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서목사시론】 극우집단의 박해망상

    • <양지평안교회 담임목사>

      비행기 이륙 직전, 스튜디어스는 비상사태가 발생할 때, 어떻게 산소마스크를 쓰는지, 구명조끼의 공기는 어떻게 주입하는지, 어느 방향으로 대피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우리는 이때 긴장을 하게 되지만 안전한 여행을 기원하며 여행을 시작한다. 그러나 비행 도중 기장의 기계적 결함으로 기체에 문제가 생겼다는 안내방송이 있다면 승객들은 모두 패닉상태에 빠져 기체안은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이 때 승객들은 어쩔 수 없이 기장의 말에 집중해야만 한다. 이와 같은 작동원리가 한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다. 극우의 주장은 대한민국이라는 항공체가 지금 기계적 결함으로 곧 추락하게 될 것이라 말한다. 20년 전부터 비행기추락의 긴박함을 들어왔지만 종종 불안정한 기류를 만나는 것 외에 비행기는 잘 운행 중에 있다. 이런 현상은 1880년대에 독일에 쉬레버라는 판사에게서 잘 나타난다. 그는 지구 종말에 대한 망상으로 정신병원에 여러 번 입원한 경력이 있었다. 그는 이성적이었고 법 외에도 모든 분야에 해박했다. 종말에 대한 망상만 제외하면 모든 것이 정상이었다. 판사직도 잘 수행했다. 처음에는 자살충동, 피해망상이 있었지만 이것은 곧 종말에 대한 박해망상으로 대체되었다. 그는 신과 직접 대화했다고 했다. 자신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왔고 인간이 잃어버렸던 낙원의 행복을 찾아 주어야 할 사명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를 악마로 보았고 자신의 망상체계 외에 아무것도 믿지 않았다. 비행기가 운행 중에 미사일을 맞고 오르락내리락한다면 비명을 지르거나 인간영역 밖의 일이므로 기도하며 임종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비행기가 잘 날고 있는데 이제 곧 미사일에 추격될 것이라고 예단하며 사람들을 동요케 한다면 이는 지나친 박해망상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으로 간주해야 한다.

      과거 운동권에서 반정부 운동을 하다가 감옥 생활을 한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 중에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의 과거가 젊은 날의 헛된 꿈, 이상주의였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오히려 현실원리에만 충실한 기회주의로 돌아서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좌우를 모두 붙들고 우울적 자리에서 번민한다. 이런 사람들은 문학가나 예술가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몇몇 사람은 극우나 극좌로 돌아선다. 그들의 시계는 40년 전으로 멈추어 있다. 대개 극좌는 하나님 없이 이 땅에서 유토피아를 이루겠다는 것이고 극우는 과거 운동권 사람 모두를 빨갱이로 규정한다. 사실, 극과 극은 같은 심리구조다. 둘은 모두 이 땅에 완벽한 정치형태를 찾는 것이다. 누구는 유토피아를 순수한 민주주의에서 누구는 순수한 공산주의에서 찾는다. 둘 다 가능적 불가능성을 붙들고 있는 것이다. 맑스(K, Marx)와 엘겔스(F, Engels)공산당 선언첫 페이지에 첫 문장에서 이야기한 유럽을 떠돌고 있다는 유령이 잠시 1980년대에 피끓는 대학생들의 정신 속에 잠시 떠돌아다녔던 것은 사실이다. 당시에는 군부독재와 더불어 온전한 자유시장 경제체제로 접어들지 못했을 때였다. 하지만 그 유령은 결국 자본주의에 포획되고 말았다. 거대한 전환을 쓴 칼 폴라니(K, Polanyi)경제가 사회의 일부였던 것에서 어떻게 사회가 경제의 일부로 돌아섰는지를 자세히 열거한다. 이에 대한 반발로 탄생한 맑스주의도 자유시장경제에 의해 어떻게 무너져 내렸는지 21세기 우파의 대부격인 프랜시스 후쿠야마(F, Fukuyama)는 그의 역작 역사의 종말에서 자세히 언급한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맑스주의의 대등욕망과 자유민주주의 우월욕망의 공존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미국의 헨리 조지(H, George)진보와 빈곤에서 문명의 진보가 빈곤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이유를 토지사유화의 문제로 지적한다. 그는 이 문제를 성경적 관점에서 논리적으로 설득했지만 이러한 대작도 결국 경제논리를 이기지는 못했다. 20대 청년시절 잠시 가졌던 맑스, 레닌주의, 주사파, 반미주의도 절벽을 향해 치닫고 있는 욕망의 열차를 멈추지는 못했다.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인류가 자본주의 자체에 의해 멸망하게 될 것이라는 맑스의 180년 전의 예언이 적중하고 있다는 점에 놀라야 한다. 우리는 지금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자유시장 경제하에서 살고 있고 북한의 통제적인 삶과는 질적으로 전혀 다른 장소에 있다. 북한의 김정은이라면 통치수단으로 남한 괴뢰에 대한 박해망상, 미제국주의에 대한 박해망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강압도 통제도 없는 남한 사람들이 이북 사람들보다 더 심한 박해망상에 시달리고 있는 모습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영국의 에스더 빅(E, Bick)은 이러한 현상을 공간-안으로 떨어지는 파국적인 불안’, ‘죽음의 공포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동일성, 안정성, 그리고 외부 세계로부터의 지원을 요구하는 완강한 보수주의를 발생시킨다고 말한다. 그들은 사이비 이단에서 사용하는 거짓 급박성 위에 반공 이데올로기를 살짝 올려놓는다. 물론 우리의 현실에서 반공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들에게 반공이 필요한 이유는 그들 심리의 텅빔공허를 감추는 방어막일 뿐이다. 기독교가 극우 정치 정당보다 더 급진적으로 성도들을 퇴행시키고 집단적 박해망상을 부추긴다면 그리고 정당의 정치적 도구로 사용된다면 기독교의 미래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번 계엄사태를 통해서 박해망상은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번 계엄이 이제는 박해망상에 빠져나올 때가 되었음을 깨닫는 계몽령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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