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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타마 환경과학센터(CESS)의 이치카와 유지로 박사 발표 (사진=주간시민광장 제공) |
[사이타마(일본)=주간시민광장] 조종건 기자
기후위기와 대기오염이 전 지구적 과제로 대두된 가운데, 일본 사이타마현이 ‘행정과 과학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청정대기 도시 모델을 제시하며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25년 경기도 주최로 열린 「청정대기 국제포럼(CAIF 2025)」에서 사이타마 환경과학센터(CESS)의 이치카와 유지로 박사는 지방정부, 연구기관, 산업계가 함께 설계한 통합형 대기관리 전략을 공개했다.
그의 발표는 “푸른 하늘을 향한 질주(Racing for Air)”라는 이번 포럼의 주제처럼, 기술과 정책, 시민의 신뢰가 맞물릴 때 청정대기는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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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치카와 유지로 박사 발표 (사진=주간시민광장 제공) |
도시화와 생태유산 사이의 균형 찾기
사이타마현은 도쿄 북쪽에 위치한 인구 약 730만 명의 대규모 지방자치단체로, 산업도시와 농촌지대, 문화유산과 생태공원이 공존한다. 면적 3,798㎢ 안에 도시와 농촌이 뒤섞인 복합 구조는 대기질 관리의 난도를 높인다.
이치카와 박사는 “도시화가 가속화될수록 대기오염의 양상은 더욱 복잡해집니다. 하지만 사이타마는 이를 해결할 제도적 기반을 충분히 갖췄습니다”라고 밝혔다.
83개 측정망과 AI 데이터로 ‘실시간 대응’
사이타마현은 현재 총 83개 대기오염 측정소를 운영하며, 이산화황(SO₂), 질소산화물(NOx), 일산화탄소(CO), 오존(O₃), 미세먼지(PM2.5·PM10), 휘발성유기화합물(VOC) 등을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 모든 데이터는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로 공개되며, 농도 초과 시 자동 경보 시스템을 통해 학교·병원·대중교통에 즉시 알림이 전송된다.
도청 본청은 전략을 총괄하고, 6개 지역사무소가 현장 단속과 주민 소통을 담당한다.
특히 노후 경유차, VOC 사용 공장에 대해 정기 점검과 현장 지도가 병행되고 있으며, 2023년 기준 일본 환경성은 전국 12,657개 제조업체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현황을 등록·관리 중이다.
석면·다이옥신 등 고위험물질까지 포괄한 ‘과학행정’
사이타마의 대기정책은 단순한 미세먼지 규제에 머물지 않는다.
특히 건축물 해체 시 발생하는 석면(Asbestos)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해체 공사는 사전 신고 및 분진 확산 방지계획 제출이 의무화되어 있다.
석면 여부는 육안조사·시료 분석·건물 이력조사 등을 통해 확인되며, 위반 시 행정처분이 즉각 이뤄진다.
또한 다이옥신·벤젠 등 독성 화학물질도 정기적으로 측정된다.
사이타마 환경과학센터(CESS)는 GC/MS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미량의 유해물질을 추적하고, 축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위험지도를 작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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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주간시민광장 제공) |
CESS, ‘정책을 움직이는 과학’의 중심
사이타마 환경과학센터(CESS)는 행정과 과학을 잇는 핵심 기관으로, 정책의 실증 기반 역할을 맡는다. 총 7개 전문 연구실(대기환경·지구온난화·자연생태·수질·방사선·지질·자원순환)로 구성되어 있으며, 드론 기반 대기 관측, VOCs 이동경로 분석, 오존 생성 모델링등 첨단 분석기법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사이타마 내 4개 지점에서 100종 이상의 VOCs를 상시 측정해 계절별 패턴을 분석하고, 오존 발생 메커니즘을 규명한다. 이 데이터는 중앙정부와 공유되어 전국 대기정책의 과학적 근거로 활용된다.
규제가 아닌 ‘협력으로 줄이는 오염’
사이타마는 산업체를 단속 대상으로만 보지 않는다. 대기오염물질 배출 기업과 자발적 협약을 맺고, 공동 저감 컨설팅을 시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협약 기업은 연간 배출량 보고, 공장 내 측정기기 설치, 감축계획 이행을 의무적으로 수행한다.
이치카와 박사는 “단속보다 신뢰가 더 큰 효과를 냅니다. 기업이 스스로 감축 목표를 세우고, 행정이 이를 과학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사이타마 방식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모델은 일본 환경성이 발표한 ‘지방환경정책 우수사례집’에도 공식 등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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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주간시민광장 제공) |
동아시아의 주목… “복제 가능한 로컬 거버넌스”
이치카와 박사는 “사이타마의 성공은 기술이 아니라 신뢰의 구조에 있습니다. 행정, 과학, 시민이 함께 만드는 시스템이 곧 지속가능성의 핵심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개별 제도가 아닌 ‘시스템 수준의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며, “동아시아 도시들과 함께 청정대기를 향한 협력의 길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 청정대기 국제포럼에는 경기도를 비롯해 중국,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 주요 도시의 전문가들이 참석했으며, 사이타마 모델은 복제 가능한 지역형 대기관리 모범 사례로 평가받았다.
이치카와 유지로 박사
사이타마 환경과학센터(CESS) 연구원
ichikawa.yujiro@pref.saitama.lg.jp
[기술 용어 해설] GC/MS와 CESS의 역할
CESS = Center for Environmental Science, Saitama
• 한국어: 사이타마 환경과학센터
사이타마 환경과학센터(CESS)는 GC/MS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미량의 유해물질을 정밀 추적하고, 장기 축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역별 위험지도를 작성한다.
GC/MS = Gas Chromatography / Mass Spectrometry
• GC (Gas Chromatography, 기체 크로마토그래피)→ 혼합된 물질을 기체 상태로 분리하는 기술. 예: 공기 중의 여러 화학물질들을 성분별로 분리
• MS (Mass Spectrometry, 질량 분석기)→ 분리된 각 성분을 질량에 따라 분석하여 정확한 정체(구성물질)를 규명.
GC/MS 분석 시스템이란? GC와 MS를 결합한 복합 분석 장비로, 복잡한 시료(공기, 토양, 물, 생체조직 등)에 포함된 유기화합물을 고정밀도로 분석한다.
• GC로 성분 분리MS로 정성·정량 분석
• 환경 분석, 범죄 수사, 약물 검출, 산업 제품 품질관리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
사이타마 CESS는 다음과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
GC/MS 분석: Gas Chromatography/Mass Spectrometry (기체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기)를 사용해 대기 중 미량 오염물질(PAHs, VOCs 등)을 정밀 추적
환경모니터링: 산업단지, 도심, 농촌지역 등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유해물질의 누적 농도를 장기 추적
위험지도 작성: 측정·분석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역별 유해물질 분포와 위험도 지수를 시각화한 "환경 위험지도" 작성
정책 반영: 해당 데이터를 기초로 한 과학적 환경 정책 수립과 도시계획 자문 제공
[투명 고지]
이 기사는 조종건 기자(한국시민사회재단 상임대표, 주간시민광장 편집인)가 작성하였습니다. 기자는 대기질, 환경, 공공정책 관련 지역 시민운동과 기후 거버넌스 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본 기사 시리즈는 「2025 청정대기 국제포럼」의 핵심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한 독립적 취재 및 해설에 기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