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주간시민광장] 조종건 기자
나무를 심는 데는 성공했다. 그런데 그다음은?
몽골의 초원에서 나무 한 그루는 결코 평범한 존재가 아니다. 끝없이 펼쳐진 대지에 강한 바람이 불고, 여름은 짧으며 겨울에는 혹독한 추위가 찾아온다. 사람이 물을 공급하고 돌보지 않으면 어린나무가 살아남기 어려운 곳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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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10월 2일 몽골 투브아이막 룬솜 조림·혼농임업 사업구역 안내판 앞에서 한·몽 시민사회 국제교류 방문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종건, 서지숙, 백미현, 서동화, 김영래, 이용주 (사진=주간시민광장) |
그런 땅에 한국은 오랜 시간 나무를 심어왔다. 사막화와 황사를 줄이고, 황폐해지는 초원에 다시 녹색의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서였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과 시민사회가 참여한 한·몽 산림협력(Forestry Cooperation / forstwirtschaftliche Zusammenarbeit)은 단순한 원조사업을 넘어 동북아시아의 환경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하려는 노력이었다.
그런데 나무를 심는 것과 숲을 유지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조림사업이 종료되고 관리가 현지에 이관된 뒤에도 나무에는 물이 필요했다. 관정(管井, Groundwater Well / Grundwasserbrunnen 지하수를 사용하는 현대식 우물)에서 지하수를 끌어올리려면 전기가 필요했고, 전기를 사용하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나무를 보호하고 시설을 유지할 사람도 필요했다.
그러나 그 비용을 지속적으로 부담할 재원이 충분하지 않았다. 나무를 심는 데 투입된 예산은 있었지만, 그 나무가 살아남도록 책임질 경제구조는 미처 완성되지 못했던 것이다.
지난 10월 2일, 몽골 투브아이막 룬솜(Lun Soum)의 한·몽 그린벨트 조림지에서 열린 제12차 인간적세계화포럼은 바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몽골 초원에서 찾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주제로 특별강연에 나선 김영래 몽골 재정경제대학교(University of Finance and Economics, UFE) 교수는 한국의 조림사업이 축적한 성과와 사후관리(Post-Project Management / Nachbetreuung nach Projektabschluss)의 어려움, 그리고 그 해결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현장을 방문한 한국 시민사회 관계자들은 조림지 운영비와 농업생산, 유통망, 사료작물, 태양광발전, 토지 이용권 등에 대해 질문을 이어갔다. 이날 토론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단순했다. “나무를 심은 다음에는 누가, 어떤 돈으로 그 숲을 관리할 것인가.”
2023년 강의실에서 들었던 그린벨트, 2026년 현장에서 만나다
이번 룬솜 방문은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현장탐사가 아니었다. 2023년 6월 27일, 몽골 울란바토르 재정경제대학교에서 열린 제10차 인간적세계화포럼에서는 이미 한·몽 산림협력과 사막화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당시 포럼의 주제는 「기후변화 대응(Climate Change Response / Maßnahmen gegen den Klimawandel)과 인간적 세계화」였다. 평택대학교와 경기도평택교육지원청, 평택시로컬푸드재단, 시민사회재단, 몽골 재정경제대학교, 한몽개발연구소 등 6개 기관이 공동으로 개최한 이 포럼에서 이성길 한몽그린벨트사업단 단장은 한·몽 산림협력의 역사와 사막화 방지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1998년 한·몽 임업협력 약정과 2006년 한·몽 그린벨트 프로젝트 합의 등 양국 간 산림협력의 흐름도 소개됐다. 당시 참석자들은 평택의 민·관·산·학 역량을 결합해 몽골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환경협력 사례를 만들어가자는 기대를 나눴다.
3년 후인 2026년 10월 2일, 방문단은 바로 그 사업이 이루어진 룬솜 조림지를 찾았다. 2023년 포럼을 진행했던 김영래 교수가 이번에는 현장에서 조림사업의 현실을 설명했다. 3년 전에는 강의실에서 협력의 필요성을 들었다면, 이번에는 조림지의 나무와 농업시설, 관리체계를 직접 살펴보며 그 가능성과 한계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는 국제교류가 단순한 만남에서 현장 확인(Field Investigation / Vor-Ort-Untersuchung)과 정책적 질문으로 발전하는 과정이었다.
