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주간시민광장] 임종헌 기자
■ 한눈에 보는 요약박스
• 경기도민 다수, 비혼·재혼·다양한 가족 형태에 높은 수용성
• 반면 부부·부모자녀 관계 만족도는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
• 일·돌봄 부담, 긴 노동시간, 소통 부족이 주요 원인
• “가족 정책, 형태 지원 넘어 관계 회복으로 전환 필요”
가족의 모습은 다양해졌지만, 그 안에서 느끼는 행복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비혼·재혼·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은 높아진 반면, 부부 관계와 부모–자녀 관계에 대한 주관적 만족도는 낮게 나타나, 가족을 바라보는 인식과 실제 삶의 간극이 드러났다.
경기도가 최근 실시한 가족 실태 조사에 따르면, 도민들은 전통적 가족 형태를 넘어 비혼·재혼·한부모·다문화 가족 등에 비교적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가족의 ‘형태’에 대해서는 이미 사회적 합의가 상당 부분 이뤄졌다는 평가다.
그러나 가족 내부의 질적 관계는 다른 결과를 보였다. 부부 관계 만족도, 부모와 자녀 간 정서적 친밀감, 가족 간 소통 수준은 모두 평균 이하로 나타났고, 특히 맞벌이 가구와 자녀 양육 가정에서 관계 피로도가 높게 조사됐다.
조사 응답자들은 관계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긴 노동시간 ▲돌봄 부담의 편중 ▲경제적 압박 ▲대화 시간 부족 등을 꼽았다.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함께할 시간이 없다’는 인식이 공통적으로 나타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가족 정책이 그동안 제도와 형태 중심으로 설계돼 왔다면, 이제는 관계의 질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한다. 가족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삶의 만족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일·생활 균형과 돌봄 구조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기도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가족 상담, 부모 교육, 관계 회복 프로그램 등 정서·관계 중심 정책을 단계적으로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 기자의 시선 - “가족을 인정했지만, 함께할 시간은 주지 않았다”
우리는 이제 묻지 않는다. 결혼했는지, 아이가 있는지, 가족의 형태가 무엇인지.
그만큼 사회는 관대해졌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에는 답하지 못하고 있다.
“당신은 가족과 얼마나 행복한가.”
경기도 가족 실태 조사는 이 불편한 질문을 정면으로 던진다. 형태에 대한 수용은 늘었지만, 관계의 만족은 따라오지 못했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에 가깝다.
야근이 일상이고, 돌봄은 개인 책임이며, 가족 시간은 늘 마지막 순위로 밀린다. 그 결과는 관계의 소진이다.
가족 정책의 다음 단계는 분명하다. 결혼을 장려하거나 출산을 독려하는 구호가 아니라, 함께 밥 먹을 시간, 대화할 여유, 돌봄을 나눌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가족의 형태를 존중하는 사회라면, 그 관계를 지킬 조건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다양해진 가족이 다시 행복해지기 위해,정책은 이제 형태에서 관계로 이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