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강선우보다 심한 갑질, 송언석의 폭력 정치
    •          조종건 한국시민사회재단 상임대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였던 강선우 의원은 ‘보좌진 갑질’ 논란 끝에 지난 7월 23일 자진 사퇴했다. 청문회 시작 전인 7월 14일,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 소속 전·현직 보좌관들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청문회장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고, 청문회장 안에서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갑질왕 강선우 아웃’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노트북에 부착하며 압박을 가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7월 23일 국회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강 후보자를 향해 “갑질 여왕”, “입에 담기도 싫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의원직 사퇴와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까지 언급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발언을 한 송 의원 본인이 오히려 훨씬 더 심각한 폭력성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라는 점이다. 이는 정치의 부조리(l’absurde)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송 의원은 2021년 4월 7일 재보궐선거 출구조사 발표 당시, 개표상황실에서 자리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직자에게 정강이 발길질을 하고 폭언을 퍼부은 사건의 당사자다. 피해자는 심장질환 이력이 있는 인물로, 송 의원의 행위는 단순한 우발적 분노가 아니라 구조적 갑질이자 물리적 폭력이었다. 그는 사과했지만, 이후 탈당하며 윤리위 제소는 피했고, 4개월 뒤 조용히 복당했다. 책임은 지지 않았고, 후과도 없었다.

      그뿐 아니다. 그는 이태원 참사 당시 “30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시신”이라는 가짜뉴스를 유포하며 압사라는 국가적 재난을 왜곡했고, 수많은 유가족과 국민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남겼다. 더불어 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당시에는 관저 진입을 시도하며 이를 물리적으로 저지했다. 국회의원의 지위를 ‘인간 방패’로 전락시킨 사례였다. 이는 공권력에 대한 조롱이며, 법치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

      이런 인물이, 이제는 앞장서서 강선우 후보자의 인성·자질을 문제 삼으며 “역대급 갑질” 운운하고 있다. 정작 그의 언행은 청문회를 공적 검증이 아닌 감정적 린치쇼(사회의 구경거리로 변질된 공개 망신 주기)로 만들었다. “변기 청소를 시켰느냐”는 질문은 사실 확인보다는 인격적 타격을 노린 듯했고, 해명할 기회 없이 몰아세운 방식은 비판이 아닌 조롱이었다. 서울 법대 출신 정치인의 면모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문제는 국회의원의 '갑질 중의 갑질'이 지역 유권자와의 단절이라는 점이다. 그의 일련의 행태로 추론되는 것은 당선 직후부터 유권자와의 소통을 중단하고, 일방적 ‘의정보고회’로 본인 업적만을 홍보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부류의 의원들은 시민들의 질의는 생략하고, 토론은 사라진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기는커녕, 소통 없는 일방적 보고는 사실상 또 다른 형태의 권력 남용이다.

      정치인은 선출된 이후가 시작이다. 청문회장에서 타인을 겨누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성이 우선이다. 의정활동은 ‘자랑’이 아니라 ‘책임’이며, 시민과의 대화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강선우 의원의 의혹이 사실이라면 정당하게 검증되어야 한다. 그러나 검증은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 지금처럼 마녀사냥식 이미지 몰이, 정쟁의 도구화, 대화가 아닌 조롱이 난무하는 청문회라면 그것은 정치가 아니라 사냥이다.

      더구나 그 앞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자가 있다면, 그는 진짜 ‘갑질의 화신’이라 할 수 있다. 정치는 말이 아니라, 유권자와 어떻게 마주하느냐에서 품격이 갈린다.

      송언석 의원은 원내대표직을 내려놓고, 이제라도 겸허하게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의정보고회’가 아닌 ‘시민토론회’로 소통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 정치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출발점이다.
    Copyrights ⓒ 주간시민광장 & http://www.gohuman.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확대 l 축소 l 기사목록 l 프린트 l 스크랩하기
최신기사
         신문사소개  |   시민사회재단 소개  |   보도자료등록  |  개인정보보호정책  |  청소년보호정책  |  오시는길
대표자: 조종건 | 상호: 시민사회재단 | 주소: 경기도 평택시 비전4로 175, 708-202 | 신문등록번호: 경기도 아52894 | 등록일자 : 2021-05-18 | 발행인/편집인: 조종건 | 편집장:조종건 | 청소년보호책임자: 조종건 | 전화번호: 010-7622-8781
이메일: master@gohuman.co.kr
Copyright © 2021 주간시민광장.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