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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하식 (칼럼니스트, 기독교철학박사) - |
----------(16회)----------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는 게 방목의 기준이라는 가이드의 말은 전적으로 옳다. 때로는 문명의 이기를 활용하자는 데 토를 달겠다는 의도는 아니다. 내용인즉 젖을 짤 때 자동화 센서에 따라 소녀 혼자 힘으로 1,600마리를 당해내는 노동 현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아울러 예방의학이야말로 진정한 의료체계라고 덧붙였다. 여전히 방치된 아이들 주위는 시끄러웠다. 아무래도 양육 자체에 무지한 나머지 방목의 개념을 착각한 듯싶다. 뉴질랜드에는 당뇨 치료를 위한 30년 계획이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한 표정들. 혼령(魂靈), 공기, 물, 음식, 운동, 뇌과수가 그것으로 관심을 끄는 부분은 혼령과 뇌과수였다. 전자는 혼을 다스리는 마인드로써 일명 서령선이라고 부른다 했고, 후자는 뇌 속의 콩알인데 일종의 지령탑이라고 했다. 말하자면 우리 몸이란 혼이 상처를 입어 스트레스를 받으면 고장이 난다면서 이를 방지하는 길이 방금전 제시한 것들이다. 결국은 남을 용서하고 베풀며 사는 길이 남도 살리고 내가 사는 지름길. 매사를 불평불만으로 일관하고 분풀이를 생활화하는 뇌리에는 서광이 비칠 리 만무하다는 귀결에는 공감하지만 생명의 결정체인 영적 요소가 빠져 있어 다소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렸다.
양모단지를 찾아가는 길. 이번에는 섭생에 관한 의학상식을 들려주었다. 상약은 우리가 드는 음식이로되 알칼리와 산성에 치우치지 않은 중성을 지향할 것이며, 중약은 비타민 영양제로되 과다복용을 경계할 일이고, 하약은 항생제, 곧 균과 독을 다스리려는 각종 약품이라는 학설이다. 미각과 머리가 반응하면 괜찮은 음식이라는 데 일리가 있었다. 그러면서 소위 사상의학이야말로 잘못된 가설이라고 역설했다. 일만 가지 사람의 체질을 단 넷으로 분류하는 사고부터가 오류라는 지적인데, 간단히 말해 먹은 다음 열, 두드러기, 설사가 없으면 좋은 음식이란다. 교포가 운영하는 양모공장은 주로 납품을 담당하는 곳이었다. 느닷없이 손님을 받은 건지 약간은 당황하면서도 차분하게 해당 내용을 풀어갔다. 우리 부부는 이미 구매한 참이어서 듣고 배우는 데 초잠을 맞췄다. 통기성이 뛰어난 걸로 말하면 알파카보다는 메리노가, 메리노보다는 배내털이 한 수 위라는 걸로 알고 있으니 집에 가서 자고 일어나 거뜬하기를 바랄 뿐이다. 문제는 세탁 과정인데 겉을 싸서 이용하는 요령도 유용한 방편일 터, 사계절을 두고두고 애용할 수 있다면 결코 비싼 게 아닌 게다. 특히 알파카층의 경우 수맥이야 그렇다 쳐도 전자파를 차단한다는 말에 기대를 걸기로 했다.
공장지대를 벗어나 크라이스트처치에 진입하려는데 퇴근 시각과 겹쳐 트래픽 잼(Traffic Jam)이 있었다. 흐드러지게 마을을 장식한 야생화와 인사를 나누며 막간을 이용해 들은 얘기는 상식을 깨뜨리는 내용. 우리 몸에 가장 안 좋은 상황은 심리적 안정감을 즐기는 상태란다. 귀담아들을 대목은 10~20대에는 근력으로 살고, 30대에는 내장 박동으로 살아가며, 50대부터는 마음의 운동으로 산다는 것을 전제로 체내에 운동에너지를 축적하면 할수록 건강해진다는 주장이다. 가이드는 나이를 불문하고 태극권, 요가, 사교춤을 권장했다. 물론 부부가 함께하면 더할 나위 없겠고, 건전한 사고를 지닌 남녀가 어울릴 때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니 혹여 춤동작이 불편한 사람은 평소 목례와 대화를 몸에 익히면 된단다. 맑은 공기는 음이온을 내뿜는 분수대 옆에 자주 가면 좋겠지만, 바쁜 주부의 경우 설거지를 통해 자연스레 물 분자의 분사를 맞아도 도움이 되므로 억울해할 것은 없단다. 그는 미네랄이 함유된 육각수야말로 중금속을 배출하고 만물을 약동케 하는 생명수라며 평소 섭씨 4도에 맞춰 차게 마시면 장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여정 막바지에 산책한 Mona Vele Park에서 사방에 울려 퍼진 정겨운 기적소리. 공원 한가운데 기증자가 살던 사택을 커피숍으로 꾸며 자원봉사자의 휴게실로 이용하고 있었다. 작고 맑은 개울을 거슬러 오리들이 노닐고, 세월의 때가 묻은 고목들 가지에는 텃새가 날아다녔다. 아기자기한 소로(小路)를 따라 걷는데 가이드가 이렇게 전망 좋은 데는 웬만한 집들도 200만 불을 호가한단다. 그곳을 빠져나오니 반갑게도 한글 간판이 보였다. ‘공인회계사’라는 선명한 다섯 글자를 눈에 담고 차에 올라 들른 곳은 TAX FREE 상가. 웬 면세점이 그리 흔한지 내심 의아한 참에 유심히 살펴보니 중국인다운 상호가 많았다. ‘상하이 누들 하우스’ 옆 노천에 위치한 볼보자동차 전시장. 평소 필자의 관심사는 가격대보다는 웬만큼 부딪혀도 긁히지 않는 범퍼에 있다. 공항으로 가는 길목에서 구경 삼아 Smith's Book Shop을 거쳐 들어간 한국식당. 이름도 근사한 Secret Garden에서 차려준 한식을 깨끗이 비우고 느긋이 탑승 수속을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