50헥타르 조림지 10개…오랜 시간 축적한 환경자산
김영래 교수의 현장 설명에 따르면 룬솜 지역에는 각각 약 50헥타르 규모의 조림지 10개가 조성돼 있다. 전체 면적은 약 500헥타르로, 약 150만 평에 해당한다. 김 교수는 한국의 지원으로 조성된 이들 조림지가 몽골의 사막화 방지를 위한 장기적인 산림협력의 성과라고 설명했다. 조림지에는 강한 바람으로부터 수목과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한 방풍림(Windbreak / Windschutzstreifen)이 조성돼 있다. 특히 현장 설명에 등장한 관정은 땅속에 구멍을 뚫어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시설이다. 여기에 전력시설과 물을 나무와 농작물에 공급하는 관개시설(Irrigation System / Bewässerungssystem) 등이 결합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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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래 몽골 재정경제대학교 교수가 제12차 인간적세계화포럼에서 제시한 룬솜 한·몽 그린벨트 조림사업 구역도. 1~10번 조림지의 배치와 7번 혼농임업 시범사업지가 표시돼 있다. 자료에는 ‘이윤 극대화가 아닌 지속가능한 자체 운영’이라는 사업 방향이 제시돼 있다. (사진=주간시민광장) |
김 교수는 관정과 전력시설을 갖춘 조림지의 가치를 강조했다. 몽골의 건조한 자연환경에서는 넓은 땅을 확보했다고 해서 농업이나 조림사업이 가능한 것이 아니다.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공급할 수 있는 시설이 있어야 한다. 김 교수는 조림지에 마련된 관개 기반시설과 장기간 축적된 현지 조림기술이 중요한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이러한 기반시설(Infrastructure / Infrastruktur)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만드는 일이었다.
사업은 끝났지만 나무는 계속 자라야 한다
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기존 조림사업이 종료된 이후 조림지의 관리가 몽골 측에 이관됐지만, 유지관리 재원(Maintenance Funding / Finanzierung der Instandhaltung)이 부족해 어려움이 발생했다. 현장에서는 전기요금 등 운영비를 지불하지 못한 사례도 소개됐다. 김 교수는 당시 약 700만 원 상당의 미납 문제가 발생해 한국 측 사업단에 관리 지원을 요청하게 됐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다만 이 금액의 정확한 산정기간과 비용 항목은 강연에서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한국 측 사업단은 10개 조림지 가운데 7번 조림지를 중심으로 새로운 관리모델을 시도하게 됐다. 2022년부터 추진된 혼농임업(Agroforestry / Agroforstwirtschaft) 시범사업이 그것이다. 기존의 조림지를 단순히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농업생산과 경제활동을 결합해 유지관리 비용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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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10월 2일 몽골 룬솜 조림·혼농임업 현장에서 현종호 국제교류 방문단 간사가 대형 물 저장탱크와 관개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건조지역의 조림과 농업을 지속하려면 안정적인 용수 공급과 시설 유지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사진=주간시민광장) |
여기서 국제개발협력(International Development Cooperation / internationale Entwicklungszusammenarbeit)의 중요한 문제가 드러난다. 공공사업은 예산을 확보하고 계획을 수립한 뒤 시설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그러나 사업기간이 끝났다고 해서 시설을 유지해야 할 필요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조림사업은 나무를 심은 이후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어린나무가 생존하고 성장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물을 공급하고, 방풍시설을 관리하고, 병해충과 가축 피해 등에 대응해야 한다.
사업 종료 이후 운영비를 확보하지 못하면 앞서 투입한 공공재정(Public Finance / öffentliche Finanzmittel)의 성과도 훼손될 위험이 있다. 이런 문제는 룬솜의 특정 사업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시설을 만드는 데 필요한 돈과, 그 시설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데 필요한 돈을 구분하지 않는 공공사업은 언제든 같은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7번 조림지의 실험…농작물은 생산했지만 왜 자립하지 못했나
7번 조림지에서는 기존 조림시설과 농업을 결합한 시범사업이 추진됐다. 온실을 설치하고 농업 전문가가 참여해 농산물을 재배했다. 방문단(단장 이용주 전 경기도평택교육지원청 교육장)은 현장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직접 맛보며 품질과 생산 가능성에 관심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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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 룬솜 혼농임업 현장의 무와 점적 관개시설. (사진=주간시민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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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 교수는 농산물 생산 자체보다 생산 이후의 경영 문제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기술과 시설이 있어도 생산물을 안정적으로 판매할 유통망(Distribution Network / Vertriebsnetz)이 없으면 지속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김 교수는 농업 전문가가 재배에 집중하는 동안 판매와 유통, 공급계약(Supply Agreement / Liefervertrag), 전문 경영인력 확보 등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5개 온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판로를 확보한다면 상당한 매출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소개했다. 현장 설명에서는 연간 약 1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는 내용과 온실 5개 동에서 연매출 1억 원 수준을 기대할 수 있다는 추정도 나왔다.
