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주간시민광장] 조요한 기자
■ 한눈에 보는 핵심
• 경기연구원, 「통합의 시대, 지방의회의 미래를 말하다」 발간
• 초광역행정 시대 지방의회 역할 재정립 필요성 제시
• 지방의회, 감시기관에서 정책 주체·갈등 조정자로 전환 강조
• 자치입법권·인사권·예산 독립성 확대 전망
• "행정통합 성공은 주민 삶의 변화와 공론화에 달려"
행정구역의 경계보다 생활권이 먼저인 시대가 열리고 있다. 교통과 환경, 산업, 재난 등 주민 삶의 문제는 더 이상 하나의 시·군 안에서 해결되지 않는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경기연구원이 지방의회가 단순한 집행부 감시기관을 넘어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경기연구원이 행정통합과 초광역행정 시대를 맞아 지방의회의 역할 변화가 필요하다는 정책 제언을 내놓았다. 경기연구원은 이슈&진단 보고서 「통합의 시대, 지방의회의 미래를 말하다」를 통해 지방의회가 기존의 견제·감시 기능을 넘어 주민 삶의 변화를 이끄는 정책기관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먼저 우리 사회가 이미 '생활권 중심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행정구역은 여전히 경계로 나뉘어 있지만 주민들의 실제 생활은 그 경계를 넘나든다. 출퇴근, 의료, 교육, 소비, 문화활동은 하나의 행정구역 안에서 해결되지 않으며, 교통·환경·재난과 같은 정책 역시 광역적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방소멸과 인구 감소는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89개 시·군·구가 인구감소지역이며, 한국고용정보원은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130곳을 소멸위험지역으로 분석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여러 지방정부가 협력하거나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특히 오는 7월 출범 예정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통합특별시의회를 주목했다. 새로운 지방의회는 기존 의회보다 자치입법권 확대, 인사·조직권 독립, 예산 편성의 독립성 확보 등 보다 폭넓은 권한을 갖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방의회가 단순히 집행부를 견제하는 기관을 넘어 지역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지방자치의 핵심 주체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또한 지역 특성에 맞는 자치조례 제정과 독립적인 의회 운영이 가능해질 경우, 주민 요구를 보다 신속하게 정책으로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보고서는 행정통합의 성공은 조직을 합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실제 변화를 체감하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교통망 개선, 공공서비스 접근성 향상, 지역 맞춤형 정책과 조례를 통해 삶의 질이 높아질 때 비로소 행정통합의 의미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방의회는 주민 의견을 제도적으로 수렴하고 공론장과 숙의 과정을 운영하는 중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지역의 미래 비전을 함께 설계하는 '전략 의회'로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은영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행정통합의 성공은 행정구역을 하나로 합치는 속도가 아니라 주민이 삶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충분한 의견 수렴이 이뤄지는 데 있다"며 "지방의회는 강화된 권한을 주민의 목소리를 듣고 갈등을 조정하며 정책 효능감을 만드는 데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 기자의 시선: 지방의회의 시대가 시작되는가
이번 보고서는 지방의회의 권한 확대를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더 중요한 질문은 "지방의회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이다. 그동안 지방의회는 집행부를 견제하고 예산을 심의하는 기관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주민들이 체감하는 지역 문제는 점점 복잡해지고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어 발생하고 있다. 기존 역할만으로는 이러한 변화를 감당하기 어렵다.
보고서가 제시한 '전략 의회'는 지방의회를 지역 문제 해결 플랫폼으로 재정의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갈등을 조정하며, 지역 맞춤형 조례와 정책을 설계하는 능력이 앞으로 지방의회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권한 확대만으로 지방자치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권한에는 책임이 뒤따라야 하며, 정책 전문성과 주민 참여,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지방의회가 정치적 대립의 공간에 머문다면 확대된 권한은 오히려 새로운 갈등을 낳을 수도 있다.
행정통합의 목적은 행정구역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주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것이다.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지방의회가 주민과 가장 가까운 민주주의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이제 그 역할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