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서목사시론】 광화문 집회의 집단광기와 기독교

    • <양지평안교회 담임목사>

      고통이 외부의 자극이라면 밀쳐내고 도망가면 된다. 그러나 그 고통이 이미 내면화되어 심리안에서 돌아다닌다면 도망을 가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신진대사가 되지 않는 무언가가 이미 정신 안으로 밀고 들어왔을 때, 그것을 담아내는 정신의 그릇이 유연하지 못하거나 작다면, 곧 한계상황에 이르게 되고 폭파될 것이다. 이것이 내부에서 발생하는 내파(implosion)이다. 내파는 공간없음의 밀착에서 오는 하나 됨, 곧 둘 됨의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는 광기다. 소통은 타자와 나와의 거리가 유지되는 공간 안에서만 발생한다. 누군가에게 착 달라붙어, 기생해야만 살 수 있는 점착적인 사람들과 이단사이비의 궁합은 독특한 허열(虛熱)의 정서를 만들어낸다. 키엘케고어(S, A, Kierkegaard)이것이냐 저것이냐에서 이단의 창시자가 자신이 미쳤다는 사실을 끝내 숨길 수 있을 만큼 간교하다면, 그는 전 세계를 미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미친 줄도 모르고 미쳐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갈등과 혼돈에 빠트리기에 충분한 난파장을 갖고 있다. 이들은 광기의 망상에 빠져 교주의 명령에 절대복종하고 분신(焚身)도 서슴치 않는다.


      파커 J. 파머(Parker J. Palmer)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에서 공허와 고립된 정체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공적 영역에서 물러나는 이유를, 비록 거짓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비슷한 부류의 집단만이 줄 수 있는 거짓 안전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문이 잠긴 벽 뒤에서, 또는 터널로 연결된 방커 속에서, 그들의 가족, , 종교공동체, 친구들 사이를 정기적으로 오가는 터널과 다리를 폭파하고 그 안에서 거짓승리를 자축하는 자들이다. 사실 그들은 자신들 안에 있는 악마의 이미지와 싸우고 있는 것이다. 급박한 위기의식의 파국 속에 살아가는 그들에게, 모든 가치 있는 인간의 이성과, 감정의 일반은총의 영역들은 그들을 위협하는 무엇일 뿐이다. 그들은 대한민국이 위기에 빠져있다는 그 두려움 속에 숨어 있지만 사실, 그 두려움 조차도 자신의 공허를 가리기 위한 방어막인 것이다. 이번 헌재의 탄핵인용으로 그들이 했던 말은 <이제 대한민국은 끝났다>라는 말이었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아직 우리 사회가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는 사실에서 희망을 보았다고 말한다. 왜 이런 대조가 일어나는 것일까? 사실 대한민국이 끝난 것이 아니라, 그 말하는 주체의 삶이 이미 오래전에 파국(catastrophe)을 맞았던 것이다. 그 파국을 벗어나기 위해 그들은, 그들의 심리안에서 어떤 신화적 인물을 만들고, 그것을 외부로 투사해서 외부 인물로 위장했던 것이다. 그러나 자신을 지탱해 주었던 그 신화적 인물의 끝을 보았을 때, 자신의 파국을 다시 보게 되었고, 살기 위해 붙들어야 했던 그 망상이 물거품처럼 꺼지고 그것이 신기루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들은 자신에 허약한 내면에 대한 직면을 대한민국의 파국으로 대체시켰던 것이다. 이들은 또 다른 가림막이 필요할 것이고, 그런 대체 인물은 다시 나타날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죄를 짓고 실수하고 한계를 갖는 존재가 아니던가? 인간을 초인으로 생각하고 그곳에 달라 붙어야만 존재감을 느낀다면 그는 이미 죽음의 경계에서 신음하는 자인 것이다.


      이들은 거짓에 쉽게 가스라이팅 당하는 사람들로, 내적 공허함과 부실한 정체감으로 신음하는 자들이다. 교회는 이런 성도들의 공허와 소외를 담아주고 거짓된 선전매체를 분별할 수 있도록 그들을 도와주어야 한다. 목회자가 이들을 이끌고 광화문으로 나가 거짓에 속게 만들고, 그들을 더 깊은 병리에 시달리게 만든다면, 맹인이 맹인을 이끌어 둘 다 구덩이에 빠지는(15:14)격이 될 것이다.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에서 끌어내, 홍해를 건너게 한 후 제시한 하나님은 여호와 라파’, 곧 치료의 하나님이었다. 교회라는 의미 안에는 이미 치유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종교지도자가 이들 연약한 성도들을 담아내어 치료해 주지 못할망정, 오히려 거짓체계의 차폐막을 심어주고 광화문으로 뛰쳐나오게 한다면, 그는 이미 사이비 이단인 것이다. 한국교회는 이러한 집단광기에 동조하거나 참여하는 일을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교회는 이러한 행태가 이단 사이비임을 선포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돌아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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