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종건 연재서평 제3회] 추미애의 『장하리』를 읽다 - 법치의 가면을 쓴 조작의 기술
    • 조종건 한국시민사회재단 상임대표
      조종건 한국시민사회재단 상임대표

      제3회: '바이든-날리면'의 원형, 검언유착의 늪과 조작된 진실

      만약 당신의 눈앞에 범죄의 증거가 명확히 찍혀 있는데, 국가 최고의 수사기관과 거대 언론이 입을 모아 “그건 증거가 아니라 괴문서다”라고 우긴다면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소설 『장하리』의 중반부는 바로 그 숨 막히는 ‘현기증’의 기록이다. 장하리가 개혁의 깃발을 들고 마주한 것은 논리가 통하지 않는, 오직 권력의 힘으로 진실을 난도질하는 ‘사법적 연금술사’들이었다.

      1. 텔레그램의 낙인: "손준성 보냄"과 160장의 증거물

      사건의 시작은 차가운 디지털 기록이었다. 현직 검사가 야당 정치인에게 고발장을 넘기며 남긴 흔적, [손준성 보냄]. 이 다섯 글자는 검찰이라는 공적 기구가 특정 정치 세력의 ‘하청 기획사’로 전락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낙인이었다.

      독자들은 여기서 첫 번째 현기증을 느낀다. 고발장뿐만 아니라 증거자료로 첨부된 160여 장의 사진 파일. 그것은 누군가 밤을 새워 수집하고 편집한 ‘정적 제거용 패키지’였다. 하지만 권력은 이를 두고 "출처를 알 수 없는 괴문서"라며 잡아뗐다. 뻔뻔함이 증거의 구체성을 압도하려 할 때, 장하리는 법치가 무너지는 소리를 듣는다.

      2. 사라진 목소리: "20년 살 수도 있다"와 '대역 시나리오'

      또 다른 장면, 채널A 기자 이덕조(이동재)가 제보자를 협박하며 내뱉은 독설이다. “안 하면 죽는 거고, 20년, 30년 살 수도 있다.” 기자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이 협박의 뒤에는 검찰총장의 최측근 하도훈(한동훈)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었다.

      가장 기괴한 디테일은 그다음이다. 하도훈의 목소리가 담긴 녹취록이 세상에 나오려 하자, 그들은 ‘목소리 대역’을 세워 가짜 파일을 만들려는 ‘반박 아이디어’를 짠다. 전 국민이 듣고 있는 목소리를 두고 “검사장이 아니라 기자의 지인 목소리”라고 우기는 그들의 대담한 거짓말은 훗날 ‘바이든-날리면’ 사태로 이어지는 ‘사실 왜곡의 원형’을 보여준다.

      3. 검찰총장의 ‘사설 법무법인’이 된 수정관실

      장하리가 마주한 진실 중 가장 서글픈 것은 수사정보정책관실(수정관실)의 실체였다. 국민의 정보를 지켜야 할 그곳의 컴퓨터에는 ‘정대택 파일’, ‘가족 수정파일’ 등 검찰총장 가족의 비리를 방어하기 위한 대응 논리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얽혀 있었다.

      장하리는 여기서 깨닫는다. 그들이 왜 그토록 필사적으로 감찰을 방해했는지. 그것은 동료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범죄 창고가 열리는 것을 막기 위한 생존 투쟁이었다. 국가 조직을 사유화하여 가족의 방패로 삼은 이 파렴치한 민낯 앞에서 장하리는 깊은 환멸과 함께 거대한 벽을 느낀다.

      4. 맺음말: "방을 폭파하라"는 지시가 남긴 것

      “방을 폭파하라.” 김묵(김웅)이 남긴 이 짧은 문장은 검찰 카르텔이 진실을 대하는 태도를 상징한다. 불리하면 지우고, 안 되면 우기고, 끝내 증거를 파괴하는 것. 하지만 그들이 폭파하려 했던 것은 채팅방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의였다.

      장하리가 느낀 현기증은 단순히 그들의 악행 때문이 아니었다. 그 악행을 ‘정의’라고 부르며 박수치는 언론과 침묵하는 동조자들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물어야 한다. 과연 그 폭파된 방의 잔해 위에서 우리는 어떤 진실을 다시 세울 수 있을 것인가.

      [4회 예고]

      권력의 정점에 선 자들의 마지막 발악, 그리고 ‘꽃’이 되기를 거부하고 ‘칼’이 되어야 했던 장하리의 고독한 결단. 제4회: "나는 빠져야 돼" - 책임지지 않는 권력과 남겨진 이들의 투쟁에서 그 마지막 불꽃을 따라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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