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하식 박사, 글로 남긴 ‘뉴질랜드’ 풍경(9회)】전원을 겸한 소도시 
    • 조하식 칼럼니스트 기독교철학박사
      - 조하식 (칼럼니스트, 기독교철학박사) - 

      ----------(9회)----------

        그늘진 도로는 살짝 얼어붙어 있었다. 그런데도 젊은 기사는 도무지 겁이란 없다. 위험천만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질주를 계속한다. 참다못한 일행 중에 한 분이 어지간히 달리라고 소리를 쳤다. 하지만 잠시 약간 수그러드는 듯하더니 도로 마찬가지. 가이드 역시 뾰족한 수가 없다는 표정이다. 일행이 지금 바라보는 장면은 ‘반지의 제왕’을 촬영한 현장. 이 부분에 조예가 깊지 못해 잘은 모르겠으나 1~3부를 통한 바꿔치기 기법이 아카데미의 기록을 경신했다는데 장황한 설명에 쫑긋 귀를 기울여봐도 도통 모르는 일투성이다. 그렇게 별반 영상 감각이 없던 차에 ‘실미도’의 겨울을 여기서 찍었다는 소리에 눈들이 휘둥그레졌다. 게다가 ‘남국일기’는 전 장면을 촬영했다는 데 심드렁한 얼굴들은 무언가? 그 바람에 적잖은 스태프들이 ‘푸카키가든’을 이용했고 유명인들이 사인을 남긴 거였다. 그곳을 떠나기 전 그에 관한 정보를 추출하는 사이 고대하고 기다리던 퀸즈타운의 팻말이 보였다.

        스키는 물론 사냥과 낚시에 번지점프와 행글라이딩을 좋아하는 이들이 자주 찾는다는 곳. 이번 여행의 백미라고 손꼽은 아름다운 전원도시에 드디어 도착했다. 첫눈에 비취색으로 이름난 와카티푸호수를 끼고 리마커블스산맥이 거주지를 감싸 안은 퀸스타운은 자그마했다. 여기저기 포플러나무가 똬리를 튼 경관. 그러나 내 관심사는 좀 엉뚱한 곳에 있었다. 매우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공동묘지에 눈길이 먼저 갔다. 어느 지역을 가든지 맨 처음 살피게 되는 건 장묘문화. 그다음이 공원문화인 까닭은 두 측면의 대처가 삶의 질을 결정하는 바로미터라고 보기 때문이다. 와카티푸(Lake Wakatipu)는 깊이가 최고 400m에 이르고 직선 길이가 82km에 달하는 크기로써 여의도 면적의 무려 100배에 해당하는 넓이(291평방km)라는 말이 과연 맞지 싶었다. 한류스타 이영애가 휘센에어컨의 CF를 찍었다는 곳인데 가이드는 쉴 새 없이 호반의 정수를 보고 있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송이로되 모험과 레포츠의 적지로는 보일지언정 널리 주위를 아우른 산의 자태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역시나 사물의 수준이나 상태를 평가하는 기준은 개인차가 있을 수밖에.

        이제 차는 A Line Hotel 앞을 지나 Public Car Park가 자리한 중심거리에 접어들었다. 각종 레포츠를 즐기는 데 소요되는 예약 시간은 15분이면 충분하단다. 반면에 밤 문화는 아예 전무하다는 말은 무척 반가웠다. 한적한 주차장에서 내려 30분 남짓 주어진 자유 시간, 일행과 떨어진 채 아내와 호숫가를 산책했다. 나름 정성껏 꾸민 기념공원에 동상이 있어 누구를 기리나 했더니 William Gilbert Roes(1827~1898). 한 번도 들어보지는 않았으나 이 도시를 개척하는 데 공헌이 컸단다. 재밌게도 마오리 신화에는 깊고 푸른 와카티푸를 두고 그 옛날 거인이 누웠던 자리에 물들이 고여 호수가 되었다는 구전(口傳)이 있었다. 인구라야 15,000명 남짓한 소도시. 둔덕에 마치 우리네 달동네 같은 집들이 보였다. 그런데 Church Street라는 땅에 막상 교회 건물은 없었다. 상가의 절반은 일본인들의 소유였지만 무서운 속도로 중국인들이 매입한다니 현지인의 몫은 거의 없는 셈이다. 그러니 몇 안 되는 한국식당은 고전할 수밖에. 쇼핑센터의 명칭을 보니 CONNELLS 안경점의 이름이 Eyecare. 이렇게 경사진 곳에 상가를 조성하느라 수고한 손길을 기리기 위해 세운 기념비 ‘Roll of Honour’에는 무려 100여 명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나지막한 층수의 호텔. 고맙게도 제대로 기능하는 전기장판이 있어 전날보다 쉬이 피로를 풀 수 있었다. 어제보다 한결 가벼운 몸과 맘. 입에 맞는 걸 골라 아침을 들고 차에 올랐다. 문제는 앞자리에 진을 치고 앉아있는 골칫덩어리들. 도대체 어디서 배워먹었는지 매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눈초리며, 점잖게 타이르는 데도 따지고 드는 입술이며, 무시로 부산하게 뛰어다니며 툭툭 치는 버르장머리를 어찌하면 좋으랴. 어쨌거나 이들로 인해 소중한 여행에 악영향을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피요르드랜드(Fiordland) 국립공원. 경상북도 크기의 드넓은 공원을 크루즈 한다는 말에 기대감이 컸다. 길이가 무려 300km라니 장엄한 대자연 앞에 인간은 또 얼마나 왜소해질까? 산바람을 타고 감미롭게 흐르는 음악은 학창시절 즐겨 부르던 ‘꿈길에서’라는 외국 민요. 그나저나 아직 미몽에 잠겨 비몽사몽인 이들도 있었다. 밋밋한 야산의 연속. 양 떼인지 풀더미인지 헷갈리는 형상을 지나 작은 예배당이 보였다. 동요처럼 들려오는 ‘대니 보이’와 ‘언덕 위의 집’ 노래는 개울을 타고 흐른다. 풋풋한 감성을 적시는 시간대. 그 시공을 채운 길섶에서는 사슴들이 뛰어놀았다.
    Copyrights ⓒ 주간시민광장 & www.gohuman.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확대 l 축소 l 기사목록 l 프린트 l 스크랩하기
최신기사
         신문사소개  |   시민사회재단 소개  |   보도자료등록  |  개인정보보호정책  |  청소년보호정책  |  오시는길
대표자: 조종건 | 상호: 시민사회재단 | 주소: 경기도 평택시 비전4로 175, 708-202 | 신문등록번호: 경기도 아52894 | 등록일자 : 2021-05-18 | 발행인/편집인: 조종건 | 편집장:조종건 | 청소년보호책임자: 조종건 | 전화번호: 010-7622-8781
이메일: master@gohuman.co.kr
Copyright © 2021 주간시민광장. All rights reserved.