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종건 칼럼연재 ㉒회]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인가》 ‘검찰 캐비넷’ ― 국가가 수집한 정보는 누구의 것인가
    • 수사정보가 정의의 자료에서 권력의 자산으로 변하지 않으려면

    • 조종건 | 깨어있는시민과의동행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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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제 캐비넷에서 디지털 서버로 옮겨간 수사정보 국가가 수집한 정보는 누구의 것이며 누가 접근했는지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AI이미지주간시민광장

      ▲ 철제 캐비넷에서 디지털 서버로 옮겨간 수사정보. 국가가 수집한 정보는 누구의 것이며, 누가 접근했는지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AI 이미지=주간시민광장]


      앞선 ㉑회에서 나는 물었다. 검찰권(prosecutorial power)은 누구의 것인가. 검사의 것도, 검찰조직의 것도, 대통령이나 어느 정당의 것도 아니다. 범죄를 밝히고 피해자를 보호하면서 동시에 무고한 시민이 국가권력에 의해 쓰러지지 않도록 시민이 국가에 맡긴 공권력(public power)이라고 했다.

      그런데 검찰권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힘이 있다. 정보(information)다. 수사기관은 사람을 조사하면서 일반 시민은 접근할 수 없는 정보를 알게 된다. 진술과 금융자료(financial records), 통신자료(communications data), 압수물(seized materials), 인간관계와 사생활, 때로는 아직 범죄인지조차 확정되지 않은 의혹까지 국가의 기록 속으로 들어간다.

      그렇다면 질문해야 한다. 국가가 수사를 통해 알게 된 시민의 정보는 누구의 것인가. 이 질문 앞에서 한국 정치에서 오랫동안 사용돼 온 한 표현을 피할 수 없다. ‘검찰 캐비넷’이다.

      ‘캐비넷’은 실제 철제 서랍을 말하는가

      정치권에서 이른바 ‘검찰 캐비넷’은 검찰이 정치인·기업인·고위공직자 등에 관한 정보를 축적해 두었다가 필요한 순간 꺼내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표현하는 말로 사용돼 왔다.

      그러나 여기에는 먼저 경계선을 그어야 한다. 검찰이 정치적 목적으로 특정인의 약점을 체계적으로 축적하는 비밀 캐비넷을 운영해 왔다고 일반화해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런 주장은 구체적인 사건과 증거를 통해 확인돼야 한다. 그렇다고 문제 자체를 단순한 음모론으로 치부할 수도 없다. 검찰에는 실제로 범죄와 수사 관련 정보를 수집·분석·관리하는 기능과 조직이 존재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어느 방에 비밀 철제 서랍이 있었느냐가 아니다. 국가는 누구에 관한 정보를 어떤 법적 근거와 목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가. 누가 그 정보를 열람하는가. 누구에게 보고하는가. 얼마나 오래 보관하는가. 수집 목적이 끝난 뒤에는 어떻게 처리하는가. 이것이 디지털 시대의 ‘캐비넷’ 문제다.

      ‘고발사주’ 사건이 남긴 제도적 질문

      이 문제를 이야기하면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불거진 이른바 ‘고발사주’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준성 검사는 고발장과 관련 자료를 당시 미래통합당 김웅 후보에게 전달했다는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이 사건을 다룰 때는 의혹의 존재와 특정 피고인의 형사책임(criminal liability)을 구별해야 한다. 1심은 공무상비밀누설 등 일부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지만, 항소심은 이를 뒤집어 전부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은 2025년 4월 24일 검사의 상고를 기각해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항소심이 일부 압수·수색 증거 등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보아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았고, 남은 증거에 대해서도 이 사건 공소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그렇다고 법원이 ‘고발사주라는 일이 전혀 없었다’고 확정한 것은 아니다. 항소심에서 중요한 쟁점 가운데 하나는 문제의 자료가 손준성 → 김웅 → 조성은이라는 경로로 직접 전달됐다고 볼 수 있느냐였다. 텔레그램에 ‘손준성 보냄’이라는 표시가 남아 있었지만, 항소심은 이것이 최초 생성·전송자를 나타낼 뿐 손 검사가 김웅에게 직접 보냈다는 사실까지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손 검사가 제3자에게 보내고 그 사람이 다시 김웅에게 전달해도 같은 표시가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주목할 대목도 있다. 항소심은 손 검사와 김웅 사이에 특별한 친분이나 직접적인 연락 정황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 등을 들어 검찰 상급자 등 제3자가 중간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합리적 의심의 하나로 검토했다. 손 검사가 검찰총장 등 상급자에게 메시지를 보고했을 가능성이나, 상급자가 김웅과 연락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것 역시 당시 검찰총장이나 특정 상급자가 실제로 고발을 사주했다고 법원이 확정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항소심이 상급자의 개입을 사실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 다만 손 검사가 김웅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공소사실 외에도 제3자를 거친 다른 전달 경로가 존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대안적 가능성이 남아 있는 이상, 손 검사의 직접 전달을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항소심 판단의 핵심이었다.

