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하식 박사, 글로 남긴 ‘뉴질랜드’ 풍경(10회)】  환경을 지키는 정부
    • 조하식 칼럼니스트 기독교철학박사
      - 조하식 (칼럼니스트, 기독교철학박사) - 

      ----------(10회)----------

        눈동자를 사로잡은 입간판이 있었다. ‘Southern Lakes Helicopters’는 헬기투어장. 관리사무실이라야 창고 비슷한 가건물이 전부였다. 궁금해진 허가 절차. 보기와는 달리 꽤나 복잡했다. 집을 짓느라 나무를 베어내면 그 4배를 심어야 하고,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행위 자체를 불허한다는 게 썩 맘에 들었다. 간간이 보이는 저류지. 산행코스로 유명한 Menapouri Te Anau 호수 마을이었다. 천혜의 조건이 그저 부러울 따름. 주 수입원이 숙박업인 건 그래서였다. 어느새 노아 홍수 이후 대빙하기를 거쳐 해빙기에 형성된 밀퍼드 사운드(Milford Sound)가 바로 코앞. 하지만 터널을 뚫을 경우 딱 한 시간이면 족할 길을 구불구불 돌고 돌아가다 보니 대여섯 시간이 걸린단다. 당면한 현실론을 들어 공청회를 열어보았자 거부당한 게 벌써 네 번째. 결국 지역민의 반대를 넘지 못한 정부에서 택한 방안은 모노레일 설치였다. 알프스를 지키는 환경 보호법을 원용한 고집에도 일리는 있겠으나 탐방객의 불편함에 더해 오랜 시간 기름을 태워 발생하는 공해 또한 간과해서는 곤란하다는 게 필자의 소견이다.

        저만치 사슴 동상이 보였다. 이곳 설록(雪鹿)들의 고향에 하루 40명으로 제한된 설산 코스가 있단다. 54km 나흘 길을 1,600불에 판매한다니 이만한 고부가가치 상품이 있을쏘냐. 이마저 6개월이나 밀려있다면 무작정 배짱 장사는 아닌 셈. 이곳이야말로 Google Earth에 가장 선명하게 나타난다는 근거를 대면서 유유자적을 가르치는 중이다. 마누카나무의 서식지가 연이어 펼쳐졌다. 자연이 돌려준 선물을 마음껏 누리는 대지. 행여 남몰래 가지를 꺾을라치면 10분 이내에 경찰이 달려온단다. 결코 좁지 않은 땅이건만 먼저 본 자가 예외 없이 신고하는 선진문화의식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모두의 공동자산에 함부로 손대는 짓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게 진정한 선진국이렷다. 매년 11~12월이면 향나무를 닮은 가지에 손톱 만한 유사 매화꽃이 피는데 그것이 위장병과 위암에 특효약이란다. 그 비밀을 발견한 학자에게 노벨의학상이 돌아가 지구촌을 온통 흥분의 도가니에 빠뜨린 참인데, 그 내용인즉 위 속의 강한 산을 죽이는 기능이 대기가 더러운 곳에서는 자기 합성 능력을 상실해 버려 약효가 사라질뿐더러 끝내는 나무마저 죽고 만다는 사실을 찾아낸 터였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이 모든 건물에 벽난로를 없애기로 한 결단. 열효율을 우선시하는 실내나 대기를 중시하는 실외나 똑같다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다. 기존 건물의 벽난로를 떼어낼 때 공사비용의 70%를 정부에서 지원한다고 했다.

        나무와 석탄에서 쏟아내는 유독성 물질과 더불어 유해가스 차량도 혹독한 제재가 따랐다. 규정을 어길 경우 10년 이상 공공기관의 출입을 막고 중고차의 매매까지 금지한다는 것. 빙하에 의해 형성된 국립공원의 지형이 대기오염에 극히 취약한 데다가 수백 년 묵은 원시림들이 그 자취를 잃어가기에. 이래저래 바빠진 데는 당국인데 산소를 공급하는 지대가 점점 없어지는 걸 막느라고 각종 규제를 보태고 있으나 이 또한 여의치 않다는 소식이고 보면 환경파괴란 괴물 앞에 묘책은 없나 보다. 그렇다면 가이드 말마따나 사는 날까지 유산소 운동에 더한 복식호흡으로 건강을 챙겨야 그나마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 다들 숨을 깊이 들이마시기에 바쁘니 음이온이 많을수록 심신이 맑아진다는 말이야 맞겠으나 일회성이 아닌 일상처럼 습관화해야지 효과가 지속된다는 걸 잊으면 곤란하다. 실제 이 근처에 머물며 폐암을 치유한 사례가 있어 이때랍시고 암 치료 병원 설립을 시도했다가 그 역시 환경청의 반대로 무산된 참. 돈벌이도 자연환경을 해친다면 틀어막는 나라를 둘러보는 감회는 남다르다.

        배를 타기 위해서는 Real Journey라고 새겨진 티켓이 필요했다. 밀포드항 방문자 센터(MILFORD WHARF VISITOR CENTER)를 거쳐 고대하던 피오르드랜드 트래블 유람선에 올랐다. 거울 호수라는 별칭답게 바닥이 훤히 비쳤다. 신선한 민물이어서 붙여진 Freshwater임을 증명하듯 햇빛이 수면을 관통하고 있었다. 순간 필자의 여린 감성에 시심이 일었다. 목하 미끄러지는 선상에서 유리알 같이 부서지는 은빛 물결의 속삭임을 감지한 터. 가이드가 저마다 잠시나마 묵상을 권했다. 이제 갓 원시림을 떠난 소년이 신나게 노를 저어 가는데 청년기에 접어들기도 전 온대우림의 절벽 앞에 막혀 섰다면 마냥 태연자약할 수 있겠느냐고 말이다. 한국어 안내방송에서 이르기를, “여러분은 지금 수많은 사람의 수공에 의해 만들어진 호머터널을 지나, 천태만상의 기암절벽 사이로 쏟아지는 폭포수를 감상하고 있습니다.” 한글 자모의 아름다운 조합을 몸소 체감한 시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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