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조하식(칼럼니스트•문인, Ph.D.) - |
----------(16회)----------
링컨기념관을 찾아 가로지르는 길목에 Tour Mobil이 지나갔다. 가만히 보니 sight와 seeing은 똑같이 쓰는 개념. 기념관은 내셔널 몰(The National Mall) 서쪽 가까이 알링턴 국립묘지(Arlington National Cemetery)와 마주하고 있었다. 그리스 건축의 도리아식(Doric style) 열주가 받치는 직사각형의 대리석 건물 내부에는 링컨 대통령 조각상이 국회의사당을 바라보고, 그 뒤로 게티즈버그(Gettysburg) 연설문이 새겨져 있다. 장황한 해설 중 뇌리에 박힌 건 36개의 기둥과 계단이 당시 주 정부의 숫자와 일치한다는 것. 나의 배경 지식에는 노예해방을 위해 남북전쟁을 불사한 용장의 생애(1809~1865) 정도가 박혀 있었다. 그 가운데 특별히 눈길을 끈 건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티타임을 가지며 백악관을 기도실로 만들었을뿐더러 생사가 오가는 전장의 포연 속에서도 늘 간구를 멈추지 않았다는 링컨의 믿음이었다. 허름한 막사에서 참모와 함께 절대자 앞에 엎드린 대통령. 그만큼 그는 겸손한 종이자 공복이었다. 첨탑을 중심으로 파놓은 연못에 오리들이 유유히 떠다녔다. 언뜻 평화로워 뵈지만 퍼렇게 물든 녹조며 물 위 수북한 오리털이 오염의 현주소를 알려주었다. 무릇 사람이란 외식을 향해 몸부림치는 법이거늘 하나님 앞에 처절하게 부르짖는 지도자를 우리는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미국에는 이런 격언이 있단다. “전쟁은 돈이고, 돈은 세금(Tax)이다.” 그야말로 현대 미국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를 대변하는 중요한 잣대라고 여겼다. 경제를 지탱하는 기둥 가운데 군수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어차피 호전적일 수밖에 없겠다 싶어 그간 섬뜩했는데, 그렇다면 이네들의 처지야말로 참으로 딱한 참이 아닌가. 겉으로는 돕는 천사의 몸짓을 하지만 속으론 남에게 몹쓸 짓을 해대는 형국이니 말이다. 중앙분리대를 돌로 쌓은 발상은 우리네와 달랐고, 패인 바닥을 아스콘으로 땜질하는 행태는 우리하고 똑같다. 미국은 또 서부와 북부에 평균 고도 1천m에 달하는 애팔래치아(Appalachia)와 로키산맥이 있기는 하되 일상처럼 등산을 즐기는 생활문화는 아닌 듯했다. 하긴 집을 나서기만 하면 곧바로 등산로로 이어지는 곳이 한국 땅 말고 어디 있을까 싶긴 하다. 버스 앞에 사이렌을 요란스레 울리며 쏜살같이 내닫는 순찰차가 보였다. 3,800명의 경찰관이 밤낮 2,000대의 차를 쉬지 않고 몰아댄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기사고가 끊이지 않는 까닭은 창조주를 인정치 않는 원초적 범죄에 기인한 거라고 본다. 나를 위해 피 흘려 돌아가신 예수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인이라야 그 영혼에 평안이 깃드는 원리를 미처 모르고 살다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국립자연사박물관에 입장한 시각은 오후 2:50. 1846년에 창립했으나 국립이라는 명칭은 1857년부터 사용했단다. 영국자연사박물관, 파리의 국립자연사박물관, 뉴욕의 미국자연사박물관과 함께 세계 4대 자연사박물관의 하나로 세계 각지에서 들여온 동식물 및 지질표본이 약 5,500만여 점에 달한다고 자랑했다. 특히 북아메리카와 관계된 자료는 다른 박물관의 추종을 불허한단다. 입장료가 아닌 기부금에 의해 운영되는데 스미소니언이라는 명칭 자체가 재단의 기초를 쌓은 James Smithson의 이름을 딴 것. 자연사박물관, 미국역사박물관, 항공우주박물관, 공예박물관, 국립초상화갤러리, 국립동물원 등 14개의 국립박물관을 이르는 총칭이었다. 애초에 국립박물관의 조직은 1846년 영국의 과학자 스미스슨의 기부금 55만 달러를 기반으로 다져졌으며, 현직 대법원장, 부통령, 상하원의원 등으로 구성된 이사들에 의해 관리되고 있단다.
그중 중심에 위치한 미국역사박물관은 1964년에 개관해 미국사와 산업의 역사를 망라하고 있었다. 워싱턴과 링컨 등 대통령의 유품을 비롯해 역대 대통령 부인의 생활상을 담은 디오라마(diorama, 투시화) 및 에디슨과 벨 등의 발명품을 비치해 놓고 관람객을 기다렸다. 산업 관계 표본 약 천만여 점, 세계적으로 유명한 보석, 아메리카 인디언의 자료, 라이트 형제가 제작한 비행기, 발전기의 발명품은 물론 우주위성으로부터 전파를 수신해 소개하는 등 미국의 최신 기술도 선보인다. 유감인즉슨 세계 각국의 화폐와 우표 등은 다채로웠지만 2층 한쪽에 박힌 한국관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는 점. 갓 꾸민 한옥에 가구 몇 점이 전부여서 범정부적 차원에서 보완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느꼈다. 때마침 주일 오후인지라 더는 엄두를 못 낼 지경. 인파에 밀려다니다가 약속 시각을 보며 옆으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