      따라서 이 사건을 “고발사주가 있었다”와 “고발사주는 없었다”라는 두 문장 가운데 하나로만 정리하는 것은 판결의 구조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형사재판이 판단한 핵심은 특정 피고인인 손준성이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를 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beyond a reasonable doubt) 증명됐느냐였다. 대법원은 원심의 무죄 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개인의 유·무죄와 별개로 이 사건은 중요한 제도적 질문(institutional question)을 남긴다. 수사정보를 취급하는 국가기관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정보와 개인정보, 판결문, 고발 관련 자료를 보유하게 되었을 때, 그것이 본래의 업무 목적을 벗어나 이용되지 않도록 어떤 차단장치(safeguard)를 두어야 하는가.

      누가 그 정보를 만들거나 수집했는가. 누가 열람했는가. 누가 복사했는가. 누구에게 전달했는가.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은 기록되고 있는가.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개인의 유죄를 먼저 추정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특정 개인의 유죄를 추정하지 않고도 정보권력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가 해야 할 일이다.

      고발사주 사건이 남긴 더 근본적인 질문도 여기에 있다. 국가기관이 가진 정보가 어디에서 생성되고, 누가 접근하고, 어떤 경로로 이동했는지를 국가 자신이 설명할 수 있는가. 설명할 수 없다면 문제는 한 사람의 유·무죄를 넘어선다. 그것은 정보를 가진 국가기관을 시민이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라는 민주주의의 문제가 된다.

      2026년, 다시 등장한 ‘기소계획서’

      이 질문은 과거형으로 끝나지 않았다. 2026년 9월 한동훈 의원은 김승원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이른바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과 관련해 당시 검찰 수사팀이 작성한 것으로 보도된 ‘기소계획서’를 공개했다. 한 의원은 당시 검찰이 외압을 받아 김 후보자를 기소유예 처분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제기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김동아 의원은 해당 자료 공개와 관련해 한 의원을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경찰은 9월 10일 사건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배당했고, 13일 김 의원을 고발인으로 조사했다. 한 의원 측은 해당 자료를 공익제보(public-interest disclosure)를 통해 받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자료의 구체적 취득·전달 경로나 법적 책임은 확정된 상태가 아니다.

      바로 그래서 두 문제를 분리해야 한다. 첫째, 김승원 당시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은 사실인가. 둘째, 공개된 검찰 수사자료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떤 절차를 통해 외부로 전달됐는가. 첫 번째 의혹이 사실이라고 해서 두 번째 과정의 적법성(lawfulness)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자료의 취득이나 유출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그 자료에 담긴 내용이 자동으로 거짓이 되는 것도 아니다.

      내용의 진실성(truthfulness)과 정보 취득·공개의 적법성(lawfulness)은 서로 다른 문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질문은 “왜 공개했는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 자료는 어떻게 국가기관 밖으로 나왔는가.

