 결과는 같지 않다. 그렇다면 반도체 호황은 정말 공급망 전체의 호황이었는지도 물어야 한다.

      반도체 한 개는 대기업 혼자 만들지 않는다

      반도체에는 소재가 필요하다. 부품이 필요하다. 장비가 필요하다. 설비 유지보수와 물류가 필요하다. 산업안전과 환경관리, 수처리도 필요하다. 수많은 중소·중견기업과 노동자가 하나의 공급망을 구성한다.

      그러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면 다음 질문도 따라와야 한다. 그 성장의 과실은 협력기업의 수익성과 기술투자,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임금과 자산에도 얼마나 전달됐는가. 물론 대기업이 협력기업에 아무 지원도 하지 않는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여러 상생 프로그램과 협력사 지원제도가 존재한다. 따라서 “협력업체는 아무 혜택도 받지 못했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질문은 더 정확해야 한다. 원청기업의 생산성과 이익이 크게 늘어날 때 그 증가분이 공급망 전체의 수익성·기술력·임금·자산형성으로 얼마나 연결되고 있는가. 대기업만 성장하고 공급망이 제자리라면 그것은 산업생태계 전체의 성장이라기보다 중심기업의 성장에 가까울 수 있다.

      그리고 그 바깥에 ‘사장님’들이 있다

      자영업자(self-employed) 역시 이 구조에서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의 자영업자는 2025년 중반 약 563만 명, 전체 취업자의 약 19%였다. 취업자 다섯 명 가운데 거의 한 명이다. 식당과 카페만이 아니다. 학원, 미용, 운수, 온라인 판매, 지역언론, 출판, 광고, 건설·수리와 각종 서비스업까지 개인사업자는 우리 경제 곳곳에 있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월급날이 없다. 매출이 줄면 자신의 소득부터 줄인다. 폐업해도 자신의 퇴직금은 없다. 고용보험과 연금의 보호도 임금근로자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이들을 ‘사장님’이라고 부른다. ‘사장님’이라는 이름이 얼마나 많은 위험을 가리고 있는가. 이 문제는 다음 글에서 더 깊이 다룰 것이다.

      소득은 조금 나아졌는데 자산은 반대로 갔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자산이다. KDI 분석에 따르면 소득불평등이 일부 완화되는 동안 자산불평등(wealth inequality)은 2017년 이후 확대됐다. 2023년 국민순소득 대비 국민순자산의 비율은 9.8배에 달했다. 쉽게 말하면 한 해 새롭게 벌어들이는 소득에 비해 이미 사회에 축적돼 있는 주택·토지·주식·기업자산의 규모가 매우 커졌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제는 얼마를 버는가 못지않게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가 중요해졌다.

      집값 상승은 누구에게나 같은 뉴스가 아니다

      집을 가진 사람에게 집값 상승은 자산 증가다. 집이 없는 청년에게 같은 상승은 무엇인가. 내 집 마련까지의 거리가 더 멀어지는 사건이다. 두 청년이 비슷한 월급을 받는다고 하자. 한 사람의 부모에게는 주택과 금융자산이 있다. 필요하면 전세보증금을 지원받을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은 월세와 대출을 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월급은 같을 수 있다. 그러나 경제적 출발선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연봉 4천만 원을 받는 청년이 생활비를 한 푼도 쓰지 않고 10년 동안 모두 모아야 4억 원이다. 현실에서는 세금을 낸다. 월세를 낸다. 먹고 살아야 한다. 교통비와 통신비도 필요하다. 반면 이미 주택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노동시간을 더 늘리지 않아도 주택가격 상승만큼 자산이 증가할 수 있다. 그래서 주택가격 상승은 모두에게 같은 뉴스가 아니다. 자산을 가진 사람에게는 자산의 상승이고, 자산이 없는 청년에게는 진입장벽의 상승이다.

      자산이 자산을 만드는 사회

      두 사람이 비슷한 월급을 받는다. 한 사람에게는 집이 있다. 주식이 있다. 연금자산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는 집이 없다. 대출이 있다. 월세와 이자를 낸다. 월급만 보면 차이가 크지 않아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다. 집값이 오른다. 주가가 오른다. 배당이 나온다. 금융자산에는 다시 수익이 붙는다.

      10년 뒤 두 사람의 거리는 어떻게 될까. 한 사람에게는 자산이 다시 자산과 소득을 만들어준다. 다른 사람에게는 자신의 시간과 노동이 여전히 가장 중요한 소득원이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월급이 몇십만 원 차이나는 것만이 아니다. 자산이 자산을 만드는 사회와 노동으로만 살아가는 사회 사이의 거리다.

