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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건 ·평택30년비전포럼 대표 ·깨어있는시민과동행 사무총장 |
도시는 정치가 가장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공간이다. 국가는 때로 추상적인 개념일 수 있지만 도시는 시민의 일상이 이루어지는 현실의 공간이다. 길 하나, 공원 하나, 교통 정책 하나가 시민의 삶을 바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시를 이끄는 시장이라는 존재는 무엇인가. 그는 권력자인가, 아니면 책임자인가.
많은 사람들은 시장을 권력의 자리로 이해한다. 도시 예산을 집행하고 행정을 통제하며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은 지방 행정의 최고 책임자이며 도시 정책의 최종 결정권자다. 이런 점에서 시장은 분명 권력을 가진 자리다. 그러나 정치철학의 관점에서 보면 권력이라는 개념만으로 시장의 역할을 설명하기는 충분하지 않다.
고대 정치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Ἀριστοτέλης)는 도시를 단순한 행정 단위가 아니라 좋은 삶을 위한 공동체라고 설명했다. 그의 저서 『Πολιτικά(Politics)』에서 도시는 시민들이 더 나은 삶을 위해 함께 형성한 정치 공동체다. 따라서 정치의 목적은 권력 획득이 아니라 공동선의 실현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시장의 역할은 권력자가 아니라 공동선을 판단하는 책임자다. 도시는 언제나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공간이다. 산업 개발과 환경 보호, 성장과 복지, 신도시와 구도심의 균형 같은 문제는 단순한 행정 기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지도자에게 필요한 것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프로네시스(φρόνησις), 즉 실천적 지혜다. 권력은 정치의 수단이지만 공동선은 정치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도시의 맥락을 이해하고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판단하는 능력이 바로 그 지혜다.
현대 정치윤리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이어진다. 독일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는 정치 지도자의 본질을 권력이 아니라 책임에서 찾았다. 그는 정치 지도자를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타인을 위해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정치란 추상적인 이념을 말하는 일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공동체의 삶을 지키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시장은 도시의 권력자가 아니라 시민의 삶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언제나 시민의 일상과 연결된다. 교통 정책 하나가 출퇴근 시간을 바꾸고, 산업 정책 하나가 도시의 일자리를 바꾸며, 교육 정책 하나가 가족의 미래를 바꾼다. 시장의 결정은 결국 시민의 삶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시장의 권력은 개인의 권력이 아니라 시민을 대신해 행사하는 책임의 권력이다.
민주주의에서 권력은 시민에게서 나온다. 시민은 권력을 위임하지만 동시에 책임을 요구한다. 좋은 시장은 강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강한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도시의 갈등을 외면하지 않고 공동체의 미래를 고민하며 시민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지도자다.
지금 평택 역시 이러한 질문 앞에 서 있다. 반도체 산업의 성장과 신도시 확장 속에서 평택은 도시의 다음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전환기에 들어섰다. 시민들이 도시를 단순히 관리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도시의 미래를 설계할 지도자를 찾기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현장에서 축적된 행정 경험과 도시 전략을 결합해 제시해 온 최원용 평택시장 예비후보가 선거판에서 ‘다크호스’, 즉 예상 밖의 경쟁력을 가진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도 이러한 시대적 요구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시장이라는 직책의 본질은 권력과 책임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권력은 도시를 운영하기 위한 수단이고 책임은 그 권력이 존재하는 이유다. 권력 없는 책임은 실행력을 잃고 책임 없는 권력은 공동체를 파괴한다.
도시는 권력의 무대가 아니라 책임의 자리다. 그리고 그 책임은 언제나 시민의 삶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