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하식 박사, 글로 남긴 ‘인도’ 비전트립(1회)】 식수가 태부족한 생활
    • 조하식 칼럼니스트 기독교철학박사
      - 조하식 (칼럼니스트, 기독교철학박사) -

      -연 재-

      * 식수가 태부족한 생활 ---------------- 1회
      * 인도인이 견딘 식민사 ---------------- 2회
      * 빠듯하게 꾸리는 살림 ---------------- 3회
      * 침례식을 거행한 당일 ---------------- 4회
      * 유일신과 잡신의 간극 ---------------- 5회
      * 로만 가톨릭의 모양새 ---------------- 6회
      * 삶은 계란이라는 문답 ---------------- 7회
      * 열악한 시가지 인프라 ---------------- 8회
      * 도마가 순교한 발자취 ---------------- 9회
      * 자초한 잘잘못의 뒤끝 --------------- 10회
      * 정답이 없는 고속버스 --------------- 11회
      * 곤고한 한밤중의 여정 --------------- 12회
      * 창궐한 우상숭배 현장 --------------- 13회
      * 몸살로 지나친 촉발점 --------------- 14회
      * 노숙자를 방불한 몰골 --------------- 15회
      * 단잠을 허락하신 주님 --------------- 16회
      * 언제나 그리운 집으로 --------------- 17회
      * 나름대로 정리한 여정 --------------- 18회
      * 인더스 문명의 발상지 --------------- 19회
      * 인도인을 위한 기도문 --------------- 20회


      ----------(1회)---------


        이역만리에서 맞은 새벽 5시. 매연으로 인해 대기가 매캐했으나 고뿔은 걸리지 않았다. 주님께 감사기도를 올리고 미적거리는데 옆에서 말을 걸어왔다. 밤새 잠을 설쳤노라고. 나는 반사적으로 몸은 괜찮으냐고 물었다. 다행히 이상무! 곧바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재래식인데도 냄새가 별반 나지 않음은 육식이 뜸한 때문이란다. 하지만 밖에서 머리를 감으려니 센물이어서 이내 머리카락이 엉겨 붙었다. 다급한 SOS! 남궁 선생으로부터 일회용 샴푸를 건네받고서야 어렵사리 세안을 마쳤다. 그런데 물 빠져나갈 배수구가 없었다. 물어본즉 그대로 땅바닥에 부으란다. 허드렛물은 이내 땅속으로 스며들었다. 자연스러운 자연물의 이치. 현지인의 칫솔질을 접한 것도 이채로웠다. 바로 곁 나뭇가지를 꺾어 끄트머리를 자근자근 씹은 뒤 잇몸과 치아 사이를 골고루 문질러 주는 게 이네들의 양치. 그것도 식후가 아닌 식전이기에 웃으며 혓바닥에 대보니 쓴맛이 났다. ‘오호라, 바로 요 맛이 소독 효과를 내는구나’라며 감탄했다. 역시나 피조물 속에 숨어있는 창조의 비밀은 언제나 신비롭다.

        우리는 반경을 좁혀 주위를 돌아보기로 했다. 오솔길(natural course, 현지 사용 영어 기준)을 따라 거니는 특권. 멀리 척박한 들판은 곧바로 지평선으로 이어진다. 드넓은 대지를 가졌으면서도 인구밀도가 높아 좁다랗게밖에 쓸 수 없고, 이렇다 할 소출이 나지 않으니 늘 빈곤하다. 다급한 문제는 식수원. 벌써 3년째 비가 오지 않아 하루 2시간씩 제한 급수를 실시한다니 이보다 더 힘겨운 삶이 있을까 싶다. 오가는 길에 목도한 가용수(可用水) 모으는 현장.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시냇물 모랫바닥에 웅덩이를 파고 물이 고일 때를 기다려 바지런히 퍼 나르는 중이었다. 어깨에 물통을 지고 머리에 이고 무게중심을 잡아가며 걸음을 옮기는 재주꾼. 하지만 그 옛날 우리네 아낙들이 물 항아리를 똬리에 받친 채 내닫는 예기(藝妓)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볼수록 특이한 물통 모양. 언젠가 어느 성서박물관에서 본 구약시대 유대 땅에서 쓰던 양 젖통을 빼닮았다. 우리는 돌아가며 물지게를 져보았다. 그런데 기내식부터 식사다운 식사를 걸러서인지 갑자기 현기증이 났다. 정신을 차리고 걷다 보니 밭뙈기에서 고구마와 비슷한 줄기식물을 팔고 있었다. 맛을 보니 매우 담백했다.

        일행이 방문한 곳은 마을 어귀에 있는 ‘반달바르셋 브라디미카’ 초등학교. 사모의 친정 동생뻘인 마르달로가 근무하는 데였다. 교사 2명이 이끌어가는 분교 규모. 건물 한쪽이 교무실이고 그 반대쪽이 교실인데 책걸상조차 없는 맨바닥이었다. 낡은 흑판 밑에 너덜너덜한 괘도와 몇 가지 교보재. 흥미롭게도 길가 쪽으로 막힌 벽이 없어 수업 상황을 개방한 상태였다. 마치 드라마 촬영 세트장처럼. 손바닥 만한 운동장이라야 뛰어놀기에는 턱없이 좁았고, 교문이나 울타리는 물론 수도나 화장실 등 어떤 편의시설도 눈에 띄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려 방학은 언제냐고 물으니 섭씨 49도까지 올라가는 4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이들이 구사하는 ‘텔루구(Telugu)어’는 무척 빨랐다. 다만 ‘ㄹ’과 같은 혀굴림소리가 잘 발달하여 듣기에 부드러울뿐더러 된소리들이 강해 자기주장이 확실해 보였다. 잠시 그 음성들을 따라 하는 가운데 같은 말을 되풀이할 때 들리는 “~란다?”라는 종결어미가 예사롭지 않았다. 이 선생 왈, “연구해 볼 가치가 충분하지 않나요?” 그러나 언어 비교학이 어디 말처럼 쉽다던가. 더구나 한국어는 교착어(첨가어)이고 범어(梵語) 계통은 인도‧유럽 어종으로 분류돼 라틴어 계열에 더 가깝다는 게 나의 상식이거늘….

        자료를 뒤적이니 인도의 안드라프라데시주와 타밀나두주 북부 일대에서 쓰는 드라비다 어족에 속하는 언어. 어쨌거나 현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언어만 해도 18종인 데다가, 무려 1,600여 종(1991년 인도당국 조사)에 달하는 부족어를 매개로 살아가는 인도인들의 궤적이 과연 어떠할까에 관하여는 나의 능력상 더 이상 추적할 엄두도, 그럴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 다만 세계 4대 공동문어(라틴어, 한자어, 아랍어 등) 중 하나인 산스크리트(Sanskrit)어에 대한 나의 관심은 쉬이 사그라들지 않은 것이다. 1913년 아시아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타고르(Rabindranath Tagore)의 시구처럼. 게다가 인터넷에 떠도는 게 있었다. 불경의 일종으로 알려진 나마다경에 나온다는 입멸 전 석가의 설법, “何時爺蘇來 吾道無油之燈也(하시야소래 오도무유지등야)”, 즉 “언제라도 예수가 오시면 나의 도는 기름 없는 등불이다”라는 전언의 출처를 소상히 캐내고픈 호기심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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