      AI 시대에는 ‘소득’보다 ‘소유’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산업화 시대에는 기업이 성장하면 공장을 증설하고 사람을 더 고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민은 자신의 노동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으며 성장의 몫에 참여했다.

      그러나 AI와 자동화는 상황을 바꿀 수 있다. 한 사람이 과거 두 사람, 세 사람이 하던 일을 할 수 있다. 생산성은 올라간다. 생산량도 증가한다. 기업의 이익도 커질 수 있다. 하지만 고용을 반드시 두 배, 세 배로 늘릴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새로운 질문이 생긴다. 노동만으로 성장의 몫을 충분히 받을 수 없는 시대가 온다면 시민은 무엇을 통해 성장에 참여할 것인가. 나는 그 답 가운데 하나가 생산자산(productive assets)의 소유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원’만으로 충분한가

      우리는 어려움이 생기면 지원한다. 청년에게 지원금을 준다. 자영업자에게 정책자금을 준다. 전기요금이 부담되는 가구에는 에너지바우처를 지급한다. 필요하다. 없애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 100만 원을 지원받는다. 월세를 낸다. 전기요금을 낸다. 생활비로 사용한다. 그 돈은 당장의 삶을 지켜준다. 그러나 사용하면 사라진다. 다음 해에도 어려우면 다시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물가는 오르는데 임금과 사업소득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시기에는 시민이 느끼는 생활의 압박이 더 커진다. 일회성 지원만으로 자산격차와 미래의 불안을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다.

      생산자산(productive assets)은 다르다. 발전소 지분을 갖고 있다면 전기를 생산하는 동안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 기업의 지분을 갖고 있다면 기업의 성장이 자신의 자산과 연결될 수 있다. 생산자산은 물가와 소득의 변동 속에서 시민에게 또 하나의 장기적인 경제적 기반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경제정책의 질문을 한 단계 확장해야 한다. “얼마를 지원했는가”에서 “시민에게 어떤 자산을 남겼는가”로. 나는 이것을 ‘지원에서 소유로’라고 부르고 싶다.

      왜 평택에서는 ‘전기’인가

      평택에서 이 질문은 추상적인 경제철학이 아니다. 평택에는 세계적인 반도체 생산기지가 있다. AI와 반도체 산업에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AI·반도체와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가 커질수록 발전시설뿐 아니라 송전망(transmission grid)·변전시설(substation facilities)·전력망(power grid)을 더 튼튼하게 만드는 투자가 필요해진다.

      여기에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해야 한다. “기업에는 값싼 전기를 주고 시민에게 비싸게 판다.”라고 말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기업도 전기요금을 낸다. 많이 사용하면 절대적인 전력비용도 크다. 전기요금이 오르면 기업의 생산비도 증가한다.

      그러나 그것으로 질문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질문이 시작된다. 누가 추가적인 전력수요(power demand)를 만드는가. 그 때문에 필요한 발전·송전·변전 비용은 누가 얼마나 부담하는가. 그 전력을 사용해 만들어지는 경제적 이익에는 누가 참여하는가. 그리고 발전자산은 누가 소유하는가.

      비용은 함께 부담하는데 자산은 누구의 것인가

      대규모 산업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발전시설과 송전망, 변전설비를 더 건설한다면 그 비용은 여러 형태로 사회에 반영된다. 기업도 부담한다. 시민도 부담한다. 공기업도 투자한다. 지역은 발전시설과 송전시설을 받아들인다. 기업은 그렇게 공급된 전력을 생산요소로 사용해 제품을 만들고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그렇다면 시민과 지역에는 무엇이 남는가. 시민이 발전자산이나 관련 산업의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전력체계 확대의 비용에는 참여하면서 그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에는 직접 참여하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 질문은 이것이어야 한다. 비용만 사회 전체가 나누어 부담하고 성장하는 자산과 수익은 일부가 소유하는 구조로 계속 갈 것인가.

      전기요금을 내는 시민에서 발전소의 주주로

      평택에는 다른 길을 생각할 수 있다. 공공청사. 공영주차장. 학교. 체육시설. 산업단지와 물류창고의 넓은 지붕. 이미 개발된 공간을 활용한다면 추가적인 환경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릴 수 있다. 그리고 시민과 지역기업, 협동조합이 그 사업의 소유구조에 참여한다. 그러나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돈 있는 시민만 투자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시민발전소마저 새로운 자산양극화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소액출자. 시민펀드. 에너지협동조합(energy cooperative). 정책금융. 공공의 참여지원. 여러 방식을 결합할 수 있다.

