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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평택시의회 제공) |
[평택=주간시민광장] 조종건 기자
■ 핵심 요약
평택시
레미콘공장 이전설립 불허처분 행정소송 1심 패소 → 6월 8일 항소 → 8월 항소이유서 제출
주민·비대위
2022년부터 반대운동… 1~8차에 걸쳐 2,066명 반대 서명, 환경·교통·건강 피해와 유해시설 누적 문제 제기
지역 환경
비대위 자료에 따르면 신청지 반경 3.2㎞ 안에 이미 레미콘공장 3곳이 가동 중이며 생활폐기물 운반 차고지, 플라스틱 재활용공장, 유해화학물질 관련 시설 등 다수 환경유해시설이 분포
항소심
핵심‘밀폐형 공장 자체의 배출’만이 아니라 레미콘·원료 운반차량의 비산먼지와 교통 영향, 기존 환경부담과의 누적·복합 영향을 객관적 자료로 입증할 수 있느냐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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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평택시의회) |
평택 오성·청북지역 레미콘공장 건립을 둘러싼 갈등이 항소심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평택시의회와 평택시 집행부, 오성·청북 레미콘공장 건립반대 비상대책위원회 및 주민들은 지난 8월 21일 오후 4시 평택시의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평택시가 1심에서 패소한 레미콘공장 이전설립 승인신청 거부처분 취소소송의 경과와 항소심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쟁점은 단순히 ‘레미콘공장이 환경오염시설인가’에 머물지 않는다. 이미 다수의 환경유해시설이 들어선 지역에 또 하나의 시설이 추가될 경우 주민과 지역이 감당해야 할 누적적 환경부담을 행정청이 어디까지 고려할 수 있는가가 항소심의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평택시 1심 패소… 법원 “공익·사익 비교·교량 부족”
이날 간담회에서 평택시 기업설립지원팀은 레미콘공장 관련 행정소송의 진행 상황을 주민들에게 설명했다.
비대위 보도자료에 따르면 평택시는 레미콘공장 이전설립 불허처분과 관련한 행정소송에서 지난 5월 1심 패소 판결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평택시가 재량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공익과 사익을 적절하게 비교·교량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불허가 처분을 위법하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가 판단한 주요 근거로는 신청지 주변의 소수 주택을 집단취락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 1㎞ 이상 떨어진 마을과 신청지의 인접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 사업자 측이 완전 밀폐형 설비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기준 충족 등 오염 방지대책을 제시했다는 점 등이 제시됐다.
평택시는 이에 불복해 6월 8일 항소장을 제출했으며, 관계부서 협의와 소송대리인 자문을 거쳐 8월 항소이유서를 제출했다. 시는 상대방의 반박서면 등에 대응하면서 추가적인 객관적 자료를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주민 2,066명 반대… 도시계획위 두 차례 부결
주민들의 반대는 최근 시작된 것이 아니다. 비대위가 간담회에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주민들은 2022년부터 반대운동을 이어왔고, 1차부터 8차까지 모두 2,066명의 반대 서명을 제출했다. 평택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도 관련 안건이 두 차례 부결됐다.
2023년 비대위가 공개한 도시계획심의 관련 자료에는 신청 대상지가 산업단지 가운데 위치하고 있고 이미 주변에서 레미콘공장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 비산먼지로 인한 주민 건강과 환경피해 우려 등을 고려해 입지적으로 부적합하다는 취지의 판단이 담겨 있다.
당시 비대위가 집계한 주민 반대 의견에는 오성면 35개 마을 대표와 27개 단체, 청북읍 43개 마을 대표 등이 참여했으며, 주민들은 수년간 집회와 1인 시위, 간담회 등을 이어왔다.
“공장 하나가 아니라 이미 누적된 환경부담을 봐야”
항소심에서 주민들이 특히 강조하는 부분은 누적적 환경영향이다. 2026년 8월 간담회 자료의 지도에는 신청지를 중심으로 반경 3.2㎞ 안에 기존 레미콘공장 3곳을 비롯해 생활폐기물 관련 시설, 플라스틱 재활용시설, 화학제품 제조시설, 유해화학물질 관련 시설 등이 분포해 있는 것으로 표시돼 있다.
