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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종건 한국시민사회재단 상임대표 |
제4회: "나는 개혁의 불꽃으로 남겠다" - 장하리의 가장 눈부신 승부수
소설 『장하리』의 대장정은 이제 거대한 폭풍의 눈으로 들어선다. 기득권 카르텔의 파렴치한 공작과 ‘검찰사대부’들의 집단 항명 속에서, 장하리는 인생에서 가장 외롭고도 치열한 선택의 기로에 선다. 많은 이들이 그녀의 패배를 점치고, 언론은 그녀의 고립을 조롱할 때 장하리가 던진 마지막 승부수는 대한민국 헌정사에 유례없는 ‘민주적 통제의 이정표’를 세우는 것이었다.
1. 전무후무한 승부수: 성역의 빗장을 푼 '수사지휘권'
장하리의 가장 빛나는 승부수는 검찰총장이라는 ‘신성불가침의 권력’에 정면으로 맞서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지점이다. 그것은 단순히 장관의 권한을 과시하는 행위가 아니었다.
"제 식구 감싸기"로 점철된 검찰 내부의 은밀한 거래를 끊어내고, 검찰총장 본인과 가족이 연루된 사건에서 검찰총장을 배제시킨 이 결단은 ‘법 앞에 그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사투였다. 권력의 비호를 받으며 법망을 피해 가던 거대한 괴물에게 처음으로 ‘법의 심판대’에 서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이 순간, 장하리는 한 명의 정치인이 아니라 시민 주권을 수호하는 최후의 방패였다.
2. 가장 감동적인 저항: "나는 빠져야 돼"에 맞선 "내가 남겠다"
작품 속에서 가장 가슴을 울리는 대목은 그녀가 기댈 곳 없이 홀로 버텨야 했던 시간들이다. 가족이 인질로 잡히고, 온갖 허위 보도가 비수처럼 꽂히는 상황에서도 장하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고발 사주의 주역인 김묵이 "나는 빠져야 돼"라며 비겁하게 흔들릴 때, 장하리는 오히려 “내가 온몸으로 그 불길을 막아내겠다”며 정면 돌파를 선택한다. 자신의 정치적 생명이 끊길지언정,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멈추는 것만은 용납할 수 없다는 그 결연한 의지. 그것은 이기적인 권력욕으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개혁가의 품격’이었다.
3. 승부수의 본질: ‘희생’으로 복원된 진실
장하리의 마지막 승부수는 역설적이게도 자신의 사퇴와 맞바꾼 진실의 복원이었다. 그녀는 스스로 물러나는 선택을 통해 개혁의 불씨를 지켜냈고, 오랫동안 어둠 속에 가려져 있던 검언유착과 고발 사주의 실체를 끝내 세상 밖으로 드러냈다.
비록 현실의 벽은 높고 단단했지만, 장하리가 밝혀 든 투명한 등불 앞에서 시민들은 비로소 ‘검찰공화국’의 민낯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녀의 승부수는 눈앞의 승패를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시민들의 마음속에 ‘누가 진짜 주인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새겨 넣는 일이었다. 21쪽에서 인용한 시구처럼, 그녀는 스스로 ‘봄길’이 되어 아직 길이 없는 곳에 길을 냈다.
4. 맺음말: 우리 시대의 ‘장하리’는 계속되어야 한다
『장하리』라는 서사는 단순히 과거의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도 우리 곁에서 숨 쉬고 있는 시민 주권(Sovereignty)의 투쟁기다. 세탁소집 딸이 세우고자 했던 그 정직한 칼주름은, 이제 깨어 있는 시민들의 손을 통해 우리 사회 전반의 정의로운 질서로 확산되어야 한다.
장하리가 외롭게 지켰던 그 ‘선의의 예술로서의 정치’는 이제 우리 모두의 숙제가 되었다. 그녀의 시린 기원을 따라온 우리는 이제 안다. 진실은 안개처럼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끝내 태양 아래 그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을. 장하리가 온몸으로 밀어 올린 그 푸른 비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제5회 예고]
가장 비열한 공격은 언제나 가장 약한 곳을 겨눈다. 검찰개혁의 길을 멈추게 하기 위해 기득권 세력이 택한 표적은 결국 장하리의 가족과 자식이었다. 이어지는 제5회에서는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견뎌야 했던 피눈물의 시간, 그리고 그 고통 앞에서도 왜 그녀가 끝내 물러서지 않았는지를 따라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