      수사기록은 검사의 개인 재산이 아니다

      여기에서 법과 제도가 중요해진다. 수사기록은 담당 검사가 개인적으로 소유하는 자료가 아니다. 사건기록은 법령과 규칙에 따라 보존·관리되고, 수사 중 기록이나 불기소사건 기록의 열람·등사도 정해진 신청절차와 제한을 받는다. 현행 관련 규칙은 피의자, 피해자·고소인·고발인 등 사건관계인과 변호인 등이 일정한 범위에서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비밀·비공개 정보나 사건관계인의 사생활·안전, 수사·재판 등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자화된 형사사법정보(criminal justice information)도 개인의 사적 파일이 아니다. 현행법은 형사사법정보를 형사사법기관이 업무와 관련해 전자적으로 작성·취득·관리하는 자료로 정의하고 있으며, 이를 처리하기 위한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의 법적 틀을 두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원칙이 나온다. 정보에 접근할 권한(authority to access information)과 정보를 소유할 권리(ownership of information)는 다르다.

      미국과 영국의 형사사법제도는 한국과 구조부터 다르다. 미국 연방형사절차에는 한국에는 없는 대배심(grand jury) 제도가 있고, 대배심에서 발생한 사항의 공개에는 연방형사소송규칙 Rule 6(e)에 따른 비밀유지 원칙이 적용된다. 다만 이는 모든 미국 수사기록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대배심 관련 정보에 적용되는 특별한 통제장치다.

      영국 잉글랜드·웨일스에서는 기본적으로 경찰이 수사를 담당하고 Crown Prosecution Service(CPS)가 기소 여부를 판단하고 공소를 수행한다. 경찰이 확보했지만 공소에 직접 사용하지 않는 미사용 자료(unused material)도 기록·관리하며, 검찰 측 사건을 약화시키거나 피고인 측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료는 공개제도(disclosure)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민감한 자료(sensitive material)는 별도로 다뤄지고, 공개가 공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Public Interest Immunity(PII·공익상 비공개)라는 법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제도의 모습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된 원칙이 있다. 국가가 수사를 위해 정보를 취득했다고 해서 그 정보를 취급하는 공직자가 자신의 판단에 따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누가 접근할 수 있는지,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누구에게 제공할 수 있는지는 법과 절차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검찰 캐비넷’ 논쟁에서 먼저 물어야 할 것은 “국가가 정보를 가지고 있는가”가 아니라 “국가가 그 정보를 어떤 권한과 목적으로 관리하고 있는가”이다. 그리고 디지털 시대에는 여기에서 한 가지 질문이 더 생긴다. 그 정보에 누가 손을 댔는지 우리는 알 수 있는가.

      오늘날의 캐비넷에는 서랍이 필요하지 않다

      오늘날의 ‘캐비넷’에는 철제 서랍이 없어도 된다. 서버가 있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이 있다. 수사보고서가 있다. 압수된 디지털 자료가 있다. 녹취와 통신자료가 있다. 그리고 복사하고 내려받고 전송할 수 있는 파일이 있다.

      따라서 민주주의가 던져야 할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누가 수집했는가. 왜 수집했는가. 누가 열람했는가. 누구에게 보고했는가. 누가 복사했는가. 얼마 동안 보관하는가. 어떤 목적으로 다시 사용할 수 있는가. 그리고 밖으로 나갔다면 그 경로를 추적할 수 있는가.

      물리적 캐비넷에서는 문을 잠그고 열쇠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통제수단이었다. 그러나 디지털 정보는 복사해도 원본이 그대로 남고, 전송해도 서류철이 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정보의 존재 자체만 통제해서는 부족하다. 정보에 접근하는 행위 자체를 통제하고 기록해야 한다.

      여기에서 접근기록(access log)이 중요해진다. 누가 언제 어떤 사건기록에 접근했는지, 어떤 권한으로 열람했는지, 무엇을 내려받거나 전송했는지를 사후에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접근권한 통제(access control), 추적가능성(traceability), 감사기록(audit trail), 책임성(accountability)이 연결돼야 한다. 정당한 업무 목적을 벗어난 접근이나 이용이 있었다면 그 경로를 추적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전산보안의 문제가 아니다. 정보권력(information power)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문제다. 그래서 나는 ‘검찰 캐비넷’을 없애자는 말을 물리적인 의미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범죄수사를 하는 국가에는 정보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정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가진 권력을 통제하는 것이다. 그 원칙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이렇다. 과거의 캐비넷에는 열쇠가 필요했다. 디지털 시대의 캐비넷에는 접근기록(access log)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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