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하식 박사, 글로 남긴 ‘인도’ 비전트립(8회)】 열악한 시가지 인프라
    • 조하식 칼럼니스트 기독교철학박사
      - 조하식 (칼럼니스트, 기독교철학박사) -

      ----------(8회)----------

        지프는 더욱 세찬 속력으로 내달렸다. 참 이상한 건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 일반적으로는 너무나 느려터져 답답하기가 이를 데 없는 데 반해, 일단 운전대만 잡으면 모두가 날쌘 표범처럼 표변하니 말이다. 현실이 그러함에도 가벼운 접촉사고조차 쉬이 목격할 수 없다면 더더욱 신기한 일. 그러던 차에 전복된 트럭 한 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자정이 지난 뒤였다. 오밤중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벌렁 뒤집힌 짐차. 그러하건 말건 차들은 줄기찬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내닫기를 세 시간여, 드디어 첸나이 106Km 지점임을 알리는 팻말이 보였다. 시간을 아끼기 위한 고육책인 건 이해하지만 기사의 누적된 피로감이 난제였다. 벌써 5일째 지속하는 강행군에 이제 지칠 때도 됐다고 끄덕이며 애써 치하의 말을 건넸다. 기사는 “So what?” 어깨를 들썩이며 가볍게 웃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엔 모종의 소이부답(笑而不答). 게다가 인도의 고속도로에는 웬일인지 휴게소가 전혀 없었다. 중간에 쉬지를 못한 후유증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어려운 막다른 골목이나 다름없었다. 하나만 더 지적하면 제발 혼(클랙슨) 사용을 규제해달라는 청원이렷다.

        이제 얼마 후면 마드라스에 진입한다. 하늘은 곧 동이 틀 조짐을 보였다. 저 멀리 어렴풋이 늪지를 동반한 초지. 원체 척박한 곳이어서 미미하나마 물기 어린 녹지만 있어도 반가웠다. 지금처럼 급속히 사막화가 진행된다면 얼마 안 가 또 한 군데의 거대한 타르사막(Thar Des)이 생길 거라는 노파심이었다. 가다 보니 유유자적하는 무리는 사람만이 아니었다. 중앙분리대 위에서 양 떼들이 한가로이 누워있었다. 이건 소 떼도 모자라 양무리까지? 이윽고 말로만 듣던 벵골만(the Bay of Bengal)이 눈앞에 펼쳐졌다. 여기저기서 터지는 감탄사. 아, 인디아 대륙으로 뻗어 나간 지평선에 이어 인도양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수평선이 있구나. 끝없는 바다와 드넓은 대지가 조화를 이루는 환상적인 앙상블! 맑디맑은 햇살을 받아 일렁이는 은빛 파도를 대하려니 태초의 빛 물결이라도 만난 듯한 기분이었다. 그런 분위기를 놓칠세라 기사가 차를 세웠다. 일행을 향해 씩 웃더니만 큰소리로 “Morning tea-time!”이라고 외쳤다. 군소리 없이 따라 내려 홍차를 한 잔씩 받아들었으나 왠지 그리 행복한 표정들은 아니었다.

        가다가 주 진입 통행세를 물었다. 다른 주에 들어오려면 응분의 세금을 지불하라는 제도였다. ‘거참, 텃세인가’라는 생각도 잠시 고가도로가 나타났다. 타밀나두(Tamil Nadu) 주의 주도답게 요란한 경적소리와 시커먼 매연은 농도를 더했다. 마드라스 거주인구를 물으니 범위를 넓히면 약 8천만 명. 상상을 초월한 숫자였다. 조금은 과장된 수치라 여기며 허름한 은행 건물을 지나가는데 제7일 안식일 회당이 있었다. 그 종파에 대해 귀국 후 알아보니 가장 근사한 이단이었다. 아침을 사 먹기 위해 주차한 곳은 커다란 기차역. 역시나 주차장에는 라인마저 없었다. 볼썽사납게 내팽개쳐진 화단에는 지린내가 진동했다. 눈앞에 영국식 붉은 벽돌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역사(驛舍)를 보니 일종의 주상복합형 건물이었다. 아래는 역무사무실, 위는 아파트먼트(apartment). 그런데 거대도시에 공용화장실 하나가 없었다.

        우리는 회의를 거쳐 현지인 가이드를 고용키로 했다. 하지만 그 또한 쉽지 않았다. 쓸 만한 인력이 턱없이 모자라 연락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 일단은 아침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간단히 식사를 마친 뒤 두어 곳을 흥정한 끝에 행장을 풀었다. 이름은 ‘시바(Shiva)’ 여인숙. 주어진 시간은 단 1시간뿐이었다. 들어가 누우려니 양다리가 쑤셨다. 하지만 더께 낀 베개를 보고는 선뜻 기대기조차 망설여졌다. 해진 담요를 보니 덮기는 고사하고 깔기조차 민망했다. 천장 중앙에 매달린 세 발 선풍기 아래로 모기가 윙윙거렸다. 시선이 멎는 안쪽 벽에 먼지 묻은 형광등이 불쌍하게 붙어있었다. 그 안쪽이 화장실이었다. 퀴퀴한 내가 솔솔 새어 나왔다. 20여 분 뒤 내 차례가 왔다. 막상 물을 틀려니 샤워기가 먹통이었다. 그런데 정작 나를 놀라게 한 건 따로 있었다. 볼일을 보다가 평소 끔찍할 만치 싫어하는 큼지막한 바퀴벌레가 느닷없이 하수구 구멍에서 툭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어찌나 놀랐던지 전신이 움찔하고 오싹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요놈을 처치하는 일이 다급했다. 옆에 놓여있는 물통을 들어 사정없이 내리쳤다. 평생을 두고 잊지 못할 사건이었다. 계약한 시간이 다 됐다는 전갈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돈 되는 일에는 시간을 칼같이 지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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