그러나 이 두 금액만으로 사업의 경제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 연간 매출(Annual Revenue / Jahresumsatz)과 실제 순이익(Net Profit / Nettogewinn)은 다르기 때문이다. 농업생산에는 종자와 자재, 인건비, 전력비, 용수관리비, 운송비와 판매비용이 발생한다. 생산물을 판매한 뒤 이러한 비용을 제외하고 얼마가 남는지 확인해야 조림지 관리비를 자체적으로 충당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농작물 생산에서 일정한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조림지 전체의 경제적 자립모델(Economic Self-Reliance Model / Modell wirtschaftlicher Eigenständigkeit)은 아직 확립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 대목은 이번 현장강연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농사를 잘 짓는 것과 농업을 잘 경영하는 것은 다르다. 더 나아가 농업으로 조림지를 지속가능하게 관리하는 것은 또 다른 과제다. 농업기술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경영과 유통, 지역경제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료작물과 묘목 생산…나무가 스스로 살아남을 경제구조를 찾다
김 교수는 조림지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시설농업 이외의 다양한 사업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중 주목받은 분야는 사료작물(Forage Crops / Futterpflanzen)과 묘목 생산(Seedling Production / Setzlingsproduktion)이었다. 몽골은 가축 사육이 중요한 산업이며 겨울이 길다. 혹독한 겨울을 견디기 위해서는 사료 확보가 중요하다. 김 교수는 사료작물 생산을 몽골의 축산업과 연결할 수 있는 분야로 평가했다. 특히 소비자를 대상으로 농산물을 직접 판매하는 시장과 달리 사료작물은 축산업의 지속적인 수요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실제 경제성(Economic Viability / Wirtschaftlichkeit)은 재배환경과 생산량, 구매처, 운송비 등을 검증해야 판단할 수 있다.
묘목 생산 역시 중요한 대안으로 제시됐다. 몽골에서는 사막화 방지를 위한 대규모 나무심기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몽골의 자연환경에 적합한 묘목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일은 쉽지 않다. 김 교수는 기존 조림지의 관개시설과 기술을 활용해 묘목을 생산한다면 다른 조림사업과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특히 묘목 생산은 조림사업의 본래 목적과도 직접 연결된다. 나무를 심기 위해 조성한 기반시설을 활용해 새로운 나무를 생산하고, 그 수익으로 기존 조림지를 관리한다면 생태적 목적과 경제적 목적을 함께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능성 작물(Specialty Crops / Spezialkulturen)과 경관작물, 체험형 농업과 생태관광(Ecotourism / Ökotourismus)을 결합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중요한 것은 여러 사업을 무조건 확대하는 일이 아니다. 해당 지역에 적합한 사업을 실험하고 검증한 뒤, 실제로 수익이 발생하는 모델을 다른 조림지로 확대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7번 조림지를 다양한 작물과 운영방식을 검증하는 테스트베드(Testbed / Erprobungsfeld)로 활용하는 구상을 설명했다. 공공사업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성공시키려 하기보다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어려운지를 검증하고, 그 결과를 다른 지역과 공유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조림사업을 연구와 교육, 기술실증(Technology Demonstration / Technologieerprobung) 및 지역경제가 결합된 공간으로 발전시키려는 접근이다.
“태양광발전은 가능합니까?” 관리비를 줄이는 또 다른 방법
현장 토론에서는 태양광발전(Solar Photovoltaics / Photovoltaik)의 가능성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참석자들은 조림지에 전력공급이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몽골의 일사량을 활용한 발전사업을 검토할 수 있는지 질문했다. 서지숙 평택환경시민사회협동조합 이사는 대규모 상업용 발전사업(Commercial Power Generation / kommerzielle Stromerzeugung)과 조림지 내부의 에너지 자립(Energy Self-Sufficiency / energetische Eigenversorgung)을 위한 태양광을 구분해 설명했다. 서 이사에 의하면, 대규모 발전사업은 발전한 전력을 외부에 판매해야 하기 때문에 초기투자와 금융조달, 전력구매계약(Power Purchase Agreement, PPA / Stromabnahmevertrag), 관련 제도와 전력망 연결 등의 조건을 검토해야 한다. 반면 조림지 내부에서 필요한 전력을 생산한다면 경제적 목적이 달라질 수 있다. 관정에서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펌프와 관개시설, 농업시설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태양광으로 일부 공급할 경우 기존 전력비를 절감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양광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조림지의 토지 이용권과 전력설비 설치에 필요한 승인도 확인해야 한다. 토론회에서 서지숙 이사는 외국인 투자와 현지 금융조달의 어려움도 거론했다.