2023년 자료에서도 평택시의 갈등유발 예상시설 사전고지 50건 가운데 청북·오성 등 서부 5개 읍·면이 36건으로 72%를 차지했다는 비대위 집계가 제시됐다. 같은 자료에는 청북읍이 폐기물처리업체 수에서 전국 읍·면·동 가운데 두 번째로 많다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이 수치들은 비대위가 당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제시한 것이므로 항소심에서는 최신 공식 통계를 통한 재확인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신규 공장 한 곳의 배출량만 따질 것이 아니라 기존 환경유해시설과 결합됐을 때 나타나는 복합적·누적적 환경부담을 살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밀폐형 공장이어도 차량은 밖으로 달린다
또 하나의 핵심은 대형차량 운행에 따른 공장 외부의 영향이다. 사업자가 공장설비를 완전 밀폐형으로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원료를 운반하는 대형 화물차와 생산된 레미콘을 운송하는 차량까지 밀폐된 공간 안에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비대위는 과거 자료에서도 하루 수백 대의 레미콘 및 원료운반 차량 통행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차량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와 도로환경 영향을 문제 삼았다.
이번 간담회에서도 주민들은 단순한 주장이나 우려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차량 예상 운행량, 기존 대형차량 교통량, 비산먼지 측정자료, 도로 오염과 교통안전 영향, 주변 환경유해업체의 누적 영향 등을 실제 데이터로 만들어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부산 사하구 판례 주목… 1심 뒤집고 대법원서 불허 확정
항소심을 앞두고 주목할 만한 사례도 있다. 부산 사하구 레미콘공장 사건에서는 1심 법원이 캡슐형 공장이어서 미세먼지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업자 측의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2심은 공장 운영과정에서 밀폐되지 않은 부분이 존재하고 대형차량 진·출입 과정에서 비산먼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기존 지역의 열악한 대기환경 등을 고려해 공장 신설로 대기환경이 더 악화될 가능성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업체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사하구의 불허처분이 정당하다는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
물론 부산 사건과 평택 사건은 구체적인 토지이용 상황, 처분 근거, 주변 환경과 사업계획 등이 다르므로 동일한 결론을 곧바로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밀폐형 시설이므로 오염이 거의 없다’는 사업장 내부 논리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차량 이동과 기존 지역환경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했다는 점은 평택시의 항소심 대응에서 검토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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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평택시의회 왼쪽에서 두 번째 견학수 위원장) |
견학수 위원장 “60만 평택시민의 환경과 생존권 문제”
견학수 비대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이번 사안을 단순한 개별 기업과 주민 간 갈등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견 위원장은 1심 재판과정에서 주민들이 재판 일정이나 현장 상황을 충분히 알지 못해 소외감을 느꼈다며, 항소심에서는 현장조사와 법원 대응 과정에 주민들의 목소리가 실질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는 취지로 평택시의 적극적인 소통을 요청했다.
시의회 “객관적 자료 갖춰 항소심 대응해야”
평택시의회 최재영 의장과 이학섭·류정화·한윤섭 의원도 주민들의 문제 제기에 공감하며 항소심 대응에 힘을 보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의원들은 차량 운행에 따른 비산먼지와 주변 환경유해시설의 누적 환경영향 등 객관적 자료를 보다 철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평택시 관계자 역시 비대위 요구를 반영해 9월 말에서 10월 초 사이 소송대리인과 주민 간 면담을 추진하고, 향후 재판 일정과 항소 진행상황을 주민들에게 공유하면서 법원 제출자료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 기자의 시선
오성·청북 주민 2천여 명이 수년간 생업을 뒤로하고 지역의 환경문제를 공론화해 온 노력은 주민자치의 힘을 보여준 것으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환경오염 가능성과 주변 여건을 검토하고 두 차례 부결 결정을 내린 평택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숙고 역시 의미가 크다. 또한 1심 패소에도 항소에 나선 평택시와 주민 의견을 듣고 공동 대응에 나선 평택시의회의 노력도 격려할 일이다.
그러나 주민 2천여 명의 반대와 도시계획위원회의 두 차례 부결만으로 항소심 승소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 평택시는 왜 이 지역에 새로운 레미콘공장이 들어서는 것이 부적절한지를 객관적인 자료와 치밀한 법리로 입증해야 한다. 특히 밀폐형 공장이라는 사업자 측 논리에 대응하려면 공장 내부뿐 아니라 대형차량 운행에 따른 비산먼지와 교통 영향, 기존 환경유해시설과 결합한 누적·복합적 환경부담까지 과학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부산 사하구 사례에서 항소심이 대형차량 진·출입에 따른 비산먼지와 기존 지역의 대기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살폈고 대법원도 불허처분의 정당성을 확정했다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주민은 현장의 경험과 자료를 제공하고, 시의회는 전문적 조사와 행정 대응을 점검하며, 평택시는 이를 객관적 증거와 법리로 완성하는 역할분담이 필요하다. 결국 이번 항소심은 주민자치와 지방의회, 지방정부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협력해 지역의 환경권과 공익을 지켜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다. 주민들은 이미 충분히 목소리를 냈다. 이제 평택시와 시의회가 그 목소리를 법원이 판단할 수 있는 ‘증거의 언어’로 완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