      발전수익의 일부는 참여 시민에게 돌아간다. 일부는 에너지빈곤 가구의 냉난방을 지원한다. 일부는 노후주택의 에너지효율 개선에 투자한다. 또 일부는 미래세대를 위한 지역기금으로 축적한다. 나는 이것을 ‘평택 시민에너지 공동자산(Pyeongtaek Citizen Energy Commons)’이라고 부르고 싶다. 구조는 단순하다. 평택에서 생산한다. 평택의 산업과 시민이 사용한다. 평택시민도 소유한다. 그리고 수익의 일부가 다시 평택에 축적된다.

      비용만 공동화하지 말고 시민에게 자산도 남기자

      이것은 기업의 자산을 빼앗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유재산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기업이 자본을 투자하고 위험을 감수해 만든 자산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 새롭게 만들어지는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와 분산에너지(distributed energy), 공공부지의 발전사업 가운데 시민이 투자하고 소유할 수 있는 영역을 넓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핵심은 이것이다. 비용만 사회적으로 나누어 부담하지 말고, 앞으로 새롭게 만들어지는 공공·지역 에너지 자산에는 시민도 소유와 수익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게 하자. 자본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자본의 주인을 늘리자는 것이다.

      ‘주민수용성’에서 ‘시민소유’로

      발전시설이나 송전시설을 건설할 때 행정과 기업은 흔히 ‘주민수용성’을 말한다. 그러나 ‘수용’이라는 말에는 주민을 이미 결정된 사업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숨어 있다.

      순서를 바꿀 수 있다. 주민수용성(community acceptance)에서 시민참여(citizen participation)로. 시민참여에서 시민소유(citizen ownership)로. 사업이 결정된 뒤 “얼마를 보상할 것인가.”만 협상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주민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을 듣고, 가능한 사업에서는 시민이 투자와 소유, 수익에도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물어야 한다. 누가 결정하는가. 누가 부담하는가. 누가 소유하는가. 누가 이익을 가져가는가. 그리고 하나를 더 물어야 한다. 누가 책임지는가. 이 다섯 질문이 경제민주주의(economic democracy)와 에너지민주주의(energy democracy)의 출발점이다.

      245조 원 앞에서 두 개의 장부를 펼치자

      2026년 상반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거둔 영업이익은 약 245조 원이었다. 그 성과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세계시장에서 거둔 성취에 박수를 보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두 번째 장부를 펼쳐야 한다. 기업의 이익은 얼마나 증가했는가. 그리고 노동자의 소득과 자산은 얼마나 증가했는가. 협력기업의 수익성과 기술력은 얼마나 축적됐는가.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은 얼마나 나아졌는가. 자영업자의 안전망은 얼마나 두꺼워졌는가. 청년은 자신의 노동으로 주택과 금융자산에 접근할 수 있는가. 산업이 자리 잡은 지역에는 무엇이 남았는가. 시민의 공동자산은 얼마나 늘어났는가. 기업의 이익이 증가하는 것과 시민의 자산이 증가하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AI 시대에는 이 둘을 연결하는 새로운 통로가 필요하다.

      ‘얼마를 나눠줄 것인가’를 넘어 ‘무엇을 함께 소유할 것인가’

      AI 시대의 가장 큰 문제는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얼마나 없앨 것인가에만 있지 않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생산성은 빠르게 증가한다. 기업가치는 커진다. 자산은 더 많은 소득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그 생산자산의 소유가 일부에게 집중된다면 어떻게 되는가. 자산을 가진 사람에게 성장은 또 다른 성장의 씨앗이 된다. 자산이 없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시간과 노동을 계속 팔아야 하는 삶이 남는다.

      그렇다면 경제정책의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얼마를 지원할 것인가. 그 질문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무엇을 시민의 자산으로 만들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평택이 세계적인 반도체 도시를 꿈꾼다면 세계적인 공장만 있어서는 충분하지 않다. 기업의 성장과 시민의 삶을 연결하는 새로운 소유구조도 실험해야 한다. 전기요금을 내는 시민에서 발전소의 주주로. 지원받는 시민에서 생산자산에 참여하는 시민으로. 성장을 바라보는 시민에서 성장하는 자산의 일부를 함께 소유하는 시민으로. 비용만 공동화하지 말고 시민에게 자산도 남기자. AI 시대, 이제 ‘얼마를 나눠줄 것인가’를 넘어 ‘무엇을 함께 소유할 것인가’를 물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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