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시가 추진해온 축산악취 저감 사업이 기술적 성과를 넘어 주민과 농가의 신뢰 회복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행정의 지시가 아닌 ‘협력’을 기반으로 한 악취관리 체계가 실효를 거두며, 안성형 청정축산의 새 방향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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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사 경기도의회 부의장 정윤경(사진=주간시민광장 제공) |
한눈에 보는 요약
• 행사명: 안성시 축산냄새 저감 성과공유회
• 일시/장소: 2025년 10월 22일 / 안성시농업기술센터 대강당
• 주최: 안성시, 경기도, 한국환경공단
• 핵심 내용: 축산악취 저감 실증사업 결과 공유 및 향후 관리체계 논의
• 성과: 시범농가 악취 50% 이상 저감, 민원 건수 60% 감소
• 주요 전략: 미생물제제, 부숙도 관리, 스마트 환기시스템, 주민협의체 운영
• 발표자: 안성시 축산정책과 박혜일 과장
• 향후 계획: ‘청정축산환경센터’ 설립 및 악취민원 통합관리 플랫폼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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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주간시민광장 제공) |
안성시는 도내 축산농가 비중이 높은 지역으로, 오랜 기간 냄새 민원이 지역 갈등의 원인이었다. 그러나 2022년 시작된 ‘축산악취 저감 실증사업’은 행정의 일방적 단속이 아닌, ‘주민-농가-행정’ 3자 협치형 모델을 실험하며 방향을 바꿨다.
이날 성과공유회에서 발표를 맡은 안성시 축산정책과 박혜일 과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냄새는 기술이 아니라 신뢰의 문제입니다. 악취를 줄이려면 시설 개선보다 먼저 ‘대화의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주민이 참여하고 농가가 스스로 데이터를 공개하는 방식이 안성형 모델의 핵심입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시는 지난 3년간 5개 시범농가를 중심으로 악취 저감 실증을 진행했다. 결과는 뚜렷했다.
평균 악취 저감률은 52%, 암모니아 농도는 30ppm에서 14ppm으로, 황화수소는 5ppm에서 2ppm으로 감소했다. 농가별 냄새 민원은 절반 이하로 줄었고, 일부 지역은 ‘민원 제로’ 상태를 유지했다.
박혜일 과장은 또 ‘데이터 기반 축산행정’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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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주간시민광장 제공) |
“이제 행정은 현장에 감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수치로 들어가야 합니다. IoT 센서를 통해 암모니아·황화수소 농도를 실시간 측정하고, 농가와 시청이 동시에 확인하는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불편이 발생하면 즉시 원인을 공유하고 해결하는 구조입니다.”
안성시는 단순한 시설 지원에 그치지 않고 퇴비부숙 관리 개선에도 주력했다. 퇴비사 내 수분 조절과 통기 시스템을 개선해 냄새의 근본 원인을 줄였고, 미생물제제 활용과 교반주기 조정으로 분해 과정의 효율성을 높였다.
특히 올해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축산환경지도사 제도’를 도입했다. 지도사는 농가를 주기적으로 방문해 퇴비 상태, 악취 발생 원인을 진단하고 맞춤형 개선방안을 제시한다. 과장은 “지도사는 행정의 손이 아니라, 현장의 눈”이라며 “행정의 신뢰를 높이는 새로운 창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주민소통 강화다. 안성시는 각 마을별 주민설명회를 정례화하고, 주민대표·농가대표·환경전문가·공무원이 함께 참여하는 ‘악취관리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이 협의체는 악취 민원 발생 시 즉시 현장 점검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실시간 대응체계로 기능한다.
과장은 발표 말미에 이렇게 덧붙였다.
“행정이 주도하던 ‘감시 행정’에서 ‘동반 행정’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축산농가는 더 투명해지고, 주민은 더 신뢰하게 됐습니다. 이게 바로 악취 없는 안성의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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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에서 두번째 김보라 안성시장(사진=주간시민광장 제공) |
기자의 시선
안성시의 이번 모델은 단순히 냄새를 줄인 프로젝트가 아니다. 공공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었다. ‘행정의 명령’이 아닌 ‘신뢰의 관리’로서 악취를 다룬 사례는 전국에서도 드물다. 이 사업이 돋보이는 이유는 기술보다 관계의 설계에 있다. 센서와 데이터는 신뢰를 위한 수단일 뿐, 핵심은 주민과 농가가 한 테이블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구조다. 행정은 조정자이자, 학습자였다.
박혜일 과장의 말처럼 “악취는 신뢰의 문제”다. 정책의 목적이 ‘갈등의 해소’에 있을 때, 행정은 더 이상 단속의 주체가 아니라 신뢰의 플랫폼이 된다. 안성의 실험은 결국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진다. “불편을 줄이는 기술보다, 신뢰를 쌓는 기술은 어떻게 가능할까?” 그 해답을 안성시가 조용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