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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하식(칼럼니스트•문인, Ph.D.) - |
----------(17회)----------
간신히 들어간 항공우주박물관(The National Air and Space Museum)에는 세 명의 우주인이 있었다. 아폴로, 가가린, 암스트롱의 동상. 1970년 개관했는데 기구(氣球), 비행기, 우주 비행 등 하늘을 나는 기술에 관한 자료들을 훑어보았다. 박물관 로비에는 대형비행기가 공중에 매달려 있어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세계적으로 우위를 점한 미국의 항공우주기술에 관한 업적에 초점을 맞추었고, 다양한 우주선과 전시물들이 위용을 뽐냈다. 다만 짧은 역사에 대한 콤플렉스를 감추기 위해 뭔가 있어 보이도록 안간힘을 쓰는 양태는 안쓰럽지만 길지 않은 시간 완수한 기획력과 방대한 추진력만은 높이 살만했다. 어찌 세계 최강대국의 위상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졌겠는가마는 일부러 지구촌의 정치와 경제를 쥐고 흔드는 미국의 힘을 평가절하하고자 하는 의도는 추호도 없음을 밝힌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무명용사의 묘원. 제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 등에서 전사한 장병들이 잠들어 있었다. 무게가 50톤이나 되는 거대한 대리석 기념비를 지키는 위병들. 미 해병대 소속으로 1시간 간격으로 교대한다고 했다. 먼저 눈에 띈 조형물은 19명의 용사와 같은 숫자의 그림자상. 그 상징물을 만드는 데만 1,500만 달러가 들었단다. ‘잊혀진 전쟁(The Forgotten War)’이란 제목을 붙인 한국전쟁기념공원을 밟으니 진흙탕 속을 뛰어가는 청동상 앞에 참전 16개국의 국기가 펄럭였다. 총인원 150만여 명 중 희생당한 미 군인의 숫자는 무려 54,246명(실종자 8,177명 외). 사망한 유엔군의 총수가 628,833명(실종자 470,267명)이니 그 규모를 알만하다. 그때 대칭적 영문자가 내 발길을 잡았다. “Freedom is not Free.” 한국전쟁 참전을 기념하는 조형물에는 우비를 걸친 한 소대원이 평화를 향해 전진하고 있었다. 묘지 한가운데 게양한 성조기 밑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Our Nation honors her sons and daughters who answered the call to defend a country they never knew and a people they never met(조국은 그들이 전혀 알지도 못하는 나라와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민족을 지키기 위해 조국의 부름에 응한 아들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라고……!
미국인들을 보고 역대 5대 대통령을 꼽으라면 링컨, 루스벨트, 케네디, 레이건, 클린턴을 든단다. 으뜸으로 존경하는 링컨의 경우 불우한 가정환경을 극복하는 데 낭독하는 버릇을 들여 까다로운 내용을 눈, 귀, 입으로 동시에 익혔단다. 워싱턴DC에 퍼져있는 박물관(Museum)만 해도 무려 50여 개. 수장을 주민들이 뽑는 검찰청을 지나 캐나다대사관을 보니 화단에 핀 칸나가 시들어버렸다. 내내 안전을 책임진 버스 기사가 지나는 곳은 Capitol Hill. 워싱턴의 내셔널 몰 한가운데 있는 국회의사당 인공 연못이 보였다. 그 역시 시간에 쫓겨 겉만 훑고 지나칠 수밖에는 없었으나 미국을 상징하는 의사당은 7년에 걸쳐(1793.9.~1800.11.) 완공했단다. 우뚝 솟은 네오클래식 양식의 웅장한 돔은 영상을 통해 보던 그대로였고, 돔 지붕 바로 밑은 원형 홀로써 그 북쪽과 남쪽을 각각 상원과 하원이 나눠 사용하는데, 때마침 국회 소집 기간이 아닌 데도 보안을 이유로 회의장 내부를 관람하지 못한 채 돌아서야 했다. 무슬림 테러집단이 저지른 9.11의 여파가 언제쯤이나 풀릴지 길손의 안타까운 감정은 쉬이 가라앉지 않을 것 같았다.
워싱턴 근교에 있는 ‘한미옥’에서 푸짐한 한식으로 저녁을 든 다음 숙소로 돌아가는 길. 마이크를 잡은 초로의 가이드는 눈물을 글썽였다. 이민 초기 겪은 지난(至難)한 지난날을 회고하며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참, 결혼이 많이 늦어진 탓에 막내가 이제 중3이란다. 한국어보다는 영어가 더 편한 아이를 둔 부모의 고충을 들으며 전원주택가를 벗어나니 안디옥침례교회와 워싱턴순복음제일교회, Mount Pleasant Baptist Church, Annandale Chapel이 연달아 나타났는데 달리는 차 안에서 적느라 철자가 틀렸는지도 모른다. 큼지막하게 ‘DO NOT BLOCK’이라는 팻말을 보며 한산한 순환도로에 접어들어 Courtyard Marriott Gaithersburg 호텔에 도착하니 늦은 7:35. 화장실에 컵이 없는 걸 빼고는 전반적으로 시설은 양호했다.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아내와 가진 커피타임. 오늘 본 강대국의 실상에 관해 의견을 주고받는 사이 무거운 졸음이 밀려왔다. 주일 밤 요한1서 1:1절의 말씀을 묵상한 뒤 이틀 만에 곯아떨어졌다. “태초부터 있는 생명의 말씀에 관하여는 우리가 들은 바요 눈으로 본 바요 자세히 보고 우리의 손으로 만진 바라”라는 현장을 확인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