이러한 논의를 종합하면 태양광의 역할은 두 가지로 정리된다. 하나는 전력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별도의 에너지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 조림사업의 관리비를 줄이는 에너지 기반시설이다. 조림지의 지속가능성이라는 목적에서는 후자가 보다 직접적인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공공자산을 민간이 활용한다면 누가 이익을 얻어야 하는가
조림지의 활용 가능성에 관한 토론은 토지 이용권(Land-Use Rights / Landnutzungsrechte) 문제로 이어졌다. 서지숙 이사는 기존 조림지의 일부를 장기간 사용하려면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 관련 정부기관의 승인은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임대료나 관리비는 어느 정도인지 질문했다. 김 교수는 현지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사업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정확한 임대료와 사용기간, 권리 이전조건 등에 대해서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문제는 단순히 투자 조건에 관한 사항이 아니다. 기존 조림지는 한국과 몽골의 공적 협력을 통해 조성된 환경자산(Environmental Assets / Umweltvermögenswerte)이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설을 민간사업자가 활용할 경우 공공의 목적과 민간의 경제활동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업자가 비용과 기술을 투자하고 수익을 얻는 것은 사업 운영의 한 방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공공재정으로 조성한 토지와 기반시설을 활용하는 과정에서는 참여자의 선정과 사업 승인, 수익의 사용, 조림지 보전 책임 등에 대한 투명한 기준이 필요하다. 특히 조림사업의 본래 목적인 사막화 방지와 산림복원(Forest Restoration / Waldwiederherstellung)이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 공공자산(Public Assets / öffentliche Vermögenswerte)을 활용한 경제활동이 허용된다면 그 수익은 사업자의 이익뿐 아니라 조림지의 유지관리와 지역사회에도 기여하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는 앞으로 한·몽 시민사회가 공동사업을 검토할 때 반드시 다뤄야 할 문제다.
국제개발협력, 지원의 성과를 무엇으로 평가할 것인가
이번 룬솜 현장탐사에서 발견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 / öffentliche Entwicklungszusammenarbeit)의 성과평가에 관한 것이다. 국제개발협력사업에서는 투입 예산과 사업기간, 조성된 시설의 규모, 수혜자 수 등이 중요한 성과지표(Performance Indicators / Leistungsindikatoren)로 활용된다. 조림사업 역시 식재 면적과 나무의 수, 시설 조성 실적 등을 통해 성과를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산림복원사업에서는 시간이 흐른 뒤의 결과도 중요하다. 사업이 종료된 지 5년이나 10년이 지난 후에도 나무가 살아 있는가. 현지 주민과 관리기관이 시설을 운영할 능력을 확보했는가. 운영비는 지속적으로 마련되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을 함께 던져야 조림사업의 실제 성과를 보다 충실하게 평가할 수 있다. 물론 룬솜에서 확인한 문제를 모든 국제개발협력사업의 실패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현장 강연에서 제시된 운영비와 수익성 추정도 공식 회계자료를 통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번 사례는 중요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사업을 종료하고 시설을 인계하는 것만으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 Nachhaltigkeit)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환경복원사업에서는 장기적인 관리 책임과 재원 조달, 현지의 기술과 운영 역량을 초기부터 함께 설계해야 한다.
한국 측의 역할도 바뀔 필요가 있다. 일정 기간 예산을 지원하고 사업을 마무리하는 방식에서 더 나아가, 현지 운영주체가 스스로 시설을 관리할 수 있는 역량과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도록 협력하는 방식이 중요하다는 것이 방문단원의 인식이다. 이는 원조의 규모를 늘리는 문제만은 아니다. 지원이 종료된 이후에도 성과가 지속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국제개발협력의 질을 결정한다는 문제다.
평택 시민사회가 몽골에서 발견한 새로운 과제
이번 제12차 인간적세계화포럼에는 이용주 단장을 비롯해 서동화, 서지숙, 백미현, 현종호, 조종건 등 한국 시민사회 방문단 6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조림지의 관리현황과 혼농임업, 친환경에너지(Renewable and Environmentally Friendly Energy / erneuerbare und umweltfreundliche Energie), 토지 이용 및 지역경제 협력의 가능성을 살펴봤다. 토론에서는 평택 등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대학과 기업,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협력체계(Cooperation Framework / Kooperationsstruktur)를 검토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다만 실제 사업 추진에 앞서 현지 정부기관의 권한과 조림지의 권리관계, 운영비와 생산·판매 실적, 주민참여 구조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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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10월 2일 몽골 투브아이막 룬솜에서 열린 제12차 인간적세계화포럼에서 김영래 몽골 재정경제대학교 교수가 조림사업의 사후관리와 혼농임업의 경제적 자립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주간시민광장) |
특히 몽골의 현지 주민과 기관이 사업 수혜자가 아니라 공동의 계획을 세우고 책임을 나누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2023년 제10차 인간적세계화포럼에서 제안됐던 평택 민·관·산·학 협력과도 연결된다. 3년 전 포럼이 국제협력의 방향을 제시했다면, 이번 룬솜 방문은 협력을 실행하기 위해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보여주었다.
