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종건 칼럼연재 ⑫]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인가》 아이들 60명과 ‘우범지역’이라는 한마디 ― 박종서 목사 아동복지시설 심의에서 무엇이 있었는가
    • 조종건  깨어있는시민과의동행 사무총장  본지 발행인
      조종건 · 깨어있는시민과의동행 사무총장
                       · 본지 발행인


      행정에는 ‘불허’라는 두 글자가 있다. 공무원에게는 하나의 처분이고, 도시계획위원회에는 하나의 안건 처리 결과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에게 그 두 글자는 수년 동안 준비한 꿈의 중단이고, 어떤 공동체에는 아이들이 머물 공간을 잃는 문제가 된다.

      그렇다고 선한 목적이면 법을 넘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아동복지시설이라고 산림을 마음대로 훼손할 수 없고, 비영리시설이라고 안전기준을 낮출 수도 없다. 오히려 아이들이 이용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안전은 더 엄격해야 한다.

      그런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 어려운 질문이 남는다. 그 불허는 충분한 사실과 검증, 그리고 당사자에 대한 이해 위에서 내려진 판단이었는가.

      25년 동안 아이들을 돌본 정신분석 전문가가 행정 앞에 섰다

      박종서 목사가 대표로 있는 양지평안교회와 평안누리사회적협동조합은 용인 양지지역에서 오랫동안 아동복지 활동을 해왔다. 박 목사는 목회자이자 철학박사이며 정신분석 전문가다. 한국정신분석전문가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한신대학교 정신분석대학원에서 강의했다. 그의 아동복지 활동은 아이들에게 식사와 머물 공간을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상담과 심리적 돌봄, 정서적 회복을 중요하게 바라보는 활동과 연결돼 있다.

      박 목사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한 청원에 따르면 그는 약 25년 동안 지역 아동을 돌봐 왔다. 현재 이용시설 아동 60명과 공동생활가정 아동 14명 등 아동 74명, 복지사 18명을 합쳐 모두 92명이 관련돼 있다고 한다.

      이전을 추진한 데에도 이유가 있었다. 기존 양지햇살지역아동센터의 건물 노후화와 소음 민원, 아람청소년센터의 주차공간 문제, 상담공간 부족 등이었다. 신청인 측은 승합차 4대로 아이들의 등·하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새로운 공간에서는 상담과 심리치료, 난타·댄스 등의 프로그램을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하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특히 박 목사의 정신분석 분야 경력을 생각하면, 자연 속에서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과 치유를 돕겠다는 구상 역시 그의 오랜 활동과 전문적 배경 속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것이 해당 부지의 개발행위허가가 당연히 허용돼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사람이 좋은 일을 한다는 사실과 그 사업의 입지가 적정하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래서 행정의 심의가 필요한 것이다.

      2026년 6월 25일, 심의는 결국 ‘부결’됐다

      2026년 6월 25일 열린 용인시 도시계획 제2분과위원회에서 해당 개발행위허가 심의안은 부결됐다. 회의록을 읽어보면 위원들이 제기한 문제를 모두 부당하다고 몰아붙이기는 어렵다. 대상지는 3,002㎡, 약 908평 규모다. 제1·2종 근린생활시설과 노유자시설 부지 조성이 목적이었다. 위원들은 평균경사도가 약 19도이고 20도 이상 지역도 상당 부분 존재한다는 점, 국토환경성평가 1등급 비율이 높다는 점, 보전녹지와 산사태 위험, 높은 사면 등을 문제 삼았다.

      아이들의 접근성도 거론됐다. 진입도로의 경사, 겨울철 차량 운행의 안전성, 주차장과 계단, 보행 동선 등이 심의 대상이 됐다. 한 위원은 사면 높이가 약 11.9~12m에 이르는 점을 들어 별도의 안정성 검토와 보강공법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도 냈다.

      이러한 문제 제기 자체는 잘못이 아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이용하는 시설이라면 더욱 엄격하게 물어야 한다. 산사태는 안전한가. 배수는 충분한가. 겨울철 차량은 안전하게 오갈 수 있는가. 아이들의 보행 동선에는 위험이 없는가. 도시계획위원회가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문제다. 그런데 회의록을 계속 읽어가면 다른 종류의 질문이 등장한다.

      ‘굉장히 우범지역’이라는 판단은 무엇에 근거했는가

      회의록에는 눈길을 멈추게 하는 발언이 나온다. 한 위원은 주변에 거주자가 많지 않고 대중교통이 부족하다는 점 등을 언급하면서 해당 지역을 사실상 ‘굉장히 (위험한) 우범지역’으로 바라보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왜 아이들을 그런 곳에 두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여기에서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우범지역이라는 판단은 무엇에 근거한 것인가. 범죄통계가 제시됐는가. 경찰의 위험지역 분석이 있었는가. 해당 지역의 범죄 발생 현황이 조사됐는가. 현장조사를 통해 그러한 판단을 내린 것인가.

      신청인 측은 국민권익위원회 청원에서 해당 지역에서 범죄가 발생했다는 객관적 근거가 없고 주변에 요양시설과 음식점 등도 존재한다고 반박한다.

      어느 주장이 사실에 더 가까운지는 객관적인 자료를 확인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위원이 심의 과정에서 여러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개인적 우려가 행정적 판단의 한 요소가 되는 순간에는 느낌이 아니라 사실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위험해 보인다’와 ‘객관적으로 위험하다’는 전혀 다른 말이다. 행정심의에서 두 문장이 뒤섞이는 순간 시민은 결과를 납득하기 어려워진다.