길강묵 전 몽골 총영사, 천낙규 깨어있는시민과의동행 독서향기 회장, 최덕제 산악회 회장, 박종서 박사, 조종건 한국시민사회재단 상임대표는 2026년 연말 제3차 몽골 답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방문에서 확인한 과제를 관계기관 협의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가 다음 단계의 중요한 관심사다. 특히 향후 방문에서는 조림지의 관리비와 운영성과, 토지 이용조건, 농업과 묘목 생산의 경제성 등을 공식 자료와 현장조사를 통해 보다 면밀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시민사회 국제교류가 실질적인 협력으로 발전하려면 좋은 의도와 가능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실과 자료를 확인하고, 이해관계자(Stakeholders / Interessengruppen)의 의견을 듣고, 공공성(Public Interest Orientation / Gemeinwohlorientierung)과 지속가능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무를 심는 나라에서, 숲의 미래를 함께 책임지는 나라로
몽골의 초원에서 나무는 쉽게 자라지 않는다. 그렇기에 한 그루를 심는 일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한국이 몽골의 사막화 방지를 위해 오랜 기간 축적한 노력과 기술 역시 그 자체로 중요한 성과다. 그러나 나무를 심는 것이 끝이 될 수는 없다. 그 나무가 살아남아 바람을 막고, 토양을 보호하며, 언젠가 더 많은 생명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 때 조림의 성과는 더욱 분명해진다.
이번 룬솜 현장탐사는 바로 그 과정의 어려움을 보여주었다. 관정과 전력이 있어도 운영비를 마련하지 못하면 나무를 관리하기 어렵다. 온실에서 농작물을 생산해도 유통망이 없으면 안정적인 소득을 기대하기 어렵다. 사업의 가능성이 있어도 법적 권리와 책임이 불명확하면 장기적인 투자는 어려워진다. 결국 지속가능한 숲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나무를 심는 기술만이 아니다. 물을 공급할 재정, 생산물을 판매할 시장, 시설을 운영할 사람, 그리고 성과와 책임을 공유할 제도가 함께 필요하다.
이러한 과제는 몽골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환경정책과 지역개발사업도 마찬가지다. 시설을 만드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시설이 주민의 삶과 연결돼 오랫동안 기능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환경을 보전하는 일이 지역경제를 지탱하고, 지역경제가 다시 환경을 보전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3년 전 평택과 몽골의 시민사회는 기후변화 대응과 인간적 세계화를 이야기했다. 2026년 룬솜의 초원에서는 그 말이 보다 구체적인 질문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나무를 심는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사업이 종료된 후에도 숲이 살아남도록 만드는 일은 누구의 책임인가. 그리고 그 숲을 지키는 일이 현지 주민의 삶에도 도움이 되도록 만들 수 있는가. 나무를 심는 것은 사업의 시작이다. 숲이 살아남도록 만드는 것은 지속적인 책임이며, 그 숲과 주민의 삶이 함께 성장하도록 하는 것은 국제협력이 지향해야 할 미래다. 몽골 룬솜 조림지에서 발견한 질문은 이제 다시 평택으로 돌아왔다. 그 질문에 어떤 답을 만들어갈 것인지는 앞으로의 공동조사와 실천에 달려 있다.
[다음 이야기 | 특별기획 ③] 사막에서도 농사를 짓는다…초원에서 발견한 녹색경제의 가능성
몽골의 건조한 초원에서 채소와 과일을 재배하는 일은 가능할까. 룬솜 7번 조림지의 온실에서는 농작물이 생산되고 있었다. 그러나 좋은 농산물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조림지의 경제적 자립을 완성할 수 없었다.
다음 편에서는 혼농임업, 사료작물, 묘목 생산, 차차르간 등 경제수종과 기능성 작물의 가능성을 살펴보고, 생산에서 유통과 판매까지 이어지는 녹색경제(Green Economy / grüne Wirtschaft) 모델의 조건을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