      ‘60명 정도밖에’라는 말이 남긴 질문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한 위원은 기존 이용자가 ‘6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과 양호한 산림을 훼손하는 문제를 함께 거론하면서, 공익적 측면이 아주 크다면 고민해볼 수 있겠지만 입지 적정성이 매우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 발언의 전체 취지를 공정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 위원의 문제의식은 제한된 수의 이용자를 위해 환경적 가치가 높은 산림을 훼손하는 것이 비례적으로 타당한지를 묻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60명 정도밖에’라는 표현은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몇 명이어야 아이들의 복지는 충분한 공익이 되는가. 600명이어야 하는가. 6,000명이어야 하는가. 물론 60명의 아이를 위해 모든 환경규제를 포기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산림도 공익이다. 환경 역시 미래세대의 권리다. 동시에 아동복지도 공익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 바로 공익과 공익 사이의 정교한 비교형량이다. 산림을 지킬 것인가, 아이들을 지킬 것인가라는 식으로 둘 중 하나를 지우는 방식이 아니라, 두 공익을 어떻게 최대한 함께 살릴 수 있을지를 찾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어야 한다.

      그리고 심의 이틀 전, ‘300m 배수시설’ 문제가 등장했다

      신청인 측이 제기한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도 있다. 박 목사의 국민권익위원회 청원에 따르면 심의 이틀 전인 6월 23일, 신청부지와 직접 관계된 범위를 넘어 기존 배수시설 약 300m 이상을 확장하라는 취지의 보완 요구를 전달받았다고 한다. 그 구간에는 신청인이 소유하지 않은 토지와 도로 관련 시설, 박스암거 등이 포함돼 있어 현실적으로 공사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6월 25일 공식 회의록을 보면 도시기획단은 계곡부 우수처리 계획과 최종 방류관의 적정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고, 신청 측에서는 수리계산 결과와 600mm·800mm 우수관, 기존 1,000mm 관로를 이용한 계획을 설명했다. 그렇지만 회의록만으로 신청인 측이 주장하는 ‘외부 300m 이상의 1,000mm 배수시설 확장공사를 사실상 허가조건으로 요구했다’는 사실 전체가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확인이다. 그 요구가 실제 있었는가. 있었다면 누가, 언제, 어떤 근거로 요구했는가. 신청인이 처분할 권한도 없는 제3자 소유 토지나 시설까지 포함된 공사를 요구한 것인가. 그리고 그 요구가 최종 부결 판단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가. 이 문제를 의혹만으로 단정해서도 안 되지만, 의문이 제기됐다고 그냥 넘어가서도 안 된다. 행정의 신뢰는 의혹을 덮는 데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기록을 공개하고 사실을 확인하는 데서 생긴다.

      그런데 정작 25년 동안 아이들을 돌본 사람의 이야기는 어디에 있었는가

      나는 이 사건에서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하고 싶다. 회의록에는 위원장과 위원들, 제안자와 도시기획 관계자들의 발언이 이어진다. 그런데 정작 오랫동안 아이들을 돌봐온 사람의 이야기는 심의 과정에서 얼마나 충분히 다뤄졌는가. 왜 그곳이어야 했는가. 기존 시설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는가. 아이들은 어떻게 등·하원하는가. 왜 자연 속 공간이 상담과 치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는가. 안전에 대한 우려를 어떻게 보완하려 했는가. 박 목사가 정신분석 전문가로서 오랫동안 상담과 아동복지 현장을 경험해 왔다면, 그 전문적 판단의 근거는 무엇이었는가.

      이것들은 도면 한 장이나 숫자 몇 개만으로는 충분히 알기 어렵다. 그렇다고 박 목사의 이야기가 반드시 옳다는 뜻도 아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들어야 한다.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어야 반박할 수도 있고, 검증할 수도 있고, 대안을 요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장을 모르고서는 무엇을 비교해야 하는지조차 제대로 알기 어렵다.

      ‘부결’과 ‘허가’ 사이에는 정말 아무 길도 없었는가

      흥미로운 점은 위원장 역시 처음부터 부결만을 주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회의 과정에서는 사회복지적 측면을 고려해 곧바로 불가로 결론내리기보다 보완 후 재심의를 해보는 방안이 거론됐고, 보전녹지 부분을 줄이거나 경사가 완만한 쪽으로 시설 위치를 조정하는 가능성도 언급됐다. 그러나 토론이 진행된 끝에 일부 보완만으로 해결할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이 우세해졌고, 새로운 입지나 재설계 후 다시 신청하는 방향으로 부결 의견이 모였다. 따라서 이 사건을 처음부터 결론을 정해놓고 진행된 심의라고 단정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그러나 바로 이 대목에서 더 중요한 질문이 시작된다. 사면이 문제라면 무엇을 보강해야 하는지, 진입도로가 문제라면 어느 정도를 고쳐야 하는지, 배수가 문제라면 어떤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지, 산림 훼손이 문제라면 어느 정도까지 줄여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다시 심의하는 길은 정말 없었는가. 다시 말해, ‘허가’와 ‘부결’ 사이에는 아무런 길도 없었던 것인가.

      이것은 박종서 목사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시민이 공익적인 일을 하려고 행정의 문을 두드렸을 때 행정은 어디까지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법에 맞지 않는다면 단지 “안 됩니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한가. 아니면 법을 지키면서도 시민이 갈 수 있는 다른 길이 있다면 그 길을 함께 찾아주는 것까지가 행정의 역할인가. 이 질문은 다음 칼럼에서 이어가고자 한다. ‘불허’와 ‘특혜’ 사이에는 정말 다른 길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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